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강의실 >  한국산문마당
  수강생들이 좋아하는 소설 문장_7주차 (소설반)    
글쓴이 : 김성은    22-05-05 08:50    조회 : 1,576

문장론은 단순히 어휘력만을 늘리는 것이 아니며 하나의 스타일, 자기의 문체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살펴야한다고 합니다.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기보다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적절하게 담아내면서 작가만의 색채, 색깔을 깃든 문장이 되어야 한다고요.

본격적인 문장론 강의에 앞서 수강생 분들이 어떤 문장을 인상적으로 보고 마음에 품고 있는지를 이야기 나누어보았습니다.

 

1. 어둠의 그림자가 굶주린 맹금처럼 사방에서 그들을 향해 급강하를 시작했다.

로맹가리 『게리쿠퍼여 안녕』

- 권** : 움직임이 실제로 눈에 보이듯이 와 닿았다.

- 작가님 : 밤이 갖고 있는 불길한 이미지를 함축해서 보여주는 좋은 문장이다.

 

2.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 심** : 살아오면서 어려운 일이 올 때마다 나는 알을 깨고 나가야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다.

- 작가님 : 비유는 우리가 파악할 수 없는 우주의 질서 같은 것들을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 평범해 보이는 진술인데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제시함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알을 깨고 나온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메타포를 생각하게 한다.

 

3. 굵은 눈송이들이 마치 흰새의 찢긴 깃털처럼 흩날린다.

권지예 『내 가슴에 찍힌 새의 발자국』

- 진** : 이 문장에 화자의 마음, 친구의 마음, 남편의 마음과 제목이 말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담았다.

- 작가님 : 눈 내리는 풍경을 슬픔, 고통 쪽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든다. 문장에서 직유법 ‘마치’를 생략했을 때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4.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알랭 드 보통 『불안』

- 신** : 내 안에 안테나를 느낌표로 많이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문장

- 작가님 : 무엇이 아니라 무엇이다. 앞에 부정할 대상을 놓고 긍정할 무엇인가를 문장 뒤쪽에 넣어 긍정할 것을 더 강조한 대비를 시켜 의미가 두드러지게 하는 수사법을 쓴 문장이다.

 

5. 그 필경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칸막이 뒤에 선 채로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드러난 것은 헐벗은 방의 움직이지 않는 거주자였다.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 박** : 다 읽고 나서 주인공 사람 자체만 잔상에 남았다. 그 모습이 가슴이 아팠다.

- 작가님 : 소설의 인물을 다룰 때 인물의 형상화할 때 이 작품을 텍스트로 볼 생각이다. 전형적인 아이러니, 자신의 본분에 애를 쓰면 쓸수록 불행해지는 사람이다. 가장 자본주의 적 인간형인데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몰락하는 대표적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6. 내 인생은 자신과 타인을 감쪽같이 속이기 위한 나날의 궁리 속에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톨스토이 『부활』

- 김** : 문장이 아름답다기 보다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전율을 느꼈다.

- 작가님 : 남을 속인다는 것은 자신을 속인다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자신과 타인을 함께 언급하면서 의미가 풍부한 문장이 됐다.

 

7. 오늘 엄마가 죽었다.

카뮈 『이방인』

- 김** : 힘든 시기를 보내던 때 위로가 되었던 책, 첫 문장이다.


8.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 고** : 오늘, 이 순간 자기 자신에 충실하면서 자유를 누리는 인간의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 작가님 : 자유로운 인간이 무엇인가 생각해볼 수 있는 문장이다. 지금 이 순간에 놓치고 있는 것이나 지금 바로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이다.

 

9.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I didn't feel like I was inside anything.

레이먼드 카버 『대성당』

- 박** :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갇힌 화자가 작은 에피소드 하나로 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삶을 느끼게 되는 문장이다.

- 작가님 : 소설의 화자 시점을 다룰 때 상세히 다룰 텍스트임.

 

10. 마을과 마을 뒤의 야산과 야산의 잡목 숲은 한데 뭉뚱그려져 더 짙은 어둠으로 손바닥만 하게 너울대다가 마침내 하나의 점으로 트럭 꽁무니를 따라왔다.

오정희 『중국인 거리』

- 이** : 트럭의 움직임에 따라 원근감과 시각적 이미지를 쉽게 이해되게 그려진 문장

- 작가님 : 묘사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뭔가 상상한다는 것은 단지 시각적인 형상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내포된 정서까지 떠올리게 한다. 무엇을 눈앞에 보듯이 그려내는데 만족해서는 안 되고 인물의 정서까지도 시각화된 이미지에 담아냈을 때에 그때 비로소 진짜 상상해낸 것이다.

 

11. 여성이 픽션을 쓰고자 한다면 반드시 돈과 자기만의 방을 소유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 성** : 자녀들이 출가하면서 내 방을 쓰게 되면서 너무 좋았다. 자유를 구가하면서 3년 여 글쓰기를 하면서 이 글에 공감이 갔다.

- 작가님 : 여성들에게 기본적인 조건조차도 쉬이 허락되지 않던 이야기. 여성의 글쓰기 챕터에서 다시 살펴볼 것이다.

 

12. 나는 행복했고 그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행복을 체험하는 동안에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 김** : 이 문구를 보는 순간 내가 가진 건 없지만 내가 행복한 그 순간을 포착해서 지금 행복하다는 걸 인지하는 게 중요함을 깨달았다.

 

13.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이 시간은 과거에서 불려나와 재현될 것이다.

손홍규 『이슬람 정육점』

- 홍** : 이 문장에 얽힌 나름의 에피소드가 많다. (다음 시간에)


2022.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