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문학실전수필(7. 23, 목)
-나를 움직인 명작의 첫 문장(종로반)
1. 명작의 첫머리
왜 새삼 우리가 사랑하는 명작의 첫 구절인가? 명작은 처음부터 멋있다. 예외 없이.
다만 시점이 현대에 가까울수록 이야기를 시작하는 연유나 동기, 인물의 소개, 앞으로 벌어질 내용 요약, 시대적 배경 묘사는 하지 않고 ‘사건 자체’로 직진하는 경향이 강하다. 12~15매 분량인 수필에서야 더 말해 무엇하랴? 이 대목에서 철학자 후설의 현상학적 방법론이 생각나다니 웬일이니! “사태 자체로(Zu den Sachen selbst)!"
<<백경>>-허만 멜빌
나를 이스마엘이라 불러주오.
<<날개>>-이상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동백꽃>>-김유정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쫓기었다.
<<시간의 역사>>-스티븐 호킹
잘 알려진 과학자 한 분이 언젠가 대중에게 천문학에 대해 강의를 하였다.
<<이방인>>-카뮈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지도.
<<엉클 톰스 캐빈>>-스토우
2월의 어느 쌀쌀한 오후, 켄터키주 P마을에 있는 잘 꾸며진 식당에 두 신사가 포도주를 마시며 앉아 있다.
<<죄와 벌>>-도스토예프스키
7월 초의 뜨거운 오후가 저물어 갈 무렵 한 젊은이가 S구역에 있는 그의 다락방을 나와 천천히 어딘가 머뭇거리는 듯 K다리 쪽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눈 먼 자들의 도시>>-사라마구
노란 불이 들어왔다. 차 두 대가 빨간 불에 걸리지 않으려고 가속으로 내달았다.
*그밖에도 참고하면 좋은 작품들이 무수히 많다. <<파우스트>> <<변신>> <<노인과 바다>> <<작은 아씨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멋진 신세계>> <<나는 전설이다>> <<서울, 1963년, 겨울>>... 작가 하성란은 <<당신의 첫 문장>>을 간추리고 감상을 적어 책 한 권을 엮어냈다.
2. 합평
1)엄마와 노래-봉혜선
친인(親人)에 대한 글을 신파조가 아니면서 마음에 와 닿게 녹여내는 일은 녹록치 않다. 존칭어는 생략함(근데 시부모는?). 서두에 대한 공부 중이어서 첫 문단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비문 주의. 화소 간 연결 고리에도 신경을 써야함.
2)새는 날아가고-윤기정
비정한 인간의 몰인정과 애정으로 돌보는 새의 세계 본능에 대한 비교가 병치되어 작가 특유의 상징성이 드러났다. 세밀 묘사가 두드러진다. 다만 2, 3문단에서 정황 설명이 충분치 않아 혼선을 빚었다. 고심하며 쓴 과정을 설명으로 하는 모습을 보며 글쓰기의 어려움 실감했다.
3. 동정
‘건물을 나서자 비가 억수처럼 쏟아졌다...’(<<설국>> 패러디)
어쩌면 작품의 제목만으로도 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폭우가 안개처럼 앞을 가리는 오후의 바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