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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형의 기쁨    
글쓴이 : 오길순    15-02-11 21:08    조회 : 5,240
 하늘이 내리는 형벌(刑罰)을 천형이라고 한다지요?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고, 하기 싫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운명, 선택의 여지도, 피할 수도 없는 작가의 길, 이 또한 천형이라고도 한다지요?
스스로 자신의 골수를 소멸시키는 습작의 고통^^천형의 기쁨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대작가들은 정말 타고난 신기가 아니면 그 역작의 고통을 감내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순간마다 고통을 기쁨으로 바꾸는 지혜가 대작가로 만들었을 것도 같습니다.
 울 교수님은 글쓰기는 윗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작업이라 하셨습니다. 그 돌을 빼고 놓는 작업의 연속을 통해 문학의 형상화가 깊어지고 능숙하게 된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해박하신가 싶습니다.
 특히 우리 교수님 저서가 많습니다. <<개님 전>>등...  청소년 소설 <<봄바람>>도 중고등 학생의 필독 도서입니다. 독후감대회 심사에 가면 박상률교수님 인기가 실감됩니다. 혹시 서점 가는 길에 두루 꼭 귀경하시고 한 권 구입도^^ 부탁드립니다. 친척들 선물로도 손자나 조카들 생일 선물로도 매우 좋을 듯.여남은 권 사놓고 급히 가는 친척 집에 들고 가시면 아주 적절 할 것 싶습니다~~~.  
 
오늘의 작품 합평은 6편이었습니다.
1. 송경미 님    고통이 주는 기쁨
2. 임미숙 님    털실로 이어진 사랑
3. 이신애 님    New Corea
4. 신화식 님    남의 눈이 뭐길래
5. 고옥희 님    저요? 저는요
6. 고옥희 님    밥을 먹어야 되는겨
 
공부한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1. 제목을 상투적인 것에서 지양하라.
2. 행 가름은 화제가 바뀔 때 단락을 나눈다. (여백의 묘)
3. 첫 줄은 늘 두렵다.
4. 시빗거리를 만들지 마라.(글 트집 잡히지 않게^^)
5. 제목을 잘 지어라 ~이름대로 산다.
6. 글에서 한 번 나오면 지나가는 것.
두 번 이 상 나오면 상징이 된다. 그래서 제목으로도 무방하다.
7. 주제는 하나로 집중하라. (소재마다 글 한 편 씩 쓸 수도 있을 것이다.)
8. 수필을 곧이곧대로 쓰지 마라.~상상력을 가미하여 문학으로 승화시켜라.
 
 제목에 대해서는 아무리 들어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항상 제목에서 멈칫 거리고 첫줄에서 시간 보냅니다. 첫 줄을 잘 쓰거나 제목을 잘 생각했더라면 글 한 편 마무리가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요?
 
 아침 일찍 푸른 색 뜨개 머플러를 우아하게 두르신 박기숙 님과 한 주 결석하신 설영신 님이 문화센터에서 등에 해를 받고 계셨어요. 11층 남향 볕이 미세먼지를 꿰뚫고도 따스하게 비추니 정말 봄볕이 소중하게 여겨졌어요. 이건형 님께서도 건강하신 모습으로 오셔서 반가웠습니다. 멀리서 새벽부터 양평 바람을 몰고 오신 옥화재 님,
 
 이종열 님께서 여행 후 가져오신 쵸컬릿과 김화순 님이 내신 맛있는 콩떡, 즐거운 수요일!
떡이란 참 희한해서 먹어서 좋고 주어서 좋고, 조상들의 얼이 스며 있는 듯 언제사 정스럽습니다.^^
 점심은 ‘송’에서 메밀면으로 했습니다. 마침 일착으로 앉은 자리가 교수님과 합석이었습니다. 모처럼 로또에 당첨된 것이지요. ^^ 1년에 200일은 출장이시라는 말씀에 이정희 님 옥화재 님과 그저 놀랐습니다. 그렇게 바쁜 일정이신데도 정성을 다해 작품 평을 치밀하게 해 주시니 우린 얼마나 홍복인가요? 교수님, 감사합니다.
 
