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문학실전수필(11. 14, 목)
-수필은 언저리(Injury) 문학인가?(종로반)
1. 강의
수필은 언저리(Injury) 문학인가? 천만에, 균형의 문학이고 경계의 문학이다! 어느 정도 수필 쓰기에 이력이 붙을 무렵(그러니까 뭘 좀 알 거 같은 무렵) 밤길 도깨비처럼(혹 AI?) 길을 가로막고 놔주지 않는 불청객이 있다. ‘내보이기와 감추기’. 보여줄 것이냐, 감출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 내보이기와 감추기
수필은 보여 주기와 감추기, 경계의 문학이다. 그렇다고 주변부, 즉 언저리(Injury)에 위치한 문학은 아니니 오해 없도록. 수필은 가장 친절한 문학 장르다. 정보와 정황이 지나쳐도, 모자라도 안 된다. 고개를 갸웃하게끔 상황 전개가 의아스러우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전 단계에서 이미 설명하였거나 행간에 의미를 감추어 알아듣도록 해놓고 또다시 시시콜콜 설명하면 그러지 않음만 못하다. 과유불급, 아니 확인 사살이라고 해야 하나?
나. 표현을 애쓰면 내용이 는다
내용과 형식은 같이 간다. 퇴고 때의 경험을 되살려 보자. 내가 말하려는 것을 어떻게, 정확히, 그 심정 그대로 진실하게, 남이 알아듣도록 표현할까 골몰하며 사유와 상상을 개진하다 보면 영감이 오는 때가 있다. 영감의 내습! 그러다 보면 글의 내용이 깊어진다. 이 어찌 좋지 않을쏘냐? 사유와 상상은 ‘골목길 단짝 친구’다. 문학이라는 같은 동네에 산다.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체계를 갖추면 ‘사유’가 되는 것이고, 자유분방하게 풀어놓으면 ‘상상’이 된다.
#여기서 잠깐, 조커와 기울어진 운동장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요즘 뜨는 영화 <조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우리 사회는 건널 수 없는 신분과 계층의 차이가 있고, 가진 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관점을 무시할 수 없다. 영화 <조커>는 대리 배설 효과 덕에 흥행 가도를 달리는지도 모르겠다. 고담시(소돔과 고모라)의 조커는 배트맨과 대립하는 캐릭터지만 서로 닮았다. 안티 히어로(Anti-hero)라는 점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은 축구 용어. 다른 팀들이 축구의 신 메시가 뛰는 ‘FC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 자주 패하자 운동장의 기울기에 이의를 제기함에서 비롯.
2. 합평
가. 납작한 말(봉혜선)
인간의, 인간에 대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고백체 글.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엉뚱한 발언으로 왕따를 당하는 악순환의 아픔이 가슴 깊은 곳을 건드린다. 사람에 대한 예의만은 잃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나. 새로운 창조(김순자)
사군자와 사의화 공부는 필묵의 수련에서 생각의 수련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술의 귀한 점은 창조에 있고 개인의 가치를 나타내는 데 있다.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券書 行萬里路). 문인화와 글이 두 가지가 아님을 깨닫는다.
다. 양평군자(윤기정)
시 동인전에 출품했다가 분실한 부채를 양상군자(梁上君子)에게서 돌려받은 훈훈한 에피소드. 안개 속 까치의 비상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 회복을 끌어낸 상징 수법이 빛난다. 양평(楊平)에 가면 군자를 만날 수 있을까?
3. 동정
-종로반 합류 후 기쁜 취업 소식을 전한 기젤라님의 활기에 반 분위기업(UP)
-주복희님의 ‘서예작품전’ 초대장이 쥐어졌다. 11. 20~11. 24, 일산 킨텍스.
-종로반은 존재의 집(하이데거)인가, 만능의 집? 아니면 마술사의 집?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