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분위기의 인문학 수업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진돗개' 이야기로 수업이 시작됐습니다. 영리한 진돗개는 심부름하고 춤추고 노래 흉내 내기도 하지만 책은 안 읽습니다. 책은 사람만이 읽죠. 왜 책을 읽어야 할까요?
뉴잉글랜드 음악원 피아노 교수인 러셀 셔먼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우주를 아는 것이다. 피아노를 마스터하려면 우주를 마스터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로 하여금 과학잡지와 문학컬럼을 읽고 단어 20개를 외우게 한 뒤 그 단어를 넣어 즉석 문장을 만들게 했다고 합니다. 이런 과제를 준 이유는 '상상력' 때문입니다. 상상력이 있어야 곡의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상상력이 부족한 건 어휘의 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피아노 연주를 잘 하는 것은 손가락 기술이 아니라 악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즉 어떻게 상상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다를 거라는 거죠.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임동창 역시 러셀 셔먼과 비슷한 사고를 가졌나 봅니다. 악보를 한 번 본 뒤,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해서 연주를 한다고 합니다. 교수님이 얘기해주신 피아니스트 임동창 얘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임동창의 호(號)였습니다. 호가 '그냥'이라고 합니다. ^^
다시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책 읽기는 상상력 개발에 밑천이 됩니다. 그럼 얼마나 읽어야 할까요? 뭐든 '적당히'가 답이겠지요. 펌프샘의 '마중물'만큼만 상상력이 있으면 되니, 능력껏 적당히 읽으면 되겠지요.^^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도 시와 소설을 읽지 않는다." 서머싯 몸이 한 말입니다. 생명은 타고 나지만 그 생명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상상력에서 나오므로 상상력을 높이기 위해 직접체험, 간접체험(책 읽기 등)을 많이 해야겠습니다.
세상에는 나쁜 책이란 없습니다. 맑은 물이든 흐린 물이든 독사가 먹으면 독,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됩니다. 고로 좋은 독자와 나쁜 독자만 있을 뿐 좋은 책, 나쁜 책이 있는 건 아닙니다. 교과서만 읽었다고 바르게 사는 것도 아니고, 선데이 서울(참고로 저는 구경도 못 해본 책입니다ㅋ)만 읽었다고 엇나가는 것도 아닌거죠.
책을 읽으면 등장인물을 통해 저자의 의도를 알게 됩니다. 현실에서는 상대방의 의도를 알게 되고 전체 맥락을 볼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줍니다.
"달이 참 밝지?" 이 질문에 고지식하고 교과서만 읽은 사람은 달이 밝은 이유를 찾고(정답 찾기) 교과서 외 책도 많이 읽은 독서자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상대방의 의도를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이 감수성 지수가 높습니다.
"눈이 녹으면?" 이 질문에 고지식자는 "물이 된다'라고 답하겠지만, 독서자는 "봄이 온다'라고 표현할지도요.
삶은 정답을 구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잘 하는 것입니다.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 의도를 알아야 소통할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오래 만남이 유지될 것입니다.
슬라이드와 교수님 말씀을 내려쓰다 보니 정리가 좀 안 되는 느낌이 들어 읽기 불편하신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들 오늘 하루도 따뜻한 곳에서 편안히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