 오늘 정충영님,  김현정님, 윤애희님, 김성운님, 최명규님, 또 박종녀님... 결석하신 님들, 담주에는 꼭 나오셔요~~.저를 기다리셨다고^^이쁜 말씀 해주신 분들! 어쩜 그리 얼굴처럼 마음들도 어여쁘신지요!^^
주기영 님, 진연후 님...종종걸음으로 거둬 먹이시느라 바쁘신 임미숙 총무님, 글구, 오늘도 멋진 점심 예약으로 일용할 양식을 주신 이리 보아도 이쁘시고 저리 보아도 아름다운 최 반장 님... ^^
 
또 한 가지 크게 축하드릴 일입니다.
수요반 신입회원이지만 신성범 님은 <<수필문학>>수필등단, 이번에는 제 5시집을 내셨습니다. 제목은 <<갈증>>,아마 말씀이 모두 시인가 싶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 할 수 있다니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신성범 님, 축하와 함께 무궁한 문운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3차 가신 분들, 찻집 정담^^ 좀 알려주세요~~.
모두모두 구정 잘 쇠시고 천형의 기쁨도 좀 따 오세요~~~.
 

최화경   15-02-11 21:45
    
오쌤께서 이리도 요약을 잘해주시니 오늘 지각해서 제대로 못들은 강의보충 다 해결되었네요.
항상 즐겁게 봉사해주시는 오쌤께 감탄하며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신성범쌤께서 무려 5집째 시집을 내셨다니 경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우리반에 큰 인재께서 오셨더군요. 4월호에는 수필도 실릴 예정이라
앞으로 시와 수필 양대산맥을 숨가쁘게 오르내리실 것 같습니다.
특급칭찬 해 드리겠습니다. ㅎㅎ

이종열쌤께서 오랫만에 나오시면서 고급진 쵸콜렛 사오셔서 살살 녹는 그 맛에
황홀경 경험했네요. 광고비도 통크게 100만원 쏴주신다고 하니 넘넘 감사드립니다.
카톡에 올려주신 북해도 사진 그만이었어요. 사진 작가닌 사진이니 저장해 놓고 두고두고 감상해야 할듯요.

우리 담주에는 설 명절로 휴강하니까 님들 헛걸음하지 마시고
마지막주에 겨울학기 종강합니다 3월부터 시작되는 봄학기 신청 서둘러 주시고
박윤정 총무도 봄학기부터는 출석한다니 임총무님 한시름 놓으셔도 될듯요.

오늘 못오신 정충영님,최명규님, 김성운님, 박종녀님, 이정수님, 윤애희님,
장기결석중이신 김민진님 모두 종강날은 얼굴뵙길 고대하겠습니다.
     
오길순   15-02-12 16:45
    
멀리 지인을 바양하고  이제사 앉아 봅니다. ^^
전후 좌우 부지런히도 애쓰시는 울 최반장님,
그리하야...
아직은 그럭저럭 할만 하오니 언젠가 막무가내 떼 쓰면
그 때 걱정하시기를...^^
글구...저 역시 고통의 기쁨도 있아오니 넘넘 미안해 하지 마시기를...

