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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타사의 종소리    
글쓴이 : 오길순    23-10-31 12:30    조회 : 1,516

미타사의 종소리

 

 

 

하늘에는 북두칠성이 떠 있고, 땅에는 지장보살 이 서 계셨다. 모든 악업에서도 해탈시켜주신다는 지장보살님이 하늘의 칠성님과 함께 세상을 아우르고 있는 듯 신비해 보였다. 허공에 겹겹이 존재하던 것들이 얽힘도 없이 주파수를 보내면 그 신호가 서로 고이 만나는 게 인연이라던가. 미타사의 겨울밤은 세상 모두를 인연으로 아우르려는 듯, 한 덩이 어둠으로 뭉쳐 있었다.

몇 년 전, 음성 미타사로 향했다. 30여 년 전 서울교대부속초교에서 근무했던 동료들, 다울회이다. 퇴직 무렵 동화작가가 된 김일환 박사가 미타사 템플스테이를 위하여 일한다는 소식을 들은 터였다. 온화하고 다정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인 그는 우리와 청춘을 불사른 교육현장의 이력이 있다.

여남은 회원들은 중부 국도를 달렸다. 서울에서 음성을 향한 산천은 영원한 우정처럼 끝없이 이어진 설경으로 우리를 반겼다. 좀 더 정돈된 삶을 살고 싶은 적이 있었다. 이번 미타사 템플스테이 12일이 조금은 채워줄 듯싶었다. 수행자의 묵언수행을 조금이라도 닮아보고도 싶었다.

미타사는 도량이 넓었다. 가섭산을 병풍 삼아 가슴 큰 사나이처럼 우리를 맞았다. 저승길 광명이라는 듯, 안식이 업장 소멸이라는 듯, 동양 최대의 금빛 지장보살이 납골당인 추모공원을 가만히 껴안고 있었다. 널직한 바위에 새겨진 부처님상, 마애여래 입상으로도 유명하다.

범종각 경험은 특별했다. 둥글고 긴 원통형 종목으로 범종을 두드릴 때 가슴이 떨렸다. 유년의 교회당 새벽 종소리를 듣는 듯 설레었다. 어둠을 달려가는 무게 420관의 범종 소리! 저 아랫마을 사람들도 날마다 범종 소리로 번뇌를 씻어내리라.

세상일 마음대로 해도 된다면 인간은 얼마나 교만해질까? 통나무 정수리를 도끼로 정확히 패야 장작이 잘 쪼개지듯, 범종 치는 법도 있었다. 대상을 귀히 여기며 옆구리를 부드럽게 칠 때 소리도 바르게 답한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영혼의 소리가 범종 소리라는데, 힘보다 지혜가 세상 사는 법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았다.

모닥불도 피웠다. 장작더미에 불을 긋자 금세 잉걸불이 되었다. 지그재그로 쌓아 올린 키 높이 모닥불이 얼굴까지 태울 듯 무서운 화염으로 다가올 때, 문득 등신불이 떠올랐다. 한 생애 묵언수행 다 마친 노승이 가부좌한 채 스스로 소신공양한다는 등신불. 탈대로 다 타버린 저 장작 잿더미에 금물을 입히면 금빛 찬란한 나무등신불이 되리라. 일생을 헌신한 참나무 장작 잿더미 앞에서 숙연해졌다.

우리는 대부분 스카우트 대장 경력이 있다. 지금은 교장 교육장으로 은퇴한 분들이지만, 4,5,6학년 수백 명 학생과 23일 야영훈련을 갈 때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상비약을 철저히 준비하고도 기도가 간절했다. 소낙비 내리는 밤, 텐트 끝에 삽으로 깊게 판 도랑에 폭포처럼 흐르는 물길이 잘 흐르기를 기원하며 밤을 꼬박 지새운 적이 있다. 찬란한 아침 해를 보는 순간, 하늘에 경배하고 싶었다. 인간은 자연이 돕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걸 그 밤 알았다. 팔당 가평 등에서 사제동행 호연지기를 길렀던 아이들은 지금 세계 속의 장정으로 성장했으리라.

이튿날, 새벽같이 산길을 올랐다. 숙소에서 900미터쯤 떨어진 극락전 주변에 식당이 있었다. 한 끼 식사를 위해 아니 갈 수 없는 그 길, 숲에서 나온 소나무 정기에 가뿐 호흡이 청정해지니 이 아니 홍복인가.

그런데 저것은 무엇이지? 절 마당 삼층석탑을 두르듯 붉은 섬광으로 떠오르는 불덩이! 형언할 수 없이 찬란한 원광에 함성을 질렀다. 그토록 붉은 해는 난생처음인 양 만세를 불렀다. 어쩌면 지난밤 나무의 등신불이 재탄생한 듯, 환희로웠다. 세상 만물 중 뜻 없는 것이 있으랴! 해의 주파수와 내 영혼의 주파수가 절에서 인연이 된 그 순간, 찰칵! 일출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마침 1000일 기도 중인 비구니스님이 지나셨다. 얼굴이 맑으셨다. 알고 보니 10년 기도가 목표라고 하신다. 성스러웠다. 세상 향한 발복기도로 그리 야위신 것도 같았다. 무릇 우주를 광명으로 지켜내려는 종교의 힘, 그분의 맑은 얼굴에서 원광이 우러나오는 듯, 경외스러웠다. 졸시미타사의 종소리 시상이 단숨에 그려졌고, 훗날 이는 시집의 제목까지 되었다.

 

미타사의 종소리


미타사 고요한 밤/서른 세 번 범종소리

가섭산 적막 속을 /풍경처럼 잦아들 때

하늘도 낮은 별자리 은하수로 빛나네

 

저 언덕 넘고 넘어 /사무쳐 돌아온 건

한 번은 그대 위해/또 한 번은 세상 향해

애달픈 회향의 소리 길손 숙연하여라

 

여승님 천일기도/독경은 무음인데

극락전이 피안인 듯/연꽃처럼 번진 미소

천년을 돌아와도 향기로울 일심이여

 

 


미타 법보 202311월 제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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