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그막에 들어선 나의 가장 큰 기쁨은 무엇보다도 늦둥이 아들녀석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자주 본다.. 스마트폰에는 아들이 학부 졸업식 때 우등생, Honored student (Summa Cum Laude) 표시가된 가운을 입고 찍은 사진과 녀석의 외국인 지도교수 부부와 우리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도 들어있다. 어느자식이 사랑스럽지 않으랴마는 어릴 적부터 내 속을 많이도 썩인 녀석이기에 나의 기쁨은 두 배다.
나이 40을 넘겨얻은 늦둥이아들은. 어릴 적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유별나 많은 모형자동차들을 수집했고 자동차 관련 잡지는어디서 구해오는지 열심히도 탐독했다. 하지만 성적은 부진했는데 단 한가지 우수한 과목은 수학이었다. 저학년 때는 덧샘 뺄샘을 뒷자리가 아닌 앞자리부터 계산하는 신기한 모습을 보였다. 계산결과는 맞았지만 낯선 방식이 불안했던 나는 아들의 방법을 인정해주지 않고 일반적인 방식대로 고치려 무던히도애를 썼다. 옛날 어른들이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바로잡으려 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의 노력은 성과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아들의 학업 의욕을 없애는 결과였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본인한테 맏겨 놓고, 많은 시행착오를 격게하는 것이좋은 방법이 아니었을 가 라고 미안할 뿐이다. 아들은 자동차와 컴퓨터 등 좋아하는 몇 가지 분야에만열정을 쏟은 것 같았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모습에 우리 부부는 초조함으로 속앓이를많이 했다.,결국 삼수 끝에 그저 그런 대학에 간신히 입학은 하였으나 부모자식간에 서로가 불편했다.
자동차와 컴퓨터로 보아 공학이 적성에 맞을 것이라 판단한 우리부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유학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고생을 하면서 정신력도 강해질 것을 기대했고서로 불편한 대면을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했다.
유학 초기에 아들은 여러 차례 자동차를 사달라고 졸랐지만 아직은어리고 이제 적응해가는 단계니 당장은 필요치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묵살하였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는지아무 상의도 없이 혼자서 30만 km 정도 주행한 고물 자동차를가까운 지인에게서 저가로 구입했다가 급기야는 대형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비탈길에서 핸들이 잘 작동하지않아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중형차와 정면 충돌한 것이다. 천우신조로 목숨은 구했지만 왼쪽 어깨와허벅지 인대에다 내장까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고 고물 차는 운전석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형체도 없이 파손되어 폐차처리를 했단다..
미국에서 치료하려니 의료 시스템 등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아급히 국내로 데려와서 큰 병원에 2개월간 입원치료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들을 애처롭게 바라보면서 나는 본의 아니게 인색한 아버지가 된 것을 후회했고 내 마음 편하고자 유학을 보냈다는자책감에 괴로웠으며 공부는 안 해도 좋으니 제발 완치되어 건강해지기만 간절히 기도했다.
다행이 아들은 위기를잘 넘겼고 몸도 마음도 스스로 관리 잘하여 완전히 회복된 것은 물론 사고의 대가(?)로 군 면제가 되어 2년이란 시간도 벌었으니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1년 전 졸업식 때만난 아들은 키도 큰 것 같았다. 떡 벌어진 어깨에 다부진 근육이 아비인 내가 봐도 참으로 단단해 보였다..
28세 청년으로 성장한아들에게 이제는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넘어 정신적 맨토의 역할까지 해주고 싶은 게 나의 희망사항이다. 아들은유학 초기에는 어학연수와 단과대학 2년을 마치고Virginia-Tec 3학년 기계공학과에 편입 하였다. 그 이후 잘 적응하여 전 과목 A학점을 유지하여 장학생 및 우수학생(Dean’s Listing) 로선발되었고, 석사과정 5개월 만에 박사과정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2년 차 공부 중이다. 조교(GTA)로도발탁되어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까지 지원 받아 통장 잔고가 쌓이니 무척 행복해 하고 있다. 또 자격시험합격 선물로 내가 사준 최신형 스포츠 자동차로 옛날 고물 차의 기억을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사고의고통도 이제는 추억이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들은 중,고등학교에서는전과목을 평균하여 성적순을 정하니 항상 중위권이어서 의욕상실이 된 것 같았으나, 미국에서는 전공분야위주로 평가되니 자기가 강한 수학, 물리, 화학과 전자 등에서두각을 나타내 여 외국학생들과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교통사고 이후 정신적으로 많이성숙 된 것 같았다.
어릴 적 자동차에 심취했던 아들은 항공기의 추진체 분야를 전공하고있는데 교수가 될 생각도 있는 듯 한다. 멘토로의 나의 생각은 신기술 개발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산업현장에서 경륜과 실적을 쌓는 것이 유망 하다고 제시했다. 그러고 나서 기회가 오면 자기 분야의 사업에도전하는 것도 바람직한 길이 아니겠는가? .멘토인 아비를 이해하는지 어느새 아들은 학위가 끝나면 미국항공기 분야에 취업하여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큰 포부와 함께 고국의 항공우주분야에도 기여하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