울 임총무님, 바지런도 하셔라. 서른 명도 넘는 식솔
그리도 걱정 되시지요?
기다리던 윤정 총무님, 오신다니 버선발로 나가야겠네요.~~ 

못 하는 게 없는 최반장님,
묘사가 좋아서 시 한 점 놓습니다. ^^


청어를 굽다 1

      전다형

청어 살을 발라 먹으며 용서를 생각한다

살보다 가시가 많은 청어

가시 속에 숨은 푸른 속살을 더듬어나가면

내 혀끝에 풀리는 바다

어제 그대의 말에 가시가 많았다

오늘 하루 종일 가시가 걸려 목이 아팠다

그러나 저녁 젓가락으로 집어내는 청어의 가시

가시 속에 감추어진

부드러운 속살을 찾아가다 만나는 바다의 선물

어쩌면 가시 속에 숨은

그대 말의 속살을 듣지 못했는지 몰라

가시 속에 숨은 사랑을 발라내지 못했는지 몰라

오늘 밤 이불 속에서 그대에게

화해의 따뜻한 긴 편지를 써야겠다

가시 속에서 빛나는 청어 한 마리

어느새 마음의 지느러미를 달고 바다로 달아난다


ㅡ출처 : 시집 『수선집 근처』(푸른사상사, 2012)
     
오길순   15-02-13 16:39
    
울 아름다우신 최반장님~~~
컬 났어유~~.
어디 갔더니 저를 반장이라고 하는 분 계셔유~~~^^
그 높은 직위를 감히 탐한 것 같아서
 
최반장님~~~ 화나시면 어쩌쥬?^^
송경미   15-02-12 03:00
    
오늘도 감히 천형을 안고 결핍을 정복하고자 고민하는 분들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늘 완벽한 후기 써주시는 오샘. 책임감 강하고 부지런하신 임총무님,
경쟁하듯 떡값을 척척 내주시는 선배님들, 덕분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식사장소 섭외며 반원들 두루 챙기면서 활력을 불어넣는 에너자이저
우리 최반장님은 진정 능력자십니다.^^

이종열선생님께서 한 달만에 나오시면서 북해도에서 사오신
고급진(반복) 다~크 쵸콜렛, 진짜 쵸콜렛맛이었습니다.
설경 촬영하시느라 좀 그을린 듯한 얼굴이 더 건강하고 젊어뵈시더군요.
좋아하는 일을 하셔서 세월이 거꾸로 가나봐요.

신성범님, 따끈따끈한 제5 시집 정말 감사합니다.
매주 다양한 주제의 글 내시는 저력에 감탄했는데 수필가로, 시인으로
벌써 이름을 내신 분이시더군요.
그 열정에 또 감탄하며 수요반에서 큰 몫 해주시기 바랍니다.

단체카톡방에 아름다운 동백꽃 올려주신 설영신샘, 이신애샘 감사합니다.
단아하고 수줍게 피어난 그 동백꽃이 뚝 떨어지면 봄이 오겠지요?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고요.
우리 수요반은 늘 봄인데...ㅎㅎ

오늘 못 뵌 님님들 설 명절 잘 지내시고 종강식 때 뵈어요.
     
오길순   15-02-12 16:52
    
송경미님,
어제 노란 천혜향, 아직도 남쪽 나라 향기가 머문 듯...^^
결이 고운 천혜향 벗기면서
우린 귤의 과거를 더듬었답니다.
언젠가는 한라봉도 있었죠?
상당히 남성적인 반면 천혜향은 낭만적이고도 여성적인 뭐 그런 이미지?
암튼 메밀국수 후의 귤 향기가 멋져 부렀어요. ^^

글구, 머리도 소녀처럼 스타일이 잡혀서 더욱 우아해지셨고요.
요즘 무궁무진 누에처럼 나오는 님의 비단 실, 박수로 축하드립니다 ~~~.
김용택 시인의 시 한 점 놓아 볼께요~~~.


그리운 것들은 다 산뒤에 있다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최화경   15-02-12 20:10
    
송경미님 식후에 나눠주신 천혜향,너무 달콤새콤 맛있었습니다.
 수업 킅나면 부리나케 시반으로 뛰어가느라 헉헉댔는데
어젠 좀여유로워서 임미숙총무님이 쏘신 커피타임까지 완벽했던
날이었네요.
          
