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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로우! 아들    
글쓴이 : 김교희    14-04-03 19:27    조회 : 8,809
                                헬로우! 아들
                                                                                                                               김 교희
 
 까톡, 까톡, 까톡. 스마트 폰으로 사진이 들어오는 소리다.
 잔뜩 경직된 차렷 자세,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계급장을 받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광속 실시간으로 하와이에서 들어오고 있다. 가슴이 울컥한다. 검게 그을린 얼굴, 그동안 훌쩍 더 커져버린 듯한 아들이 많이 보고 싶다.
 공부보다는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그림 그리기를 더 좋아하고 장난기 가득한 눈망울을한 아들을 생각하니 픽 웃음이 났다.
 
 지금도 기억이 선하다. 아들의 고3 시절, 휴일 어느 날이었다,
 아들은 아침 일찍 공부하러 독서실에 간다고 했고, 나는 영감탱이랑 서현동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독서실에 있어야 할 아들이 저기서 자기 반 토막만한 친구랑 신나게 이야기하며 걸어오고 있다. 나랑 눈이 딱 마주쳤다. 지금도, 그 순간 아들의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두 눈은 왕방울처럼 커졌고 입술은 민망한 듯 알듯 모를 듯한 미소를 보이며, 186센티미터나 되는 큰 키로 두 손을 벌리며 “엄~~마~~아”하고 다가오는 아들의 얼굴이.....공부 안하고 돌아다니는 아들이 밉기는 커녕 귀엽고 웃겼다.
 “너!!!”
 “엄마~~~친구랑 책 살게 있어서요....” 반 토막 친구도 한 발짝 뒤에서 얼굴에 민망함을 잔뜩 가지고 서 있었다. 어이구 귀여운 것들. 내속에 스물스물 올라오는 이 장난기를 우찌할꼬.
 아들 볼을 꼬집으며 귓속말로 “너! 좋냐? 이렇게 갑자기 엄마 만나니 반갑지. 반가움의 끝이 뭔지 집에서 보여주마.”하였다.
 그래도 아들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래. 책 잘 사고, 잘 갔다 와라. 뭐 좀 먹을래?” 으흐흐, 가증스런 멘트까지 날렸다.
 그뿐이었으랴. 교복 바지를 쫄바지로 입겠다며 고쳐오더니 275싸이즈나 되는 큰 발이 안 들어가 입고 벗을 때마다 바지랑 씨름을 하는지 땀이 흥건하다.
 “아이고, 고소해! 너 공부랑은 베프(베스트 프랜드)아니지? 공부가 짐 싸서 가더라.” 내가 꼬아서 말하니,
 “으응. 요즘 공부가 데이트 한다네. 고뇬이 나를 버리고 딴 놈이랑 베프하기로 했데” 라며 내 속을 뒤집었다.
 
 당연히 대학 입시에 실패를 하였고 한동안 우울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해맑은 얼굴로 미국군대(영주권자라 지원이 가능했다)를 가겠다고 했다. 재수해도 원하는 학교를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를 가는 것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 부모님 도움 안 받고 군대에 가서 실전 영어를 배우겠다고....
 “뭣이라? 내가 뭘 잘못 들었나? 대학이 아니라 군대라고? 남들은 일부러도 안가는 군대를 간다고? 더군다나 세계 모든 나라 전쟁을 다 참견하는 미국 군대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어떻게 하고? 너 미쳤냐?”
 난 목숨 걸고 반대했다. 아들의 마음을 되돌려보려고 눈물, 콧물로 탄천에 홍수도 냈고, 젊어서 실패는 성공의 필수요건이라고 속에 없는 소리도 밤낮으로 했건만 아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일주일을 말도 안하고 지내기도 했다.
 
 남편과 아들은 아버지와 자식으로, 인간대 인간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남편도 아마 인생 최대의 힘든 대화와 결정이었으리라. 그리고는 미군에 지원하는 걸로 결론을 내고는 나한테 의견을 묻는 척 통보를 했었다.
 머릿속은 강력한 진공청소기가 지나간 듯 하얗게 텅 비어져,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들을 안고 울음을 터트리는 것밖에는 없었다.
 
