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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명작읽기반)    
글쓴이 : 전효택    22-07-11 20:01    조회 : 5,316

 필경사 바틀비허먼 멜빌 지음, 공진호 옮김, 문학동네, 2011, 107 

<유성호 교수와 함께 읽는 세계 명작>의 첫 수업은 모비딕의 작가 허먼 멜빌(1819-1891)필경사 바틀비로 문을 열었다. 1853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오랫동안 그 진가가 묻혀있었지만 20세기 초 멜빌 문학에 대한 재평가 이후 바틀비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해석이 전개되었다. 지금은 미국문학, 나아가 세계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단편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미국 경제의 중심지로 떠오르던 뉴욕 월가(Wall street)를 배경으로 타협적인 화자 변호사와 비타협적인 고집쟁이 필경사인 주인공 바틀비를 대비한 작품이다. 창밖을 내다보아도 온통 벽뿐인(거리 이름 자체가 Wall) 초기자본주의 사회에서 미국 최고 갑부에게 의뢰받는 자부심 강한 30여 년 경력의 원만하고 성공한 변호사가 화자이다. 이 변호사 사무실에 고용된 말이 없고 음울한 분위기의 필경사 바틀비가 주인공이나,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등 그에 대한 정보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고용인 상관의 말에 공손히 복종하며 시킨 일을 열심히 해야 함에도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본문에서 이 문구는 25회나 반복됨)라는 바틀비의 어처구니없는 독특하고 불손한 답변의 반복을 통해 이 작품의 문학성과 사회성 및 철학적인 면을 푹 넓게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은 일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 기거하다 마침내는 건물주와 세입자의 고소로 구치소에 갇히나 식음마저 거부하고 벽을 마주한 채 죽음을 맞는다. 주인공의 기이한 행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부적격하며 관례와 상식에서 벗어나 있지만, 이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과 노동, 근대의 합리성, 작가의 창조적 자유와 권리 등의 문제로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즉 사회적, 정치적, 종교적 및 실존적 측면에서 자본과 노동, 율법과 사랑, 기독교적 관심, 분노와 연민, 헌신과 사라짐 등의 동심원적이고 다원적인 해석으로 추론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예를 들면, 주인공 바틀비는 자기 목소리가 크고 단호한 고집으로 죽음도 불사하는데 마치 십자가에 처형된 예수처럼, 또는 평생 문단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불행한 일생을 보낸 작가 멜빌 자신일 수도 있다.

인생은 우연과 필연으로 사람과의 연속적 만남이다. 좋은 작품은 기억에 떨리게 남아 있곤 하여 잊히지 않는다. 필경사 바틀비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아이러니인 허무와 현대인의 실존적 고독을 보여주는 슬프고도 강인한 흡인력을 지닌 걸작 단편이다. 

수업 중에 유 교수님은 나희덕의 <누에의 방>, 한용운의 <님의 침묵>, 이상의 <날개>, 빅토르 위고의 <장 발장(레미제라블)> 등 다양한 수작을 소개하며 해박한 문학적 지식을 제공해 주었다. 교수님이 강의 중 본문 중에서 인용해 준 글이다.

인색하고 편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끊임없이 긁어대면 그들보다 관대한 사람들이 품은 최선의 결의마저 결국은 지치게 마련이다.”(72) 

<명작읽기반> 수업 첫날 수강 신청한 문우님 31명 전원이 출석하였고 공부 열기가 가득했다. 앞으로 수업에 임하는 명언을 소개하면,

“Better late than never come.” (아주 안 오는 것보다는 늦더라도 오는 편이 낮다). 

<명작읽기반>의 월별 읽기 교재

77() 필경사 바틀비멜빌

84() 백 년 동안의 고독마르케스

91() 모든 저녁이 저물 때에르펜베크

106() 소년이 온다한강

11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쿤데라

121() 그리스인 조르바카잔차키스


문영일   22-07-11 21:09
    
요즘 같은 때,
대면 수업에 정원초과로 더 이상 수강자를 받을  수 없으니 양해를 해 달라고 해야하는 반이 또 있을까요?
러시아 문학반이 그렇습니다.

우리반 문우 전효택 교수님의 이 수업후기를 읽으면 번호표를 받고서라도  기다리고 싶을 것 같습니다.
3대가 적선해야 남양집에 살수 있다했는데, 난 무슨 복이 많아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과 한집에 사는 행운이라니....
역시 유성호 교수님의 강의는 그대로 뱓아적으면  한 편의 훌륭한 작품이  되고도 남을 거 같군요.
집중력  부족에 청력마져 신통치 않은 제가 잔뜩 고무되고 있는 것은,  유교수님의 그런 강의에다 문우들의 열띤 토론,
거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전효택 교수님의 수업후기가 이어질것이기 때문입니다.
고맙습니다.
임길순   22-07-12 08:09
    
유성효 교수님의  『필경사 바틀비』강의가 참 멋있었습니다.
  허먼 멜빌도 알게 되었고요.
  나희덕, 한용운, 이상, 빅토르위고 많은 작가를 만났습니다.

그중에 최고는 반가운 문우님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앞으로의 명작도 기대가 크구요.

전효택 교수님의 후기가  또 한 번 공부를 시켜줍니다.


고맙습니다.
유병숙   22-07-12 09:27
    
마치 세월을 건너 온 듯  변함없는 문우님들의 모습, 반가웠습니다.
열기로 가득한 강의실 얼마만인지~~ 감동이었습니다.

유성호 교수님의 멋진 강의로 가슴의 떨림을 얻어 갑니다.

명작읽기 기대가 큽니다.

전효택 교수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애쓰시는 정진희 고문님, 박지니 총무님께 감사드립니다.
봉혜선   22-07-13 23:25
    
동심원적 해석.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 님적 입장. 
터키는 아침형 인간, 니퍼스는 저녁형 인간. ..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읽기의 지평을 넓혀 주셔서 고맙습니다.
주기영   22-07-21 23:52
    
전효택 선생님
오랜만에 뵈어 몹시 반가웠는데
꼼꼼하고 깊은 후기까지, 감사드립니다.

그림책을 보듯 가볍게 몇 번을 읽고 수업에 갔는데
세번쯤 읽을 때는 궁금한 점이 생겼고,
수업이 끝나고 나니 다양한 관점에 인정.
유성호 교수님 강의는 언제나 쨍!하죠. ^*^

오래전 평론반 이후, 정진희 반장님을 다시 짝꿍으로 만났네요. 반가워요.
박지니 총무님도 수고 많으십니다.

-노란바다 출~렁
늦더라도 오는 편이 낫다 하셨는데,
넘 먼곳에 있어서 8월4일은 숨어 지내고,
9월1일에 나타나겠습니다. 모두 열공 하시길.
백년의 고독과 모든 저녁이 머물 때는 챙겨왔으니, 틈틈이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