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샘이 막혀가는 눈의 눈꼽재기처럼 어제부터 가을비가 추적거린다. 트렌치코트의 깃을 세워보기도 전에 시린 계절이 문밖에 서성이고 또 한 번의 조락을 응시한다. 인디언 아라파호 족의 “모두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닌 달”이 11월이라는 말에 위안 삼다가 평론반 강의와 합평, 토의를 통해 활기를 되찾는다.
2021년 11월 9일은 1부에 애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19.~1849.10.7.)의 생애와 문학을 수강하였다. 그는 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공포소설. 근대 추리극 외 시도 썼으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나 40세의 비교적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의 할아버지는 라파예트의 친구이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귀족이 몰락해 가는 분위기를 잘 드러낸〈어셔가의 몰락〉 탐정 오귀스트 뒤팽이 처음 등장한 〈모르그 가의 살인〉 1843년 그의 나이 34세에 쓴〈황금 충〉 〈검은 고양이〉는 다시 들어도 오싹하고 재미있었다. 그의 문제작 〈도둑맞은 편지〉는 탐정·추리소설의 최고봉이리라.
2부 합평에서는 김단영 작가의 월평 외 6편을 섭렵했는데 진행은 고경숙 소설가가 맡았다. “강물과 인간의 다른 점은 흘러가 버린 물은 되돌아보지 않지만, 인간은 지나간 것들을 되돌아보며 미래를 내다본다.”라는 《돈키호테》의 명문장을 머리말로 소개하였는데 늦가을의 계절과 어울려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합평은 1차 임헌영 교수 의견을 바탕으로 고 작가님의 명징한 첨언을 들음으로 안심 백신 두 번 맞는 효과를 얻는 것 같았다.
3부는 오정주 반장의 진행으로 한국산문 10월호 중 5편의 수필을 선정하여 작품의 공감과 감동뿐 아니라 생각해 볼 부분까지도 토의하였다. 각자의 글쓰기에 타산지석으로 삼아 볼 일이다.
세월은 지나도 낭만과 감동은 영원한 것일까? 수업 후에 한 문우님이 포의 시 〈애너벨 리〉를 단톡방에 올렸다. 지난 날 낭만을 시구 일부로 회상해보며 미력하나마 월드 클래스 수업의 여운을 전한다.
아주 오랜 옛날/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아실지도 모를 한 소녀/ 애너벨 리가 살았습니다./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 소녀는 아무 다른 생각이 없었습니다.//(중략) 달이 비치면 나는/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고/ 별이 떠오르면 나는/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을 느낍니다.// 하여 나는 밤새도록 내 사랑, 내 사랑,/ 내 생명 내 신부 곁에 누워 있나니/ 거기 바닷가 무덤 안에서/ 물결치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 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