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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동주’    
글쓴이 : 오길순    19-01-11 19:49    조회 : 4,575

                                              영화동주

                                                                                                오길순

강인하고도 부드러운 사람, 청려장 지팡이처럼 든든한 친구를 둔 이는 얼마나 행복하랴. ‘나만 믿으라던 친구가 죽음까지 동행했다면, 불행도 위로가 되지 않을까? 질곡의 역사는 그들을 천상의 우정으로만 남겨 놓았다. 내외사촌인 윤동주와 송몽규가 후쿠오카 감옥에서 마루타로 스러질 때 얼마나 비참했을까? 1945216, 해방 6개월을 앞둔 29세 동주는 스러졌다. 감옥에서 외친 마지막 외마디는 약소민족의 한이었을 것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저자 윤동주 시인, 영화<<동주>>는 청려장처럼 부드럽고도 강인한 송몽규의 진면목을 부각시켰다. 불우했던 시대 독립운동 죄목으로 희생된 지 70년이 된 때 더욱 가슴 울리는 영화 동주였다.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한 시인의 조국애와 사랑, 번민과 우정이 더욱 빛나 보였다. 세계 여러 나라에 동주 시인의 시집이 번역출간 되었으니 이제 불멸의 시인이라 해도 지나지지 않을 것이다.

동갑나기 송몽규는 문학사의 한 쪽에 조용히 자리했다. 1945년 후쿠오카 감옥에서 먼저 세상을 뜬 동주 시인의 소식을 전한 이도 몽규였다. 그도 37일 사망한다.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동주 시인을 따라 간 것이다. 그리고 나란히 묻혔다. 유학시절과 생체 실험까지 함께 당한 우정을 몽규의 인간애로 부각시킨 <<동주>>가 더욱 반가운 이유였다.

이준익 감독, 강하늘, 박정민, 김민우, 최홍일 주연인 <<동주>>는 흑백필름이어 더욱 어둡고 애절했다. 1930,40년대 바람 앞의 등잔불처럼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슬픈 애국독립운동사가 어둠처럼 조명되었다. 한글을 잃고 창씨개명을 피할 수 없었던 문학청년, 사모하는 여성조차 동주에게 소개해주는 몽규의 인품도 가슴에 아려왔다. 일찍이 <숟가락>이라는 단편으로 동아일보에 당선된 그는 동주보다도 앞선 청년문사였다. 동주가 시를 쓴 까닭도 몽규 때문이라니 죽음까지 동행한 인연이 거룩하기만 하다.

너는 시를 쓰라, 나는 총을 든다동갑나기 아우를 향한 격려와 의협심은 문필로 가다듬어진 애국심이었기에 가능했을 터였다.

만주 명동,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찾은 것은 20088, 연변 길림신문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한 후 백두산천지를 돌아올 때였다. 일송정 대신 윤동주 생가로 향했을 때, 흠모했던 동주시인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벅찼었다.

윤동주시인 생가라는 안내 비 너머 명동교회 자리였다는 생가가 보였다. 조촐한 한옥의 맑은 햇볕도 시인처럼 깨끗해 보였다. 문도 없는 대문으로 들어서니 <자화상>이 쓰인 둥근 우물뚜껑을 만지기도 두려웠다. 시인이 그 속에 들었을 것 같아서였다.

길가 노란 씀바귀 꽃 한 줄기를 그의 사진 앞에 헌화했다. 가슴이 뛰었다. 슬픔은 늙지도 않는가. 사각모를 쓴 잘 생긴 아들 옆에 걸린, 젊은 시절 그의 어머니가 애달파보였다. 건립함 속에 박물관 건립기금을 조금 넣고는 그의 시어들을 상기했었다.

생가를 둘러싼 옥수수 밭 너머에 해란강이 있었다. 그런데 가뭄에 실개천 수심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2만여 독립투사들의 활동 무대, 이름조차 여러 번 바꾸며 독립운동을 한 무명선구자들, 옥수수 밭에서 불어오는 열풍은 지난 날 투사들의 입김인 양 가쁘고도 뜨거웠다. 시간은 빛나는 역사도 허공에 퇴적해놓고 거대한 물결로 사정없이 풍화 작용을 했나 보았다.

연희전문시절. 누상동에서 시인과 함께 하숙했던 정병욱은 섬진강변 자기 집에 동주가 맡긴 시집을 숨겼다. 훗날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국문학자인 그가 아니었으면 우린 동주시인을 영영 못 만났을지도 모른다.

경향신문기자였던 강처중도 시인을 알린 귀한 친구였다. 몽규와도 친구였던 강처중은 시인의 삼년상에 시인의 시집을 발간했다. 교수인 정지용에게 서문을 부탁하고 자신은 발문을 썼다고 한다. 시인의 시와 책상 등 유품을 모두 내놓았으니 청려장 같은 우정이 뭉쳐진 시집이 더욱 소중하기만 하다.

시인의 두 친구, 죽음까지 동행한 동주 시인이 부럽기도 하다. 그들은 팔꿈치가 없는 긴 팔에, 팔보다 긴 수저를 매달고, 둥근 두레상에 앉아서 오늘도 파안대소를 할 것도 같다. “너만 믿는다.” 서로가 청려장이 되어 농담을 하면서...

 

     (마음의 양식 <<행복의 나라로>> 2018.3.23.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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