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보잘것없는, 하잘것없는, 쓰잘데 없는(잠실반)    
글쓴이 : 김성은    20-08-05 14:19    조회 : 4,702

지난 월요일 수업에선 아래 수필 다섯 편을 읽고, 교수님은 발견에 대한 주제로 인문학 강의를 들려주셨습니다. 

- 피천득 / 플루트 연주자

- 정진권 / 비닐우산

- 나희덕 / 반 통의 물

- 이규보 / 이옥설(理屋說)

- 정약용 / 수오재기(守吾齋記)

위 다섯 편의 수필은 나라고 하는 존재가 비록 보잘것없지만,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두 고전 문학가 이규보와 정약용의 근대 작품은 수필의 기본인 계몽적 효과를 줍니다. 교수님 말씀으론 계몽이란 몽매한 상태로부터 빛을 준다는 뜻으로 영어로는 'enlightenment' 어둠을 밝힌다는 뜻이라 합니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당시 선지자들은 문맹률을 줄이기 위해 학교를 세우고 사람들이 번듯하게 빛의 세계에 오르는 걸 신뢰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다스리는 지도자가 된다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겠는가 하는 근대인의 신념이 있었다죠. 그러나 현대에 이르면서 빛조차도 어둠을 품고 있고 빛이 항구적이 아니라 한시적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 위대한 사람도 감춰진 허물이 컸고 내 안을 보더라도 빛과 어둠의 세계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수필 작법을 이탈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교수님은 바둑에 관한 명언을 들려주셨습니다. '먼저 정석을 익혀라. 그리고 정석에서 벗어나라.' 모든 예술이나 훈련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천재들도 먼저 정석을 읽힌 후 정석이 갑갑한 감옥인줄 알고 벗어난다고요. 

이어 하루에도 수십번씩 번뇌하는 마음을 잘 다스려 그것을 모두 꺼내서 글로 환원하라고 하십니다. 물론 한 작가에게서 대작과 망작이 나올 수 있음을 잊지 말고요. 그리고 타인이 내 글에서 내 마음을 다 읽어내지 못한다고 답답해할 게 아니라. 내 안에 표현되지 못한 것들을 언어로 꺼내는 연습을 끝없이 하라고요. 

"보잘것없는, 하잘것없는, 쓰잘데 없는" 모든 사물들을 불러서 열심히 글을 쓰라 하십니다.

교수님은 인간에게서 가장 위대한 힘을 들라면 '안간힘'이라고 하세요. 자기 한계를 미리 알아버린 내가 그 나에게서 벗어나려는 나를 가까스로 지키면서 생을 올바르게 살아보려고 하는 힘 말이죠. 인간은 보잘것없는 구제 불능이라면서요. 깊은 울림을 주는 말씀이었습니다. 

정말 지긋지긋하게 비가 내립니다. 계속되는 궂은 날씨가 저를 완전히 장악하며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즘, 안간힘을 쓰고 뒤늦게 후기를 적어봅니다. 다시 강의를 떠올리며 교수님 말씀을 옮겨 적다 보니 우울함이 사라지는 게 보이네요. 모두 건강 유의하시고 비 피해 없도록 주의하시고요. 우리 모두 안간힘을 내서 이 긴 장마를 잘 견뎌내 봅시다!!
 

 

 





사이버문학부   20-08-07 20:55
    
요즘 제가 개인적으로 바쁜 일이 있어 이제야 후기를 봤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전날의 피곤함으로 살짝 졸았는데.......

'보잘 것 없는, 하잘 것 없는, 쓰잘 데 없는'
이런 가슴에 파고들 말씀을 하셨었군요.

기억에 없네요. 하 ㅜ.ㅜ

이번 주도 감사합니다.
     
김성은   20-08-08 08:46
    
홍정현 선생님, 바쁜 중에도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적어놓은 걸 보기 전에는 대부분 잊어버려요. ㅠㅠ 모처럼 아침에 햇살이 비춰주어 기뻤는데 금세 또 하늘에 구름이 가득찼네요... 건강 유의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