최화경   15-02-13 10:45
    
어제 댓글달다 갑자기 외출하느라..ㅎㅎ
오길순쌤께서 올려주신 김용택님 시를 읽으니
뭔가 아련한 서러움과 그리움에 다시 젖게되었어요
천형을 얼마나받으시는 중이신건지 김용택님 시 따봉입니다
이정희   15-02-12 11:05
    
오길순님,
듣고 금방 잊어버리는 내용을 이렇게 매주 잘 정리해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약속 있다며 3교시에 빠지더니,  김현정님을 못 보고 가셨구먼요.ㅎ

 선생님 강의도 놓치면서 반원들 먹을 것 마실 것 챙기느라 동분서주에
티타임까지 마련해주신 우리 임미숙 총무님,
그 책임감과 열성에 감동입니다.
이제 3월 박윤정 총무님이 나오면,
좀 숨을 돌리시고, 불가피한(!) 결석도 더러 양해해 드리리이다!

이즘 여러 문학회 행사에 회장님과 함께 전국구로 뛰시는 최화경 반장님,
화사한 웃음과  센스, 그리고 화려한 미모가 우리반을 훠~~ㄴ하게 합니다.
역할분담을 잘해주시는 님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말씀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
현실적으론 초라하기 그지없게 살았지만,
하찮은 것, 보잘 것 없는 것들을 소재 삼아 감동을 주는 동화를 썼던 작가 권정생의 유언장 이야기.
참고로 여기에 유언장을 띄웁니다.

유언장 - 권정생

내가 죽은 뒤에 다음 세 사람에게 부탁하노라.
1. 최완택 목사 민들레 교회
이 사람은 술을 마시고 돼지 죽통에 오줌을 눈 적은 있지만 심성이 착한 사람이다.
2. 정호경 신부 봉화군 영호면 비나리
이 사람은 잔소리가 심하지만 신부이고 정직하기 때문에 믿을만하다.
3. 박연철 변호사
이 사람은 민주 변호사로 알려졌지만 어려운 사람과 함께 살려고 애쓰는 보통 사람이다.
우리 집에도 두세 번쯤 다녀갔다.
나는 대접 한번 못 했다.
위 세 사람은 내가 쓴 모든 저작물을 함께 잘 관리해 주기를 바란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만약에 관리하기 귀찮으면 한겨레 신문사에서 하고 있는 남북 어린이 어깨동무에 맡기면 된다. 맡겨 놓고 뒤에서 보살피면 될 것이다. 

유언장이란 것은 아주 훌륭한 사람만 쓰는 줄 알았는데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유언을. 한다는 게 쑥스럽다.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 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 헐떡 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 주기 바란다. 유언장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 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을 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봐서 그만 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일
쓴 사람 권정생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네요.
     
오길순   15-02-12 16:59
    
아! 이정희님,
그 유언장 야그를 깜빡 했지 뭡니까?ㅎㅎ
제가 좀 깜박이거든요~~.
그나저니 아렇게 완벽하게 써 주시니 수요반 게시판이 완성된 것 같습니다. 정말요~~~.
그래서 오래 음미해 보렵니다. 이 다음 무엇을 쓸지, 남길것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뒷 정리를 깨끗이!
권정생님의 그 말씀은 애달파 집니다.
스물 다섯에 드물 두세살 처녀 만나고 싶다는...이루어지지 않아 더욱 뒷 모습이 아름다울까요?
돌멩이 시 한 점 놓아 볼께요~~~.


 머나먼 돌멩이
 

            이덕규

 흘러가는 뭉게구름이라도 한번 베어보겠다는 듯이 깎아지른 절벽 꼭대기에서

 수수억 년 벼르고 벼르던 예각의

 날 선 돌멩이 하나가 한순간, 새카만 계곡 아래 흐르는 물속으로 투신하는 걸 보았네


여기서부터 다시 멀고 험하다네


 거센 물살에 떠밀려 치고 받히며 만신창이로 구르고 구르다가

 읍내 개울 옆 순댓국밥집 마당에서

 다리 부러진 평상 한 귀퉁이를 다소곳이 떠받들고 앉아 있는 닳고 닳은 몽돌까지


ㅡ출처 : 시집 『밥그릇 경전』(실천문학사, 2010)
     
