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반 풍경
노란 은행잎으로 거리를 수놓던 낙엽 거리도 ‘소설’이라는 겨울 절기에 주눅이 들었나 봐요. 거리는 말끔히 청소가 되었고, 김이 물씬 풍기는 호떡집 앞에 사람들은 줄을 섰네요. 겨울 수채화는 저절로 그려지고 있더군요.
요즈음 천호반은 남학생들이 수필 쓰기에 열을 뿜어 올리고 있어요. 여학생들 분발해야겠어요. 무의식의 정보는 의식의 2만 배를 보유하고 있답니다. 무조건 써야 합니다. 우물도 퍼내야 새물이 솟습니다. 퍼내야 보입니다. ‘쓸 게 있어서 쓰는 게 아닙니다. 글은 써야 써 집니다.’를 몇 번 강조 하셨어요.
오늘 주제는 ‘독신은 사치다.’ 혹여 독신을 생각해 보셨나요?
♣창작합평
*김상환 님 < 벽과 창문 >
*성낙수 님 <멋진 당신>
*김인숙 님 < 서리>
*김명희 님 < 희망사항 >
*<벽과 창문>에서는 구체적인 사건을 예화를 들어서 설득력 있게 잘 표현하셨다고 하십니다. 사색과 성찰이 드러난 좋은 글이라고 말씀 하셨어요.
빗장이 안쪽에 있는 장치이듯이 창문 또한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보기 힘들고 안에서는 밖이 환히 보이는 구조다. 그러므로 모든 열쇠는 언제나 나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그 열쇠를 밖에서만 찾으려고 했다.
위의 글은 잠언적인 좋은 발상이라고 하시네요.
*<멋진 당신>아주 매끄럽게 잘 쓰셨어요. 이제까지 쓴 글 중에 최고의 작품입니다.
등단작으로 올리시면 좋겠네요. 일흔을 훌쩍 넘으신 가슴에 꽃피는 애절한 사랑이 몹시도 부러웠답니다.
*<서리> 수기로 치우치기 쉬운 글을 ‘서리’라는 비유로 수필다운 글을 썼다고 하셨어요.
친구가 카톡 사진을 보냈다. → 친구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수동형으로)
타는 가슴을 무엇에 비유하리요? → 타는 가슴은 어쩔 수 없었다.(좀 더 명료하게)
*<희망사항> 결혼 2년차 결혼기념일에 남편으로부터 ‘삼백년만 같이 살자’는 손편지를 받았답니다. 유한한 시간이 필자에게는 무한으로 다가왔어요. 삼백년만 같이 살자는 8글자가 20년이 넘는 지금에 남아 있다니 언어의 무게는 짐작하고도 남죠?
♣독신은 사치다
*독신 예찬론을 주장하던 김성우 님의 글을 우린 읽었습니다. 예순이 넘어서 결혼한 그는 다시 결혼 예찬론을 주장 했죠. 오늘은 독신 고백론을 들어볼까요?
독신의 독백 (김성우)
*결혼이란 2인3각 같은 것이다. 서로 돕는 것 같지만 그 때문에 절뚝거린다.
*남을 데리고 산다는 것은 손이 네 개라는 말이다. 그 중의 두 손은 내 말을 듣지 않고 따로 논다.
*결혼이란 반 자유끼리의 결합이다. 반끼리 아무리 잘 결합해도 합이 절대로 반을 넘지 않는 산술이 결혼의 산술이다.
*결혼은 물로하는 것이 아니라 불로 한다. 냉정한 타산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불기가 있어야 한다.
*결혼은 적과의 동침이다.
*독신은 사치다.
*여자는 문밖에 있을 때는 천사요. 문안으로 들어오면 여우가 된다.
*여자는 첫날은 순종하고 둘쨋날은 요구한다.
*이렇게 주장하던 분이 결혼하여 결혼 예찬론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혼하라 후회할 것이다. 결혼 하지 말라 또한 후회할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하고 후회할 일이죠. 독신은 사치입니다.
*남자와 여자와는 두 개의 악보이다. 그것 없이는 인류의 영혼의 악기는 바르고 충분한 곡을 표현 할 수 없다.<마드지니>
♣깔깔 수다방
*독신 독백론이 펼쳐지자 수다방은 결혼 얘기로 꽃이 피었죠. “여자란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가장 모순된 인간이다.”라고 여성론을 폈더니 그래도 “여자란 천사다.”로 남학생이 결론을 내렸어요. 어찌 되었건 결혼을 하고 볼 일입니다.
다시 수필 토론으로 되돌아갔죠. 수필에 관심이 많은 남학생이 자신의 수필에 대한 문젯점을 얘기하더군요.
남학생: 꼭 형식에 맞춰야 하나요?
여학생: 소설적 수필을 잘 쓰시는데 뭘 염려하세요?
남학생: 끝부분에서 여운을 남기라는데 ‘극심한 혼돈’에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시네 요.
여학생A :모호한 부분은 싫어하셔요. 똑 떨어지고 자연스럽고 명료하게 표현하라
고 강조하셔요.
12월에 뵙겠습니다. 수필 한다발 안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