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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자의 전성시대    
글쓴이 : 송명실    16-01-04 20:33    조회 : 6,282



                                                순자의 전성시대

                                                                                                                                      송명실

  소녀의 얼굴에 별이 쏟아져 내렸다.

 2층 양옥집, 우리가족은 여름이면 저녁을 먹고 더위를 피해 옥상으로 올라가, 2~3평 크기의 평상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쏟아지는 별빛 아래 제철과일을 먹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오래된 양은 사각쟁반은 이곳저곳 눌려 평평하지 않았지만, 줄무늬 수박한통 올리기엔 부족함이 없었고, 보름달같이 둥근 초록 줄무늬를 부엌칼로 가르면 쩍! 벌어지는 소리와 함께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향이 코끝에 올라왔다. 뜨거운 한낮햇볕을 못 이겨 여기저기 녹아 볼록거리던 아스팔트도 밤엔 열을 내리며 휴식했다. 하늘엔 크고 작은 별이 어둠에 초롱초롱 빛났다. 우리는 편안하고 신비한 야경에 취한건지, 유난히 엄격했던 아버지 성격에 눌린 건지 침묵만 흘렀다. 식구들은 잠이 오기 시작하면 하나, 둘 밤이슬을 피해 방으로 들어갔지만, 나는 삼베이불까지 가지고 올라와 온몸을 칭칭 감고 평상에 누워, 눈만 빼꼼하게 내 놓고 북극성과 북두칠성, 별자리를 찾았다. 이때부터 별은 어둠에서 나를 지켜주는 친구가 되었고, 내 마음까지 뿌듯하게 밝혀주었다.

  ‘그 촘촘한 별들이 이젠 다 어디로 갔을까. 빌딩숲 생활이 싫어져 야생의 아프리카로 간 것일까? 친구 따라 강남 간다했으니 별 따라 아프리카 못갈 것 없잖아.’

  가끔 경축일이나 축하행사가 있으면 시청에서 불꽃놀이를 하는데, 한 블록 떨어진 우리 집 옥상에서 보면 불꽃은 내 머리위에서 학교 운동장보다 더 크게 화려한 분수를 그렸다. 여기저기 날고 튀면서 피어나는 환상적 무늬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때로는 불꽃과 불씨가 얼마나 크고 또렷한지 ‘내 머리카락을 홀라당 태우면 어쩌지?’ 생각하며 울 엄마 꽃무늬 깔깔이 스카프로 머리를 둘둘 감기도 했고, 아껴 입느라 몇 번 입지도 않은 분홍 티셔츠에 불씨가 떨어져 작은 구멍이 난적도 있었다. 하지만 신바람에 고개가 하늘로 꺾여 계속 아파와도 온 마음을 다해 즐겁게 놀았다. 아직도 밤을 좋아하는 이유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수줍던 소녀의 ‘별 헤는 밤’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별은 소녀와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환상과 꿈은 커져만 갔다.

  내 그림 속 주제는 <하늘과 사람>이다. 어린 시절 수놓았던 꿈을 모아 하얀 캔버스에 명상하듯 느낌을 풀어놓는다. 손끝의 붓은 어느새 마음을 싣고 몸을 담아, 깃털처럼 가벼운 세상을 꿈꾸며 하늘을 날고 마음의 이미지를 옮겨놓는다. 때론 속삭이고, 재잘거리고 흘기고 돌진하고, 떨어지고 새초롬하게 눈을 치켜세우며, 건강하고 울룩불룩한 근육을 과시하며, 호기심 있는 눈으로 앞으로, 앞으로 달린다.

  하늘은 우주이며 내가 숨 쉬고 바라보는 세상의 소통공간이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계신 곳, 할머니 그 전 세대 모두의 추억과 삶, 그리고 그리움이 있는 곳이다. 하늘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시간을 담고 있을까? 생각은 날개를 달고 자유롭게 춤추고, 별의 수만큼 내 그림 속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순자의 전성시대> ‘순자는 바로 나다. 싱싱한 자유다.’

