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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삼치입니다    
글쓴이 : 김요영    12-05-14 17:25    조회 : 3,140
난 삼치입니다.
김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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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는 하얗고 담백한 속살에 등에는 멋지고 푸른 무늬가 있는 날렵한 몸을 갖고 우리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맛있는 생선이다. 먹는 삼치는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지만 난 백해무익하고 즐거움과는 전혀 무관한 삼치이다. 이 정도면 대략 전말이 드러난 셈이다. 즉 나의 삼치(三癡)란 음치(音癡), 박치, 몸치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말이다. 게다가 덤으로 길치 까지 보태면 그야말로 환상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삼치라고 생각해서 포기하고 살아왔지만 요즘에는 그래도 거기에서 탈출하고 싶어 궁리에 궁리를 거듭해도 방법이 없다. 탈출하고 싶은 까닭이 음주가무를 즐기는 우리의 문화 때문이라고 하면 조금 설명이 되려나. 대부분 각종 모임과 회식은 식사와 더불어 가벼운 반주로 시작하게 된다.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 오가고 기분이 좋아지면 2, 3차까지 각종 술을 섭렵하고 그 다음엔 항상 노래방에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끝이 나게 마련이다. 이런 독특한 우리만의 문화를 즐기자면 음주는 봐준다고 쳐도 가무는 안하고는 못 배긴다.
이렇게 노래방까지 입성을 하면 삼치의 조건을 다 갖춘 나로서는 탬버린을 흔들면서 계속되는 노래에 흥을 돋구어 주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음치에다 박치까지 겸비한 내가 무엇인들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적당히 넘어가려고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빠져보려고 애를 쓰지만 결국에는 별수 없이 마이크를 쥐게 된다. 난감한 순간이다. 어지간해야 명함을 내밀지 흥이 깨지는 것이 눈에 보이듯이 뻔한데 자꾸 재촉하는 사람들이 야속하기만하다.
겨우 떠밀려서 시작을 하게 되면 눈치 빠른 주위의 몇 사람이 자연스럽게 도우미를 자청하고 나선다. 대충 얼버무려가며 휩쓸려 노래를 끝내기가 무섭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쥐구멍 찾듯이 구석자리로 숨어버린다.
노래가 있으면 춤이 동반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나무토막 처럼 뻣뻣한 몸의 소유자인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좌우로 왔다갔다하며 리듬만 타는 일 뿐이다. 이런 순간마다 노래와 춤을 평균이하로 낳아주신 부모님을 한껏 원망하면서 그저 빨리 시간이 가기를 기다린다.
삼치를 없애는 묘약이라도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세상에 그런 약은 존재하지도 않으니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후하게 봐줄 수도 있지만 길치에 이르면 더더욱 곤란해진다. 길눈이 어두워 적어도 세 번은 가야 겨우 눈에 익으니 어딜 가든 꼭 동행이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갔다 어두워져 집으로 돌아가던 중에 동네 한가운데서 그만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무심한 친구는 대문 앞에서 잘 가 라는 한마디로 나를 배웅하고 이미 집안으로 사라졌고 난 오던 길을 되짚느라 식은땀을 흘리며 한걸음도 떼지 못한 채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한참을 서있어야만 했다. 그렇게 당황했던 순간을 두어 번 더 경험한 후로는 그 사건들이 두려움으로 내 기억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가 시시때때로 나를 괴롭혔다. 특히 내가 찾아가야 할 장소가 낯선 곳일 때는 기억속의 그때처럼 몸이 저절로 알아서 긴장을 하곤 했다.
그런 연유로 길 찾기는 영 젬병이다. 아예 두려움에 혼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살았다. 그러니까 길치가 된 건 당연지사이고 삼치에 그것마저 들러붙어 못난 사람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러한데 누구를 탓할 것도 없고 타고난 팔자인 걸 어떡하겠는가 말이다. 그저 생긴 대로 인정하며 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러니까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배짱으로 살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만 고달파질 게 분명하다.
삼치의 운명을 갖고 태어났으니 신이 공정하다면 남다른 재주 하나 쯤은 주었을 것이라고 자신을 합리화 시키지만 아직도 그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재주가 무엇일까. 자못 궁금해진다. 그러나 뛰어난 재주보다는 그저 하루하루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또 내 손길이 필요한 일을 찾아 남은 인생을 살다보면 신은 그 보상으로 덤을 살짝 얹어주실 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여 욕심은 금물이다.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 인간들의 모든 과실은 욕심에서 비롯한 것임을 모르는 이가 얼마나 될까. 알고 있으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실천이 어렵다는 말이다.
이제는 숨기지도 않고 잔뜩 주눅이 들어 머뭇거리지도 않으련다. 태어 난대로 살면 그뿐 노력해도 안 되는 문제를 잡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오늘도 삼치인 나는 길치의 어려움을 안고 외출을 준비한다.
(2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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