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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렁이와 딱딱이    
글쓴이 : 박병률    23-03-02 20:52    조회 : 3,155

물렁이와 딱딱이

                                                           

  추석을 며칠 앞두고 소래포구에 들렀다. 바닷가 옆 난전 어시장에는 파라솔이 즐비하고 장사꾼들이 땅바닥에 자리를 깔고 꽃게를 팔고 있었다.

 “자 꽃게를 가져가요. ‘딱딱이는 간장게장 되는 거야, ‘물렁이는 간장게장 하면 간장이 속에 들어 있어 못 먹어!”

한 발치 건너 다른 분이 목청을 높였다

 “딱딱이 배꼽을 눌러 보세요. 죽어서 그렇지 속이 꽉 찼어요.”

 꽃게가 풍년이고 장사꾼 아주머니들의 호객행위(?)로 시장은 시끌벅적했다.

 “횟감용 간자미 한 바구니에 만 원~.”

 “소라가 이 키로에 만 오천 원~.”

 “밴댕이 횟감 만 원~.”

 소래포구는 인천 남동구에 있는 어항으로 서울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어시장에서는 그날그날 어획한 생선을 팔고 특히 꽃게잡이 철에는 꽃게를 사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포구에는 몇 척의 배가 정박해 있고 갈매기 한 마리가 파라솔 위에 터줏대감처럼 떡 버티고 있다. 장터에는 장어, 가리비, 전복, 소라, 전어, 갑오징어, 새우 등 온갖 생선이 살아 숨 쉰다.

 나는 꽃게무침을 좋아한다.

 꽃게무침은 간장, 고춧가루, 매실액, 조청, 설탕, 마늘, 생강, 파 등을 넣고 쓱쓱 버무리면 맵고 달콤해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감칠맛 나는 꽃게무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살아 있는 꽃게를 바라만 봐도 입에서 군침이 돌았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꽃게 파는 아주머니한테 물었다.

 “아주머니 꽃게가 1 키로에 얼마예요?”

 검지손가락 하나를 펴 보였다.

 “살아있고 딱딱한 것은 이만 원, 죽은 건 만 오천 원, 물렁이는 칠천 원이오.”

하며, 손가락으로 게를 눌러보라고 했다.

 아주머니가 가르쳐준 대로 꽃게를 손으로 눌러봤다. 배꼽을 눌렀을 때 손가락이 안 들어가는 것은 딱딱이라 불렀고, 손가락이 들어가는 것은 물렁이라 불렀다. 딱딱이는 간장게장이 되고 물렁이는 지져 먹고 된장찌개 끓일 때 넣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딱딱이와 물렁이가 겉보기에는 똑같은데 물렁이가 헐값에 팔리는 걸 보니 궁금했다.

 “물렁이랑 딱딱이랑 크기가 같은데 물렁이는 사람들한테 왜 푸대접을 받아요?”

 라고 묻자, 꽃게 파는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따, 그것도 모르요! 사람도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있고 겉보기와 달리 진국인 사람이 있지라, 안 그러요?”

 “그거야 겪어봐야 사람 속을 알 수 있지요.”

 내가 한마디 거들자 아주머니가 신이 났다.

 “꽃게는 비슷해도 딱딱이 껍데기는 투박하고, 물렁이 껍데기는 덜 여물어서 자세히 보면 반질반질 윤기가 자르르 흐르요.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어서 딱 보면 내 눈에는 보이는디. 손님들은 게딱지를 손으로 눌러봐야 속이 찼는지 비었는지 딱딱이와 물렁이를 알 수 있지라, !”

 아주머니가 그럴듯하게 말하자 옆에서 구경하던 할아버지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게 아니라 꽃게가 크느라고 허물을 벗어요. 허물을 벗은 지 오래된 것은 게 껍데기기 단단하면서 속이 꽉 차고, 허물 벗은 지 얼마 안 되면 껍데기와 살도 무른 기라.”

 할아버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경꾼들이 나서서 ~” 하며 손뼉을 쳤다. 주위가 시끌벅적한 탓인지 파라솔 위에 앉아 있던 갈매기가 하늘을 날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시장엔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고 가을 햇살이 따갑다. 햇살이 꽃게 등에 앉아서 간지럼을 태우는지 꽃게가 꿈틀거릴 때, 아까 박수를 받았던 할아버지가 쪼그리고 앉아서 꽃게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어디 보자, 살이 꽉 찼나! 손가락이 안 들어가는구먼. 딱딱이 이걸로 삼 키로 주시요.”

라고 하자, 어떤 여자도 딱딱이 사 키로 주세요.” 했다.

 사람들이 살아있는 꽃게를 3kg, 4kg을 사 갈 때 물렁이는 찬밥 신세였다. 꽃게 파는 아주머니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사람도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있지라, ! 딱딱이는 껍데기가 투박해도 살이 찼고, 물렁이는 겉보기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지만 속이 비었다는 말을 했으므로. 과연 사람과 꽃게랑 어떤 연관이 있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꽃게무침을 하려고 살아있는 꽃게를 손으로 가리켰다.

 “딱딱이 오 키로 주세요!”

 

                        책과 인생 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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