최화경   15-02-13 10:49
    
역쉬 이정희쌤이십니다
박쌤 강의 쫑긋귀세우고들으시더니 귄정생님 유언장찾아서
올려주셨군요.
읽으며 울컥했습니다. 결혼못해본 한 풀고싶지만
 폭군이나 전쟁을 겪느니 포기를 택하는 그모습이 더 짜안합니다
윤애희   15-02-12 15:07
    
오늘도 여전히 지각생 오길순 선생님후기 보고 갑니다. 이제이번 학기도 수업이 한번남았다니 믿을 수가 없네요. 저는 이번 학기에도 글을 못 내고 수업만 듣게 되나요.. 부끄럽네요.. 떡하고 초콜렛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식사를 송에서 하셨다니 부러워요. 진짜 좋아하는데.. ㅜㅜ 회사 일 때문에 빨리 들어가야 해서 아쉽네요.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고 아랫돌 빼서윗돌 괴는 작업이라니...  잘 모르지만 몬가 이해가 되는 말이네요..  저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그런 높은 수준까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열심히 글쓰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서게 하는 말씀입니다.

이정희 선생님유언장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찾아보려고 했는데..

담주에는 연휴네요. 하는 일도 없는데 초보 며느리는 아지 명절이어렵습니다. 모두 명절 즐겁게 보내시고 그 다음 주에뵈어요.
     
최화경   15-02-13 10:52
    
초보며느리 애희님전 첨봤을때 미쓴줄 알았답니다.
넘곱고 예뻐서요.한쪽에 가만히 앉아만있어도 한폭 그림인듯 어여쁠듯요 애교많이 떠시고 사랑듬뿍받으시어 더  예뻐져서오시길요 ㅎㅎ
오길순   15-02-12 17:13
    
아, 애희니임~~.
이쁜 초보 며느리셨군요~~~.
며느리는 그저 진정만 있으면 되던데요~~~.
못해도 마음만 진정이면 시부모님들은 그저 이뻐하시던데요~~~.^^

흔히 어려운 가세에 빚얻어 살림하는 분들이
맨날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인다고도 하던데요.

울 교수님 깊은 혜안을 다 짐작하긴 어렵지만서두...
그게 그거라는 말씀 아닐까요?
그래도 결국 그 벽돌 쌓기를 오래 하다보면 능숙하게 되고
문장도 사건도 모두 세련된다는...끊임없이 사색하고 쓸 때 완성으로 간다는...
유명하신 소설가님도 만년필로 그렇게 쓰셨다지요?


                   
              아내

                                                  박제영

                                                                                                                                         
다림질 하던 아내가 이야기 하나 해주겠단다

부부가 있었어. 아내가 사고로 눈이 멀었는데, 남편이 그러더래. 언제까지 당
신을 돌봐줄 수는 없으니까 이제 당신 혼자 사는 법을 배우라고. 아내는 섭섭
했지만 혼자 시장도 가고 버스도 타고 제법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게 되었대.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버스에서 마침 청취자 사연을 읽어 주는 라디오 방
송이 나온 거야. 남편의 지극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아내가 혼잣말로 그
랬대. 저 여자 참 부럽다. 그 말을 들은 버스 기사가 그러는 거야. 아줌마도 참
뭐가 부러워요. 아줌마 남편이 더 대단하지. 하루도 안 거르고 아줌마 뒤만 졸
졸 따라다니는구만. 아내의 뒷자리에 글쎄 남편이 앉아 있었던 거야.

