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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만의 비유를 만들자 (소설반)    
글쓴이 : 김성은    22-06-16 08:09    조회 : 4,749

여름학기 2주차 강의에는 세 분의 선생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중앙대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에서 소설을 배우고 계신 분들이라 그런지 첫 눈에도 열정이 듬뿍 느껴졌습니다. 대환영입니다. 앞으로 저희 한국산문 소설반과 좋은 인연 오래도록 이어가길 바랍니다.

수업은 지난주에 이어 문장론에서 수사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수사법에 대해서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유나 환유 등 수사법의 개념을 아는 건 작가님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세요. 수사법이 잘 사용되었는지 작품에서 보고 느껴야 한다고요. 늘 작가님이 강조하듯이 소설가의 눈으로 읽어야 한답니다. 문장이나 한 편의 글에서 비유들이 실제로 사용되어 효과를 발휘하는지 소설가의 시선으로 읽고 생각하는 것이죠. 왜 이것이 나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깊게 생각해보는 것이 소설을 쓰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과정이 누적이 되어야만 우리 것이 된다고요.

혹은 내가 투구게처럼 갑갑하게 느껴지고 이 한 줌 하찮은 삶도 갑자기 자갈밭을 갈고 있는 보습처럼 못견디게 더워져서, 마침내 삶의 화두가 뻗쳐 올라와 물집투성이인 얼굴이 되었을 때 다시금 나는 떠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윤대녕「신라의 푸른 길」에서)

윤대녕의 문장을 보면 직유, 직유에 이어 필요한 순간에 은유를 사용하여 시적인 효과를 냅니다. 시와 같은 운문의 특징은 글을 통해 핵심을 불꽃놀이 하듯이 터뜨려서 표현하는데요. 하지만 은유만 사용한 소설은 오히려 팍팍하고 난해해 보일수도 있답니다. 소설에서 시적인 효과를 낸다는 것은 시에서 구현하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소설은 어떤 사태나 사건의 본질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대상을 철저히 해부하고 낱낱이 파헤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특성상 지루할 수밖에 없다고요.

그 사나이는 마치 과일이 벌레에 파 먹히듯 어떤 생각에 파먹힌 것 같아 보였다. 그의 광기, 즉 그가 가진 고정관념은 집요하게 그의 머리에 달라붙어 아귀같이 그를 집어삼켰다.(모파상「머리털」에서)

‘아귀같이’는 걸신들린 사람처럼 집어삼켰다는 표현이지요. 직유를 사용할 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하나의 대상에 직유를 하는 방식과 서술어를 동원해서 직유를 하는 방식이 있어요.

‘~처럼 빠르다. ~처럼 예쁘다.’ 등 명사를 사용해서 직유하는 방식이 대표적인데요. '과일이 벌레에 파 먹히듯 어떤 생각에 파먹힌 것 같아 보였다'처럼 하나의 문장을 사용해서 직유하는 방식을 쓸 경우 구체적인 비유이기에 이미지가 분명해집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는데요. 비유를 사용할 때 머리에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걸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낯익은 비유를 피해야 하는 건데요. 우리는 짧은 비유에 익숙해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옵니다. 이럴 때 잠시 멈추고 비유하는 대상 특성에 한걸음 더 다가가서 더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하세요. 그래야만 자신만의 비유를 만들어 낼 수 있답니다.

한국 소설에 비해 외국 소설에서 구체적인 비유를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해요. 동양 문화에서는 간결하고 명백한 걸 선호하지만 논어나 도덕경을 보면 성경처럼 구체적인 비유를 쓰고 있지요. 더 선명하고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납득시키며 보여주기 위해서 무수한 비유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서술어를 동원하여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특징들을 가지고 와서 빗대어 이야기하는 방식을 신경 써야 한답니다.



앞으로 2주 정도 문장론 수업을 이어가고 이후부터는 개인적 체험과 소설을 다룰 예정입니다. 작가님이 자료로 주신 단편소설 일곱 편을 시간 있을 때 찬찬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