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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돌아가면 끝 (무역센터 반)    
글쓴이 : 이신애    21-11-10 23:42    조회 : 4,135

오늘은 아무리 웃으려고 해도 웃어지지 않았어요.

눈이 온다고 해서 창문을 여니 찬바람만 불더라구요. 으  폭  실망!

거기다 지하 주차장에 갔는데 손전화를 두고 왔더라구요.

그게 없으면 식당 출입도, 친구 연락도 안되잖아요.

무슨 일이든 두번씩 해야하는 이상한 하루의 시작이었어요.


 할 수 없이 집에 갔다가 다시 오니 십 여분이 지났어요.

문화센터에서 주차 하라는 곳을 보니 언덕이라 도저히 못하겠더라구요.

할 수 없이 다른 곳에 주차를 했어요.

다행히 강의에는 늦지 않았어요.


 쌤이 소개팅을 나갈 때 자기보다 못생긴

 친구를 데리고 나가랍니다.

상대방의 눈이 친구한테로 돌아가면 그건 끝이니까요.

잉 근데 이거 웬 눈? 

오늘은 도대체 왜 이럴까 하여튼 이상한 날이야

조심해야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늘 강조하시는 대로 글은 시작을 잘해야 한답니다.


오늘의 합평작

*산을 올라가는 법 (이신애): 첫 문장에 흥미가 느껴짐. 숫자, 문자를 병기할 때

    자연스러운 것을 택한다. 예: 12달-십이달 X  열두달 0

    서너번, 대여섯,예닐곱 은  한 단어이니 붙여 쓸 것.

*가을 바람( 이진성):서정적인 글. 괄호 안에 글을 넣지말고 풀어서 쓸것. 괄호는

     각주 같이  읽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

*고양이를 좋아하세요?(송경미): 강조할 때 문장에서 1줄이 넘어가면 끊어줘라.

     글을 다 읽고나니 고양이를 키우고 싶을 정도였어요. 진도는 섬이라 고양이가

     없었다. 옛말에 암코양이를 사흘 굶은 시어미상에 비유한 것이

     있는 것을 보면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음.

*문학서림(정명순):글을 쓰니까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온다. 글쓰기는 자아표현이며

    세계의 의미 표현이다.

    실랑이: 동등하지 않은 관계에서 쓰는 말.일방적인 것.

    승강이:동등한 관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

*건실한 2번(최보인): 제목은 항상 13포인트로 쓰고  글을 시작할 때는 한칸 들여

  쓰는 것을 습관화 하고  문장부호는 ...든 ? 든 !든 하나만 사용할 것.

  연애 얘기 너무 재미있었어요.


k대 영문과 출신 문인으로 유명한 사람은 김훈, 오탁번, 박계형이 있는데 그 중

박계형은 사라졌답니다.  오탁번과 김 훈은 지금도 건재하는데  우리들은 쌤

몰래 손전화로 검색해서 톡방에 올려놓고 보았습니다. 

박계형님은 지금도 살아있는데 자신이 과거에 쓴 소설-"젊음이 밤을 지날 때,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등등 당시의 베스트 셀러들을 부끄러워한다는 군요.

자기가 낳은 자식인 작품을 부끄러워 해야 한다면 그건 형벌입니다.

오 시인의 "폭설"시는 소리내어 읽기가 민망해서 싣지 않을게요.


 문단에는 텃세가 있답니다. 지난 주에 수필문학이 나아가야할 길과  해야할

 일에 대해 이 운경님의 글을 읽었는데요 만약 그대로 되지 않는다면

수필도 문단의 텃세에 밀려서 사라질지도 모르겠어요. 무협지든  SF소설이든

기본 얼개는 비슷한데 그게 바로 무시를 당하는 원인이랍니다. 장르 문학이라는 것은 

패턴화 된것을 말하는데 1년에 장편을 10편씩 쓰는 작가가 있는 이유가 패턴에 이야기를 

끼워넣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니 그게 그거 같아서 예측이 가능하게 됩니다.

무시를 면하려면 문장이 좋아야 한답니다.


문장에는 정확성과 명료성이 필요하니, 띄어쓰기, 붙여쓰기 모두 잘해야

하는데 에고... 힘들어 나는 못하겠고, 컴 네가 해라!

김 훈의 <칼의 노래>는 "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시작되는데 이 문장

 하나로 그가 기사체 문장을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굳이 주관적 표현인

" ~은"을 쓰지 않고 객관적 표현인" ~이" 피었다를  사용한 것이 그 증거.ㅆ-ㅆ


엿을 늘일 수는 있어도 줄일 수는 없다고 쌤이 말씀하셨어요.

아니 뭐시라고? 이제까지 경제성을 생각해 글을 짧게 써라 줄여라 하셔놓고 

이 무신 반대되는 말씀?

그 의미에 대해서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많이 안 오셨어요. 담주에 이경희 님과 정명순님의 등단식이 있으니

많이 오셔서 축하해 주세요.

그러고 보니 등단하시는 분도 두명 이네요. 


성혜영   21-11-12 11:44
    
강가에 나가 새를 보고,
노을을 보고 논다는 김훈 작가.
칼의 노래의 첫 문장에 새삼 심쿵했어요.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성혜영   21-11-12 11:49
    
'11월'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는
더욱 사랑하며 살아야 겠습니다.
이신애   21-11-15 06:10
    
먼 산의 색이 조금씩 아래로 흘러내리네요.
이제는 집 근처로 단풍이 내려온 거 같아요.
아프신 건 좀 어떠세요?

돌아가기엔 너무 먼 시간을
와 버렸다는 글을 읽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그건 무언가 후회할 때 하는 말
같았거든요.

지나간 것은 그대로 두세요.
고칠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해 고치지만
할 수 없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냥 앞을 보고 가세요.

빈 자리를 볼 때 마다
가을이 가는 게 느껴지네요.
어디를 가도 빈 자리가 보여요.

조금 더 있으면 12월인데
한시 빨리 뵙기 바랍니다.

"피를 문 입술로..."
라는 구절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