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반 오늘
오랜만에 오윤정님이 오셨습니다. 반가워서 한 달음에 달려가 눈을 맞추었습니다. 늘 그러하듯 교실은 활기로 넘쳤습니다. 지난주에 결석계 내셨던 이종열님과 한혜경님은 빈자리를 남겼으며 조병옥님은 오늘 몸이 아프시다고 결석하셨습니다. 부디 아프지 마시길요. 다음 주에는 모든 분들 뵐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조순향님께서 호박떡을 간식으로 준비해주셨습니다. 맛난 떡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조순향님 감사합니다.
봄이 아마도 여인들의 옷에서 먼저 오나봅니다. 금요반님들의 옷차림이 화사하고 가벼워졌습니다. 어딘가에서 꽃냄새가 날 듯한 정겨운 분위기에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최계순님의 <허물지 못할 벽은 없다>
가사도우미 파견업을 운영하셨던 경험이 담긴 글입니다. 호주에서 사는 큰 아들이 홀로된 어머니를 위해 가사도우미를 부탁합니다. 다른 형제들에게 짐이 될까해서 혼자 묵묵히 그 일을 처리하는 그 의뢰인을 보면서 작가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되돌아봅니다. 남편과 아이들만으로 오붓하게 살림을 꾸리던 어느 날 뜻하지 않게 혼자되신 시아버지를 모시게 됩니다. 처음에는 시어른을 모시는 게 불안하고 걱정이 되어 남편과 싸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불안도 잠시 모든 것이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가족의 협조로 자신의 일도 가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지레 겁먹고 벽을 쌓지 말라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송교수님의 평
소재가 좋은 글입니다. 존칭은 정리해야합니다. 왜 이 글을 쓰셨나요?(이 질문에 작가는 시부모를 모시는 게 힘들지만은 않다고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글의 흐름을 위해 불필요한 문장과 중복된 문장들은 정리하는 게 좋습니다.
이정선님의 <아버지의 외도>
우체국에서 30년을 몸담았지만 계속되는 불이익에 사표를 쓴 아버지가 다른 일을 찾게 됩니다. 3년 동안 여러 업종의 장사를 하지만 퇴직금은 점점 줄어들고 급기야 일을 찾아 서울행을 합니다. 아버지가 서울로 떠나는 새벽의 풍경들로 글은 시작합니다. 그리고 6개월 후 아버지는 우체국에 복지제도가 생겼다는 소식을 가지고 돌아옵니다. 다시 시험을 준비하시고 합격하시게 되면서 고향에서 우체국장으로 근무하시다 정년퇴임을 하셨다고 하네요. 요즘의 명퇴가 더 가슴 아파지는 것은 그날의 새벽 아버지를 떠올려서라는 작가입니다.
송교수님의 평
고칠 것이 하나도 없는 좋은 글입니다. 제목에 외도라고 쓴 부분은 오해를 가져옵니다. 다른 제목이 좋을듯합니다.
정지민님의 <금연송과 흡연송 사이에서>
입시를 앞둔 작은 아들이 흡연을 하면서 학생부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전학을 시키라는 통보였지요. 엄마의 걱정에 큰아들은 입시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라며 안심시킵니다. 그리고 학교를 찾은 엄마는 작은 아이를 진심으로 이해합니다. 어느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금연송을 불러 화제가 되었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약속대로 담배를 끓었던 작은 아들이 요즘 다른 시험을 준비하며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된 이야기와 안타까운 청춘들의 고심을 담았습니다.
송교수님의 평
글감이 좋습니다. 요즘 시류에 맞는 것으로 쓰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중간부분은 좀 더 생각해봐주세요.
안명자님의 <회한의 뒤뜰 안>
어머니의 곡진한 삶이 담긴 글입니다. 이십 팔세의 나이로 딸을 두고 떠났던 집을 60년 만에 찾은 어머니. 자신의 삶을 딸에게 들려줍니다. 민족의 비극과 함께 모진 삶을 살아온 가엾은 어머니가 남은여생을 편히 보내기를 바라는 작가입니다.
송교수님의 평
좋은 글입니다. 서술자가 어디에 서 있는지 처음에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통의 독자들이 이해하게 쓰는 게 좋습니다.
강수화님의 <미국일기-11>
힘든 직장생활의 연속 중에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수지와의 갈등으로 다른 직장들도 찾아보지만 그 또한 만만하지 않습니다. 조금씩 영어에 자신감도 붙고 멋진 고객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 멋진 고객이 수지가 관심에 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강수화님은 보란 듯이 더 친밀하게 굴게 되었다고 합니다.
송교수님의 평
소설 같아요. 계속 써보세요.
그리고 오늘의 또 다른 수업
서정주의 <요즘 생각하는 것>을 공부했습니다. 이상의 <소영위제>의 중간 부분이 수필에 인용되었습니다. 조금 독특하면서도 위트가 있는 수필입니다. 그래서 이상의 <소영위제(素榮爲題)>라는 시도 공부했습니다.(시 낭소가로 활동하시는 백명숙님이 낭랑히 시를 읽어 저희들은 너무나 감동했지요)
이렇게 수업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교수님도 함께 점심도 먹고 송경순님이 맛난 커피도 사주셔서 즐거운 티타임 시간도 가졌습니다.
소영을 제목으로 삼은 이상을 떠 올려 봅니다. 아마도 오늘 금요반을 위한 시를 이상이 지었다면 금요위제라고 했을까요. 이상이 어떤 시를 지었을지... ‘압구정에있는문화센터앞에서내글벗들은하나가되어학생을칭찬하는송교수님이말씀이...’ 이렇게 쓰이지 않았을까하는 방자한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오늘의 후기 제목은 <금요위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