기운 내 여보,

실업자 남편의 어깨를 빳빳이 다려주는 아내가 있다
영하의 겨울 아침이 따뜻하다
주기영   15-02-12 17:39
    
오길순샘의 정성과 세심함에 오늘도 감사를... 드립니다.
전 수필은 언어를 세공한다는 쌤의 수업 중 말씀이 기억이 나네요.
아이 키울때, 강이지똥이나 몽실언니 같은 권정생쌤 동화 함께 읽으며 지냈던 시간들이
수업 시간에 멀리 있는 딸애에 대한 그리움으로 몰려와,
유언장 이야기는 머릿속에 여기저기 빈틈이 생겼는데 이정희 샘의 친절함에 다시 곱씹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설 보내시고, 25일에 조금씩 살쪄서 만나요~~~
-노란바다 출~렁
     
오길순   15-02-12 19:49
    
오! 주기영님,
맞습니다~~~.
언어의 세공!
돌 빼고 쌓기를 하다보면 언어가 세공된다고요! ^^
이래서 중의를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나 딸래미가 그립습니까?
옆에 놓아도 보고 싶은...그런 날이 있었지요.^^

우리도 언제 서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볼까요?

신경림 님의 동시 한 수 놓습니다.

  쿨쿨

      신경림

땅 속에서는
개구리가 쿨쿨
굴 속에서는
아기 곰이 쿨쿨
지붕에서는
아기 참새 쿨쿨
방 안에서는
우리 아기 쿨쿨

-신경림 시집<<낙타>>에서-
     
최화경   15-02-13 10:55
    
주쌤도 못말리는 딸바보시죠.ㅎㅎ
시간 많으신듯해서 같이좀 다녀볼랬더니 
번호표 타야겠던걸요ㅎㅎ
함께 가는 시반  이동길이 즐겁습니다
설영신   15-02-13 06:52
    
여전히 오샘의 후기는 예술이예요.
거기에 올려 주신 시들은 어찌나 맛난지.
아주 많이많이 즐기고 있습니다.
이정희님이 올린 권쟁생님의 유언장도 너무 고마워요.
그 예쁜 자태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수요반 중생을 챙기는 최반장님.
완전 완벽한 임총무님.
그런데 너무 열심히 하다 지쳐버릴까바 받아만 먹는 저는 걱정이 되기도 해요.
모두모두들 정말로 두루두루 감사합니다. 
이종열샘의 초코렛 정말 달콤했구요.
임미숙샘의 커피맛 참말로 향기로웠어요.
구정 잘 지내시구 25일에 뵈요.
     
최화경   15-02-13 10:58
    
설쌤도 납시셨군요. 쌤의 고운 마음씨가 글에 물씬 묻어납니다.
항상 격려해주시고  지원해주시니 수요반이 활기가 넘치지요. ㅎㅎ
쌤께서도 설명절 잘 보내세요
해피 구정입니다~~♡♡♡
     
오길순   15-02-13 16:34
    
설영신님, 어서 오셔요~~~.
따스한 겨울인가 하면 추운 봄날이 바람을 일으킵니다.
지난 해는 설선생님의 해였지요?^^
올해도 행운의 해로 만드시기 빌어요~~~.

모처럼 문협 25,26대 이취임식이 있어
잠시 참석했어요.
문효치이사장님과 여러 임원들께서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는 날이랍니다.
문협이 더욱 번창해서
한국문인의 위상을 높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언젠가 올렸던 낙타의 생을 올려 볼께요~~~.


  낙타의 생

          류시화


사막에 길게 드리워진

내 그림자

등에 난 혹을 보고 나서야

내가 낙타라는 걸 알았다

눈썹 밑에 서걱이는 모래를 보고서야

사막을 건너고 있음을 알았다

옹이처럼 변한 무릎을 만져보고서야

무릎 기도드릴 일 많았음을 알았다

많은 날을 밤에도 눕지 못했음을 알았다

자꾸 넘어지는 다리를 보고서야

세상의 벼랑 중에

마음의 벼랑이 가장 아득하다는 걸 알았다

혹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보고서야

무거운 생을 등에 지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사막을 건너왔음을 알았다


-출처 : 시집『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문학의숲, 2013)
이신애   15-02-14 07:25
    
해피 설날  여러분들!
다들 일 안하고 여기 계시는군요. 부러워라~

글이란 천형이라니  난 그런 거 안하고 싶네요.
윗돌 빼서 아랫돌 괴거나 , 지나온 징검돌을 앞에 놓고 겨우  한 발 가고
또 가는 것도 안하고 싶네요.

