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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가 소설을 통해 표출하고 싶었던 궁극의 메시지
“자기 나라에 좋은 역사만을 젊은 세대에 전하려는 세력과 맞서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금 어디에 있니》는 문학평론가 김응교의 하루키 소설 비평집으로, 역사적 트라우마에 저항하는 단독자로서의 하루키가 투영되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비평서들과 차별되는 새로운 관점의 하루키 읽기다.
이 책은 2020년에 발간된 《고양이를 버리다》를 통해 새롭게 보게 된 작가 하루키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30세에 펴낸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1992년 출간된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까지 초기 여덟 작품을 세밀하게 다룬다.
이 책의 제목인 ‘지금 어디에 있니’는 《노르웨이의 숲》 마지막에 미도리가 주인공 와타나베에게 거푸 묻는 말이다. 상실을 겪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순례하는 하루키 초기 소설을 관통하는 팽팽한 질문이다. 이는 곧 하루키가 늘 스스로에게 던진 자문이자, 누구나 품고 살아야 할 근원적인 물음이라는 공감대가 있다.
특히 하루키 소설과 더불어 성장한 하루키 마니아들에게 이 책은 막연했던 하루키의 매력을 구체적으로 통찰하는 계기를 선사한다. 예를 들어 일명 ‘쥐 3부작’이라 일컫는 하루키의 초기 작품에서 ‘쥐 인간’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 ‘양’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들은 어떤 식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등등 스토리에 묻혀 드러나지 않았던 의미들을 하루키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함께 만나게 될 것이다. 이뿐 아니라 하루키가 전하고 싶어했던 주요 키워드인 의식와 무의식이 하루키 소설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살피며, 하루키라는 얽혀 있던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과정에 동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