 첫 일 년은 교육기간이었다. 영어 학교 4개월, 기초 군사학교 3개월, 기계정비기술학교 5개월 등. 일년이란 시간을 친구들이랑 캠핑간듯 눈에 보이는 듯하게 훈련 생활을 실감나고 재미있게 편지로 보내오고는 했다. 그렇게 훈련을 마치고 하와이에 자대 배치를 받고 혼자 공항에 가서 “엄마! 햄버거 삼단 콤보 사먹을 거야. 아이스크림도!!”하며 휴양지 하와이로 배치 받았다며 좋아하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는다.
 부대 도착하던 날, 자신이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 예정조라는 걸 알았단다. 식구들 걱정 할까봐 말도 못했고, 혼자 그 무거운 짐을 지고 마음고생하다 몇 개월 후 알려 왔다. 처음으로 겪는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무서웠을 텐데... 혼자 언어도 편하지 않은 낯선 곳에서 파병 결정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를 생각하면 삼 년이 지난 지금도 코끝이 찡해지며 가슴이 저려온다. 다행히 미국이 경제가 어려워 파병이 취소되었다. 할렐루~~야!
 
 가장 이상적인 자식 사랑은 놓아주는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떨어뜨리기는 커녕, 내가 젖은 낙엽(내 친구는 남편이 젖은 낙엽이라는데...ㅎㅎ)이 되어, 아니 젖은 낙엽이 마를까봐 분무기로 물을 뿌려가며 아들에게 딱 붙어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만 해도 몇 시에 똥 싸는 것까지 알아야 했고, 애들도 당연히 똥의 형태까지 알려 주었다.
 하지만 똥이 어떠한 형태로 나왔던지 간에, 때가 되면 세찬 물과 함께 쏴~~~아하며 소용돌이 치고 자기의 갈 길로 가는 것처럼, 우리 애들도 지금 소용돌이치고 있다.
 
 다음 달에 일상적인 파병 훈련을 간다고 연락이 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나는 요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이야기에 내 귀가 사막여우 귀처럼 열려 있다. 아들의 빈 책상을 청소하며,
 ‘내가 언제부터 세계 평화주의자가 됐지! 내 마음의 평화도 못 잡는 주제에...’
하지만, 아들이 제대를 할 때까지 세계 평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되는,
 ‘아이고! 내 팔자야’ 하고 있다. 아들이 공군 장교로 지원해본다고한다. 휴........

박서영   14-04-03 21:15
    
제목에 아들의 건강과 안녕을 담았다고 말하며 눈물 글썽하는데 나도 울컥... 아휴  엄마란 ... 그래도  내가 쫌 웃겼어요. 우리아들은 광화문 빌딩숲에서 120만원 받으며 병역특례하는데 왜 울컥? (이게 주책이지)  아마 훈련소의 그 황량한 분위기가 생각나서 이심전심이지 않았을까.  아들내미 대견하고 멋져요. 눈물 뚝 해도 될듯.
그저 기도하는 것 밖에.  함께 기도합시다. 우리들의 아들들을 위하여!  두 명의 지원이도!
     
김교희   14-04-04 06:58
    
ㅎㅎ  주책을 떨어서 얼마나 민망하든지...울컥하는 모습에 서영샘 웃음으로 용기 주시는 모습에 힘났어요.  빌딩숲 아들 같이 있어서 좋겠어요.
같은 부모의 마음 느껴주시고 이해해 주셔서 쌩유~~~
공해진   14-04-03 22:01
    
가면이 없어 아름답습니다.
가족이 있어 늘 좋고 참 좋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글
이뿐 글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김교희   14-04-04 07:00
    
네...
가족이란 삶인것 같아요. 그 속에서 희노애락을 가장 많이 느끼니.  공샘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 합니다.
이뿐 글 쓰도록 노력 할께요.^^
차재기   14-04-04 00:40
    
엄마는 자식 군에 보내는 것이 처음 떨어뜨리는 연습이라 그냥 울컥 하네요.
교희씨 글 보니 군에보낸 아들 엇그제 외박 나왔지만 얼굴보기 힘들더라구요.
하와이에 있다니 한국 군대 하고는 좀 다를듯 하지만 보낸 어미의 마음은 똑 같으리라 이해가 갑니다.
서영샘 말 처럼 무사히 다치지 않고 임무 잘 감당하게 기도밖에요~~
     
김교희   14-04-04 07:06
    
아들을 가진 엄마라면 모두 비슷한 감정을 가져 볼것같아요. 그래서 공감하며 동질감도 느낄수 있을듯..
재기샘도 군대보낸 아들이 눈에 밟히시죠?
항상 얼굴에 미소를 잊지 않는 재기샘보면 기분이 좋아요.
화이팅 해주셔서 캄사!!!!
조정숙   14-04-04 06:58
    
'아들'이라고 발음하는순간
목이 메는건
자식을 떠나보내본 에미는 알지요
똥누는 중계방송까지 하는
그 풍경 내게도 너무익숙한지라
한참 웃었어요.