그냥 여러분 들이랑 헤헤 호호 수다 떨며 맛난 것 먹으러 다니고 싶네요.
우아하게 차 마시며 문학이란 어쩌구 하고 싶네요.
그래도 가끔은 가슴 속에 뭔가가 솟구치는 것 같아 뱉아 내듯이 그적거리지만
늘 별볼일 없는 글쪼가리에 갈증만 심해지네요.

수요일 날 배운 것은 이미 다 반납해버렸습니다.
유언장 이라는 말만 생각나네요. 이렇게 곱게 배운것을 풀어내는 님들을 보니
너무 부러워서 눈물이 날려고 하네요.

장마다 꼴뚜기 날 수 없듯이 골마다 인물이 날 수는 없는거겠죠.
그래도 여러 님들 인물이십니다.

설날 잘 보내세요.
일하러 갑니다.
     
오길순   15-02-14 19:02
    
하이고! 이신애화가님,
반가워요~~~.

온갖 어머니 반지
고운 꽃밭에 그려놓고
커다란 캔버스 황홀하게 하는
님의 탁월한 재주며
오로지 헤헤호호 낙천적으로 살고프다는
넉넉한 마음이며...

하이고! 야문 손끝 맘끝,
하이고! 부러버라~~~.^^

지난 번 모시옷 야그 정말 재밌더군요^^
집에서 찬찬히 보니 더욱 재밌었어요.

오늘 하루 헤매다 해질녘 돌아오니
낼 모레 명절 준비가 한 바작!
요거이 우리네 인생 아닙니까요?

근데 벌써 설날 준비 하시남유?^^
송경미   15-02-14 08:42
    
이신애샘, 아직 설이 많이 남았는데 벌써 일하세요?
천형,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빼서 괼 돌이라도 있으면 행운인거죠?ㅎㅎ

권정생선생님다운 유언장입니다.
벌벌 떨지 않고 연애를 하시겠다니 아마 사랑하는 여인을
벌벌 떠느라고 놓쳤던 모양입니다.
안타까운지고...
임미숙   15-02-20 02:41
    
몸이 바쁜지 마음이 바쁜지 이제야 들어와
후기와 미소를 머금게 하는 멋진 댓글을 읽습니다.

오길순 선생님의 후기는 온라인상의 강의실입니다.
놓아주신 시로도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밝은 에너지로 여러모로 헌신하는 어여쁜 최반장님.
우리 반을 위해 서로서로 힘을 모으시는 여러 선생님들 덕분에
크게크게 자라는 수요반이 되고 있습니다.

설날 화목하고 풍성하게 보내셨지요?
ㅋㅋ 윤애희님, 초보 며느리로 설날 나느라 힘들었을 거예요.
추억 속의 명절이 훨씬 아름답더군요.

설 쇠느라 방전된 에너지 충전하셔서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종강날 뵈어요.^^
오길순   15-02-22 14:26
    
상당히 긴 휴가
모두 즐거운 나날이셨지요?
다시 치마끈 바짝 조이고 일상의 바다로 나가야겠지요?
임미숙 총무님, 바쁘신 중에도 묵직한 책임감으로 오셨네요.^^
롱펠로우 시 한 점 놓아 봅니다.

 
    화살과 노래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우

나는 공중을 향해 화살을 쏘았으나,

화살은 땅에 떨어져 온 데 간 데가 없었다.

재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의 그 자취

어느 누가 그 빠름을 뒤따를 수 있으리오.



나는 공중을 향해 노래를 불렀으나

노래는 땅에 떨어져 온 데 간 데가 없었다.

어느 누가 예리하고 강한 눈이 있어

날아가는 그 노래를 뒤따를 수 있으리오.



세월이 지난 뒤에 보니 그 화살은 

참나무 밑동에 멀쩡한 채 꽂혀있었고

그 노래는 처음부터 끝 구절까지

친구의 가슴 속에 숨어 있었다.



<<세계의 애송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