  그림 속 주인공 이름은 ‘순자’다. 과거의 순자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신의 뜻을 펼칠 기회도 없이 남편과 자식, 가족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했다면, 난 현대판 순자를 그린다. 명품을 좋아하고 근육과 외모를 가꾸며, 컴퓨터와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진 목소리가 큰 거침없는 여성이다. 현대인은 물질문명에 노출되어 외모 지상주의와 개인주의, 소비, 향락 문화 등 작위적 모습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현대판 순자를 통해 ‘자유로운 정신과 행복’을 꿈꾼다.

  문학과 예술을 통해 인성의 균형을 이뤄가는 우리의 밝고 건강한 이야기를 희망하며 ‘현대판 순자’는 오늘도 캔버스 위를 달리고 달린다.


 


송명실   16-01-04 21:21
    
글만 올라가고 그림이 올라가지 않아 고전했는데, 홍정현 사이버 부장님이 단번에 해결해 주셨습니다. ^^
회원의 어려움에 귀기울여 주시고 도와주시는 한국산문에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완숙   16-01-05 07:14
    
명실샘,앳쓴보람잇ㅆ군요. 어제울반다른글들처럼명실샘의향기가느 껴져요.그림까지도.좋은글들많이기대합니다.
이완숙   16-01-05 07:43
    
자유로운정신 과행복을 꿈꾸는 명실샘.드뎌 그림과함께올리는데성공햇네요.역시더잘느 껴집니다.이즈음서울하늘서볼수없지만분명히존재하는별같은 그림속ㅎ하늘배경같이풋풋한글들기대합니다,
황다연   16-01-05 14:38
    
현대판 순자가 캔버스위를 달리고 또 달리듯  글밭위에서도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긍정적이고 활기차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시는 모습처럼 글에서도 그런면이 느껴집니다. 홈페이지에 들어왔어도 여기저기 잘 살펴보지 않던 평소 습관으로 뒤늦게 글 올려진걸 알았네요^^;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서 머잖아 '명실의 전성시대'를 누리시길요~
문경자   16-01-06 00:17
    
별을 바라보는 순자의 마음을 읽으며 고운 밤하늘을 그려봅니다.
명실샘의 글을 여기서 읽어보니 더 실감나고 마음의 새긴
별빛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현대판 순자의 상쾌 발랄한 모습은 보기만하여도 멋져요.
앞으로 승승장구하여 한국산문의 큰 별이 되길 기대합니다.
문경자   16-01-06 00:20
    
우리 월반에 오랫만에 만난 글을 보니 반갑고 새롭습니다.
처음으로 글을 쓰고 여기에 작품을 올려 놓고 마음 조리며 살짝 들어와\\
보던 생각이 납니다.
명실 샘 화~이팅!^ ^
송명실   16-01-06 10:10
    
올린 글 다시 읽어보니,
어머 이 곳은 이렇게 앞, 뒤 순서를 바꿔서 매끄럽게 표현해야 했구나... 이곳은 왜 이렇게 표현 했을까?
아쉬운 단락이 한,두곳이 아녜요.^^
합평 채칙으로 한 마디 한마디 힘 얻어 걸어가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문영일   16-01-07 06:44
    
와! 화가님이 글까지 잘 쓰시면 이거 너무 불공평한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참! 처음 내섰던 소개서를 오늘 다시 보았습니다.
정말 다재다능하신 케리우먼아니십니까?
제 모태, 목동반에 만능의 불세출의 작가 또 한 분 들어오셨네요.
이 글에 대한 송하춘 교수님의 평을 한 번 들어보았어야 했는데...
그러셨을 테지요
"참 잘 쓰셨습니다 "

그렇네요. 이대로도 좋으나  작가님께서 불만족 한 부분이 어디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좋은 글입니다.
'영자(순자)의 전성시다' 다음에  '명실의 전성시대' 와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건필하십시오.
김명희   16-01-08 12:20
    
예사로운 솜씨가 아니시군요.
생동감이 꿈틀대는 강렬한 색채도 인상적입니다.
주인공 순자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듯해요.
합평날 함께 못해 아쉽네요
자유롭고 활기찬 순자의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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