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중국 문학기행 제5강 『시경』과 『서경』 중 『시경』 감상
◈ 『시경詩經』의 형성은 주나라 초기부터 춘추시대 중기까지 대략 기원전 1100-기원전 600년간(西周初年至春秋中叶) 5백여 년에 걸쳐 불렸을 것으로 추정한다.
◈ 명칭의 변천은 주 왕조가 채시관(采诗之官)을 통해 봄에 대중들의 삶(欢乐疾苦的作品)을 다룬 노래를 수집, 정리하여 작곡 담당자가 보곡谱曲, 왕에게 들려주었으며, 지배층은 그걸 통해 세상 민심을 파악했다.
◈ 공자의 시관: 공자가 “시삼백, 일언이폐지, 왈 사무사( 『诗』 三百, 一言以蔽之, 曰:‘思无邪’( 『论语』, 「为政第二」)”라고 했을 때의 ‘시’란 바로 현재의 『시경』 전체를 의미한다.
※ 하지만 사무사만이 만고의 진리는 아니다.
◈ 『모시毛詩』: 전한 시대에는 『시경』에 대한 해설서 격으로 『제시齊詩』 『노시魯詩』 『한시韓詩』 『모시毛詩』가 나왔다고 하나 유교적인 입장에서 시를 평가한 『모시毛詩』만 전하고 정치색이 짙었던 나머지는 없어졌다.
※ 시경을 읽을 때는 모시도 함께 봐야 한다. 모시를 꼭 기억하라. 만고불변의 시 정의이고 현재까지 이보다 더 좋은 시의 정의는 없다.
◈ 「모시서毛詩序」: “시란 뜻을 나타내는 것이니, 마음속에 있으면 뜻이고, 말로 발설하면 시가 된다. 감정이 마음을 움직이기에 말로 나타내는데, 말로서도 모자라면 탄식하게 되고, 탄식으로도 모자라면 노래를 부르게 되며, 노래로도 모자라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춤추고, 발도 뛰듯이 춤춘다. (诗者, 志之所之也, 在心为志, 发言为诗. 情动于中而形于言, 言之不足故嗟叹之, 嗟叹之不足, 故永歌之, 永歌之不足, 不知手之舞之, 足之蹈之也)
◈『묵자墨子』의 시 확대 해석 「공맹公孟」에서 “읊는 시 3백, 현악기로 연주하는 시 3백, 노래로 부르는 시 3백, 춤추는 시 3백(誦詩三百, 弦詩三百, 歌詩三百. 舞詩三百)”이라고 축약했다.
※ 그러니까 시경은 읊어도 좋고 현악기로 연주해도 좋다. 노래해도 좋고 춤춰도 좋다. 시는 음악이자 무용이다. 바로 종합예술이다.
◈ 『시경詩經』의 목차 구성은 민중의 생활상을 다룬 국풍國風, 궁중악으로 귀족문학에 속하는 아雅, 역시 귀족문학으로 종묘 제사를 다룬 송頌으로 이뤄져 있다
◈ 정과 변의 차이: 주제별 분류에서는 장(正)편이 태평성대의 세태를 그렸다면 변(變)편은 국풍이든 궁중이든 사회비판을 다뤘다는 사실은 이미 고대부터 문학예술이 지닌 본래의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궁중 시인 아雅편에서도 정正과 변變에 따라 그 내용이 현격하게 달라진다. 사회비판을 다룬 변에서는 그게 국풍이든 아편이든 송편이든 상관없이 대중들의 삶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난다.
◈ 『시경詩經』은 그 표현 양식에서 부賦, 비比, 흥興이란 기법을 들어 시 창작의 3의三義라고 하며, 이것 역시 문학 예술의 근본적인 기법도 여러 가지임을 시사해준다. 부賦는 소재를 직접 서술敍述하는 기법을 뜻하며, 비比는 묘사하고자 하는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는 방식이고, 흥興은 다른 사실을 먼저 거론한 뒤 주제를 들어 연상시키게 하는 법이라고 하나 약간 애매하다.
