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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찔레꽃    
글쓴이 : 백봉기    12-08-10 11:27    조회 : 3,771
 
 찔레꽃
                                                                                                        백 봉 기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마음을 차분하게 붙잡는 노래가 있는가하면 들을수록 흥을 돋우는 노래도 있다. 어떤 노래는 슬프다 못해 죽음을 부르는 충동까지 느끼게 한다.
 장사익이 부르는 노래는 슬프다. 같은 노래라도 장사익이 부르면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한이 묻어난다. 그래서 장사익의 노래를 ‘죽음을 부르는 노래’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특히 그가 부르는 <빛과 그림자> <봄날은 간다> <동백아가씨>는 상처 있는 사람들에게 더한 아픔과 위로를 준다. 이들은 이미 다른 가수가 부른 히트곡이지만 장사익이 부르면 느낌이 다르다. 애간장을 녹이는 절제된 느낌이라고 할까.
 나는 장사익의 노래 중에 <찔레꽃>을 좋아한다. 내가 장사익의 노래를 직접 들은 것은 한국산문작가협회 행사 때였다. 초청가수로 나온 장사익은 인기가 최고였다. 그날 나를 홀리고 감동시킨 곡이 <찔레꽃>이다. 듣는 순간 가슴이 휑했다. 찔레꽃 향기가 왜 목 놓아 울만큼 슬펐는지는 모르지만, 하얗고 순박해서 슬프고, 별처럼 달처럼 외로워서 서러웠다는 그의 노래에 공감이 갔다. 그 뒤로 나는 <찔레꽃>을 셀 수없이 읊조렸다. 가사도 그렇지만 거칠고 탁한 고음으로 토해내는 그의 목소리가 마치 척박한 땅에서 가시를 달고 사는 찔레꽃만큼이나 슬프고 가슴 시렸기 때문이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 놓아 울었지.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새워 울었지~♪

 시골에 가면 지천으로 깔린 찔레꽃, 어떠한 환경에서도 뿌리를 깊게 내리고 결코 말라죽지 않은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찔레꽃, 매년 5~6월이면 장미와 함께 피지만 예쁘고 화사한 장미에 가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작고 가련한 꽃, 하지만 그 찔레가 소리꾼 장사익의 인생을 바꿨다. 고등학교 졸업 후 25년간 갈아 치운 직업만 14개, 한 때는 전주대사습놀이에서 태평소로 장원을 차지하여 한국 최고의 태평소 연주자가 되기도 했지만, 그의 인생은 45살이 넘어서야 빛을 보게 되었다.
 5월 어느 날, 마루에 앉아 있는데 앞에 있는 장미넝쿨에서 밀려오는 처음 맡아보는 은은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그 향이 너무 좋아 화단 아래로 내려가 냄새를 맡았는데, 그 내음은 장미향이 아니라 장미 뒤에 숨어 있는 보잘것없는 찔레꽃의 향이라는 것을 알았다. 순간 '아~ 이게 바로 나였구나! 화려한 장미 뒤에 숨어 핀 볼품없는 찔레꽃이 이렇게 그윽한 향을 내다니······' 잠시 그는 지난날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다 곧바로 펜을 들었다.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는 이 세상을 향하여 울부짖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것이 지금 가장 한국적인 목소리를 내는 소리꾼 장사익을 만든 노래 <찔레꽃>이다.
 
 찔레의 꽃말은 ‘고독’이다. 그래서 별처럼 슬프고, 달처럼 서러운 꽃이라고 했는지. 찔레는 내가 살던 시골마을에도 많았다. 특히 물기가 적고 모래가 많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랐다. 어렸을 때는 찔레순을 꺾어 먹기도 했다. 찔레껍질을 벗기고 연한 순을 먹으면 달짝지근한 맛이 났다. 그러다가 새순이 자라 하얀 꽃을 피우지만 작고 보잘것없어 아무도 꺾어나 굽어보지 않았다. 오히려 가시에 찔린다고 집근처에 있는 찔레는 낫으로 베어내는 일이 허다했다. 그런 찔레가 장사익의 눈에는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으로 보였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보잘것없는 꽃이지만 그가 뿜어내는 향기에서 새삼 찔레처럼 살아온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찾았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찔레꽃>은 한 많고 상처받은 인생들에 던지는 꿈과 희망의 노래인 듯싶다. 그런 장사익이 어제 밤, 송창식, 인순이와 함께 KBS특집콘서트에 출연해 또 한 번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찔레꽃>를 불렀다.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자고로 장미의 계절이 왔다. 벌써부터 꽃구경 가자는 이야기가 들린다. 올해는 장미의 아름다움보다 그 뒤에 숨어 사는 작고 보잘 것 없는 찔레꽃을 만나고 싶다. 장사익이 보았던 별처럼 슬프고 달처럼 서러운 꽃, 오직 하얗고 순박한 찔레꽃처럼, 내 안에서 풍기는 향에 만족하는 삶을 되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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