카톡사진의 그 멋진청년이
헬로우! 아들이었군요.
건강히
그리고 그 환한웃음
늘 간직히길  진심으로 기도해요
꾸미려 애쓰지않아
더 예쁜 교희샘글
대박이예요
김교희   14-04-04 07:13
    
요즘 여친 사귄다고 엄마와 사이가 소원해졌어요.
속에서 벨이 꼬이지만....정숙샘도 이런 분위기 아시죠?ㅎㅎ
그래도 자식이라 꾸~~욱 참고 잘지낼려고 하고 있어요.
얼마전 아들이 힘든 일이 있었는데 잘견뎌 내시고 결과도 좋다고해서 마음이 좋았어요.
부모 사랑은 다 똑같겠지요...
격려 글 감사합니다.
김데보라   14-04-04 08:35
    
키다리 이쁜 교희..버얼써 군대 가는 아들까지 있구..
나이는 어디로 먹은 겨. 아직도 소녀같은 디..
글 잼나게 잘 읽었어요.
에미 심정을 알겠소..
     
김교희   14-04-05 06:50
    
언제나 똑같은 모습으로 수필반 자리를
    지키시는 모습에 든든함을 느낌니다.
   
    근데 눈이 좀 않좋으신듯...나이는 가득! 얼굴에 주름 이빠이 입니다.ㅎㅎ
    재밌게 읽어주신 샘. 감사해요.
이은하   14-04-04 12:07
    
교희샘 아들바보
대견한 아들 얼마나 든든하겠어요.
부러워요.
나도 아들바보  옆에만 있어도 실실 웃음이 나요.
저게 내 배속에서 나왔나하고요.
재밌는 글이었어요.
     
김교희   14-04-05 06:53
    
은하샘은 아마 아들바보천치 일듯..ㅎㅎ
    예쁜 두딸도 샘 배속에서 나와 열심히 살고 있는 듯해서
    보기 좋아요.
  현모양처가 꿈이 셨으니 오죽 하실까...
정길순   14-04-04 17:55
    
세계 평화주의자가  따로 있나요
셰계평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으면 될것 같네요
할로우 아들 장합니다
역시 키큰 엄마에서 장한아들 영향받은 듯 해서 교희씨 훤칠한 키가 더욱 멋져 부렀어요
부디 아들하고 애뜻한 사랑 듬뿍 누리세요
김교희   14-04-05 07:01
    
글도 잘쓰시고, 수업때 열정적으로 참여하시고..
    본 받아야 할텐데..
   
  졸지에 세계 평화주의자가 되었으니
  차카게 ㅎㅎ 살아야겠어요.
  애정 있으신 답글 감사합니다.
김정미   14-04-05 08:14
    
하이! 맘
하고  뛰어올것같은 아들!
우월한 유전자!
현빈,원빈도 안 부러울
멋진 아들 이더군요.(카스 들여다 봄)
여친?
탱이 엄마는 아마 더했을것 같은데용?
아들바보들~~~
전 딸 바보에요.
담글 보여달라 칭얼댑니다.  정미가!
     
김교희   14-04-06 14:49
    
앙돼요~~칭얼대시면...
    담글은 계절이 바뀌면 돼요.ㅎㅎ
   
    딸 바보 정미샘 딸들에게 넉넉한 웃음 많이 날리실듯.
    우리는 엄마!
    그리고 바보!
    바보로 살아도 행복한 엄마죠?
이우중   14-04-05 21:03
    
헬로우 아들!
저도 아들 군대 최전방 양구에 보낼때 에피소드가 많았습니다.
부모의 마음  리얼하고 재미있게 표현 하였습니다.
감히 말씀 드리자면 교희님 문학재능이 엄청 나게 옆보이는 글인것 같습니다.
김교희   14-04-06 14:53
    
아빠의 마음으로 군대 보낼땐 또 다른 마음이라든데..
    담에 재미있는 에피소드 들려주세요.

    문학재능이 있다고 말씀해주시니
    ㅎㅎ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잘하라는 격려로 듣고 더노력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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