◈ 대표작 「관저」 감상: 풍, 아, 송 세 분류에서 보듯이 인정 세태를 노래한 건 풍으로 단연 문학성이 가장 뛰어나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주남周南’편 맨 앞에 실린 “요조숙녀 군자호구 (窈窕淑女,yǎo tiǎo shū nǚ, 君子好逑)”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오는 연애 시 「관저关雎」다.
공자가 “즐거워하면서도 음란하지 않고, 애틋하면서도 마음을 상하지 않는다.”(關雎樂而不淫, 哀而不傷) (『논어』 「팔일八佾」(천자 제향 때 추던 춤) 20) 라는 내용으로 군자들이 느끼는 환락의 최고경지를 그린 표본으로 삼는 작품이다.
◈ 연애 시의 인기: 문학사의 노른자위인 남녀상열지사相悅之詞가 가장 성행했다. 유학적 관점에서는 이를 ‘음란성’이라 비판하며 그런 작품을 ‘정성鄭聲’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현대적인 관점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진솔하게 그린 것으로 평가하는데, 「마른 잎(萚兮)」이나 「 얄미운(狡童)」이 있다.
◈ 「마른 잎」 감상: 마른 잎 시든 잎은/바람 뜻대로!/총각들이 눈짓하면/그의 뜻대로//(…)
※ 이 시는 바람둥이 여자를 묘사한 시다. 공자는 이 시를 싫어하면서도 뽑았다. 자기 기준으로 하지 않고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였다.
◈ 사회비판 예: 「빈풍豳风」의 「동산에 끌려 나와(東山)」는 전장에 징집당했다가 귀향하는 병사의 심경을 통해 반전의식을 그렸고, 「패풍邶风」의 「나날이 여위면서(式微)」는 과중한 징용의 부담에서도 벗어날 길 없는 처지를 노래한다. 「위풍魏風」의 「에헤야 박달나무(伐檀)」는 유한계급의 향락 행각에 강한 반감을 가진 노동자들의 야유가, 「쥐야 쥐야(碩鼠)」는 궁핍으로 살던 곳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빈민들의 호소이다.
◈ 궁중 시도 사회비판을 하였는데 아雅편에서도 변소아變小雅에서는 사회비판의식이 오히려 국풍의 변풍에 뒤지지 않게 신랄하다. 「4월에 진서리가(正月)」는 내란이 심해진 사회의 혼란상을 적나라하게 그려준다. 말세혼군末世昏君을 만나면 온 나라가 환난과 위기를 맞아 얼마나 참담해지는가를 13장에 걸쳐 묘사한 이 작품은 어느 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국가비상사태를 보여준다.
◈ 현신도 바보 되기 “저기 저 아무 죄도 없는 백성들/누구로 해 남의 나라 종이 된다니(민지무고/병기신복, 民之无辜,并其臣仆)”에 이르면 이미 남의 나라에 정복된 상태를 말하며, 이런 처지의 왕과 어울리면 어떤 현자도 천치가 될 수밖에 없음을 노래한다.
◈ 무식한 통치자의 극치 우둔한 군주가 통치하게 되면 온 천하의 백성과 자연현상까지도 말세 증상을 드러낸다고 한탄한 것이 「10월달 되자(十月之交)」이고, 이 지경에 이르면 이미 정치는 암담해짐을 노래한 것이 「아득히 넓고 넓은(雨無正)」이다.
◈ 풍자의 극치 어리석은 왕이 간신들에게 농락당하는 걸 그린 「교묘한 말(巧言)」이나,「저 하늘의(小旻)」도 볼만하다.
◈ 요녀 질타 시: 요녀妖女를 질타한「우러러 본대도(瞻卬)」는 유학적인 입장에서 여성 정치 불가론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나라를 망친 궁녀들의 추행을 비판한 것으로 읽는 게 좋다.
※ 하. 은. 주가 여자 때문에 망했다. 하여 유교가 지배하던 시대는 여성 불참 정치 시대이다. 경가지색. 경부지색. 경국지색. 경천지색 등의 말이 이때 나왔다.
제2부 합평: 김유 / 이영옥 / 이문자 / 소지연 / 오정주 / 조선근 / 신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