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일이 내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것은 이미 잘 알지만 거저 얻어지는 것 또한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허나 늘 잊고 지내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난 느낀다. 두 해 전에 뒤늦게 취업을 하려 이력서를 작성하는데 한 장 쓰는 게 얼마나 힘이 들던지 지난 기록을 옮겨 적는 과정도 이리 어려운데 자기 소개서라도 첨부 하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유난히 글을 쓰는 일이 나는 두렵다. 그렇다고 다른 것을 잘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유야 어찌 되었든 글쓰기 수업을 받고 있는 지금 난 늘 이런 수업인 줄 알았으면 아마 수강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설사 몰랐다 하더라도 이미 진행되고 있고 3주차에 참석했을 때 강의 내용을 들어서 알고 있는 채로 한 달이 지났고, 이 달도 이미 3주차에 들어서고 있다. 매 시간에 나누어 준 글도 정독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나는 자신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니?’라고 반문 하여 보았다. 그러다 깨닫게 된 사실은 다시 살아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나의 원형 같은 열등감이 빛을 받자 없어졌다고 늘 안타까워하던 열정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 더듬이가 문화센터 카탈로그에서 영국문화를 포착했고, 자기 소개서와 이력서라는 단어에 닿은 것이다. 혹시 다시 쓰게 될 이력서나 지우에게 앞으로 필요하게 될 자기 소개서를 임헌영 교수에게 배워서 근사하게 잘 써 보겠다는 속셈에서 용기를 내서 투자를 하게 되었다. 적어도 내 의문에 맞는 정답을 주시는 줄 착각하고 들어와 보니 상황은 달랐다. 헌데 난 계속 잘못 알고 신청 하였다는 반복만 하고 있다. 수업에서 배운 김옥남 선생의 표현이신 지정대고 있는 것이다.
난 계속 지정 댈 것인가?
아니면 나도 무엇인가 일상을 정리 할 겸 쓸 것인가?
그래 쓰자! 어렵게만 생각 말고 나의 일상을 써서 보자.
문학과는 서리가 먼 나이지만 이번 글쓰기를 통하여 나의 마음을 한번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말만 해도 목소리가 높아지고 바로 흥분되는, 그러면서 아닌 척 중간에 내 안으로 구겨 넣어야 하는 것들을 이참에 글로 털어내며 정리 해보는 거야. 그리고 글로 적어 보면 일단 나의 생각이 나와 떨어져 객관화된다는 것을 수업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직접 써서 입체적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어진다. 잘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지금의 나를 써내려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나를 보는 거다. 그러면서 내 마음도 알고 사건도 보는 거야.
앞으로 내가 쓰는 글들은 나의 옷들이라 부르고 싶다. 옷은 입은 사람이 살아온 삶이란 생각이 들어서 이다. 이제부터는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으며 살자. 언니 옷 그만 입고 남의 옷 그만 부러워하고 지금 갖고 있는 내 옷에 감사하며, 잘 세탁 하고 손질 하여 나를 꾸미며 입고 지낼 것을 나와 약속한다. 여유가 된다면 내가 입고 싶은 소재의 천으로 만든 심플한 디자인의 옷을 조금은 다양하고 밝고 환하게, 때론 멋지게 검은색, 무채색으로 아무튼 다양한 옷감과 디자인의 옷을 입을 것을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 한다. 피곤하지만 행복하다.
우선 내일은 봄이니 핑크 바바리를 입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