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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독을 발견하다    
글쓴이 : 이지영    23-06-29 17:10    조회 : 1,547
   낭독을 발견하다.hwp (85.0K) [1] DATE : 2023-07-18 16:51:58

낭독을 발견하다

                                                                                                                    이지영

 ‘발견처럼 보람 있고 즐거운 일도 없습니다.’, ‘인생은 결국 과정의 연속일 뿐 결말이 있는 게 아닙니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곧 성공한 인생입니다.’ 박완서의 수필집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행복하게 사는 법>에서 만난 문장들이다. 이 문장들이 왜 내 마음에 와닿았을까? 반복되는 일상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를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낭독하면서 기억에 남았다. 이제껏 빠르게 목표만 보고 살아온 내게 인생을 여행처럼 생각하게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려고 앞만 보고 가기보다 여정에서 새로운 것을 찾고 느끼면서 가보면 어떨까? 매일 산책하던 공원이 어느 순간부터 다르게 보였다. 그것은 내 시선이 달라진 까닭이리라. 나뭇가지에 잎이 돋아 푸르름이 번지는 게 보이고,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수필집을 읽고 경험이 담긴 사유에서 깨달음을 얻으며 성공한 인생에 관해 정의를 내렸다. 하루하루 일상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즐거운 일을 찾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게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또 다른 낭독 책 신형철 작가의 인생의 역사라는 시 평론집에선 다양한 시인들의 시에 관해 깊이 있는 해석을 들을 수 있었다. 월리스 스티븐스의 시 <아이스크림의 황제>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는 것은, 즉 산다는 것은, 언젠가 녹아내릴 유한한 달콤함을 누리는 일이 된다라고 한다. 산다는 것은 녹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이라 내 나름대로 해석하며 낭송했다. 시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상상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올해 초 동네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낭독클럽 회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공고를 보고 책을 소리 내 읽는 모임은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바로 신청했고, 낭독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낭독하면서 그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낭독모임 진행은 이렇게 한다. 현재 7명이 40여 분 동안 돌아가면서 2쪽씩을 낭독하고 10여 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인상 깊었던 문장을 공유하거나 책을 읽은 소감을 간단하게 나눈다. 그리고 회장이 모임 전에 미리 생각할 주제를 주면 그 내용을 서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관찰 대상을 정하고 이름 짓기,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것 공유하기 등. 나는 공원에서 본 꽃을 관찰했는데 꽃 이름을 별이 품은 꽃이라고 지었다. 꽃잎이 이중인데, 별 모양 보라색 꽃잎이 자그만 하얀 꽃잎을 안은 것처럼 보였다. 가운데 노란 수술 옆 흰색 꽃잎에 보라색 구멍이 있는 이 기품있는 꽃을 보고 경탄했다. 인터넷에 꽃 이름을 검색해 보니 서양매발톱꽃이었다. 아래로 핀 꽃에서 위로 뻗은 긴 꽃불이 매 발톱을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 원산지는 유럽 동남부인데 우리나라에도 있는 꽃이다. 주로 산골짜기 양지에 분포해서 볼 수가 없었나 보다. 이렇게 대상을 관찰하는 만큼 알게 된다.

 함께하는 회원들은 직장인, 주부 등 낭독을 처음 접한 회원이 대부분이다. 감정이입을 잘해 목소리에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회원, 아나운서처럼 똑 부러지는 목소리가 좋은 회원도 있다. , 목관악기 오보에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를 지닌 회원은 감수성이 풍부해 간혹 글을 읽다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낭독을 듣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는 회원도 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 같은 시간에 같은 책을 읽고 공감하며 마음을 나누는 모임을 만들었다. 한 회원은 낭독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소개했는데, 그중 하나가 시각장애인 대상 낭독 봉사 활동이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참여해 볼 생각이다

 낭독모임에 참여한 지 벌써 4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낭독을 하고 발견한 좋은 점 3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첫째, 생각을 비울 수 있다. 1시간 동안 함께하는 회원들과 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 오롯이 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눈으로만 읽는 독서에 비해 성대, , 혀 등 목소리를 내는 기관이 함께 움직이므로 낭독은 더 몰입하게 한다. 머릿속이 하얀 도화지가 되는 듯하다. 생각을 비우고 소리에 집중하기 때문에 경청 또한 잘하게 된다.

둘째, 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작가의 의도를 잘 전달하기 위해 낭독을 하기 전에 미리 책을 읽어보는데, 왜 이렇게 썼을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걸까? 등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책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또 문장을 정확하게 읽어야 하므로 정독하게 되는데 글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낭독은 소리로 전달하기에 누워 있던 글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셋째, 삶이 변화한다.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은 뇌에 자극을 주어 실제 뇌가 그렇게 하도록 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작가의 사유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많이 배웠다. 그걸 낭독하고 기억하게 되니 책 속의 긍정적인 시선과 태도가 저절로 스며든다. 또 낭독할 때 가슴호흡보다 복식호흡이 도움이 된다고 해서 호흡 연습도 하고 있는데,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때로는 낭독한 것을 녹음해서 각자 들어보기도 한다. 녹음한 목소리는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내 목소리가 다른 사람이 들을 때는 이렇구나. 이 점은 보완해야겠다 하고 객관적으로 나를 보게 된다. 낭독 초보라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발성, 끊어 읽기, 강조해서 읽기, 쉼표 지키기 등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회원들과 즐겁게 낭독을 이어 가다 보면 조금씩 발전하지 않을까? 이번 낭독의 발견으로 나는 좀 더 행복하게 사는 길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다음에는 또 어떤 다른 책으로 재미와 감동, 깨달음을 얻게 될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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