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문학실전수필(10. 29, 목)
-수필 쓰기가 어렵다고, 정말?(종로반)
수필 쓰기가 쉬운가요, 어려운가요? 시와 수필 사이에서 망설이다 시인으로 갓 등단한 어떤 사람은 왜 시를 택했느냐고 물으니 “시는 원고지 1~2장 쓰면 되는데, 수필은 12~15매 써야 하니까요”라고 수줍게 대답하더라.
반면 어떤 원로 수필가는 "수필을 쓴지 얼추 60년이 돼가는데 쓰면 쓸수록 잘 모르겠다.”고 조금은 엄살 섞인 겸손한 고백을 하더라. 뼈 때리네, 정말, 이도 저도 아니고 글 쓸 때면 매번 초보운전을 하는 우리보고 어떡하라고?
1. 수필 쉽게 접근하자
가. 어려운 개념과 정의로부터 떠나라
-수필지의 평론이나 수필 이론서, 개인 수필집의 추천사(뒷면 표사) 할 것 없이 펼쳐보라. 어렵고 모호한 말들로 도배되어 있다. 골라잡아 대충 인용해보자.
“에세이는 그 자체가 지성을 기반으로 정서적 신비적 이미지로 점철된 문학.”
“인간 영혼의 가장 은밀한 곳에 자리 잡은 마음의 미세한 풍경을 그리는 앙식.”
“사유는 주체의 내적 발견과 세계의 외적 인식의 상호 호환 속에서 가능하다.”
“수필은 경험의 내적인 심오한 통찰을 통해 각성의 결과를 심미 철학적으로...”
“수필은 서정, 서사, 설리(說理), 또는 교술의 요소가 교묘하게 결합한 문학으로서...”
“창작수필의 ‘시적 발상과 산문적 형상화’는 각각의 문학적 영역이 말해주는...”
-위 개념이나 설명이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알아듣기 어렵고 응용하기가 힘들다. ‘그러면 어떻게?’라에 대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구체적인 도움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필에 대한 "어쩌구저쩌구"에 대한 정의와 인용은 잊어라.
나. 일단 아무거나 써라 매수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이야기(소재, 제재) 두, 서넛은 있을 터. 매수에 상관하지 말고 일단 써라. 수필의 매수를 12매 이내, 또는 15매 전 후 A4 용지 1~2매) 등으로 한정하지만, 그것은 잡지사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정 안 되면 한 두 문단도 좋다. 일단 쓰고 보자. 글도 새끼를 친다. 그러다 보면 ‘끼워넣을’ 꺼리가 생긴다.
-아무 이야기도 좋다. 엊그제 일어난 일일 수도 있고 수 십 년 전 잘 기억나지 않는 경험, 고마운 사람, 기억에 남는 영화, 이사 끝 첫 집 장만, 노래에 얽힌 사연, 낭패당한 경험, 세상 돌아가는 꼴, 미친 코끼리와 노쇠한 당나귀의 싸움, 신산한 유년의 트라우마.
다. 남이 일아 듣도록 정확하게, 제발
-이제 됐나요? 난삽한 이론은 잊고 일단 쓰자. 일주일에 1~2 문단 쓸 수는 있잖아요. 다만 내가 이야기 하려는 내용을 남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고 정확하게 써야 한다. 난 그딴 거 상관 않는다고? 그럼 머 땀시 문예지에 발표를 하고 책을 펴내시는지? 수필은 어느 장르보다 친절한 소통과 나눔의 문학이라고요.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려면 문장이 간결하고 어법(맞춤법)에 맞게 써야한다. 문장이 쓰잘 데 없이 길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꼭 탈이 난다. 안 그런 만연체나 우유체 장황한 글도 있다고? 그건 기본을 다지고 경지에 올라 인정받는 고유한 문체를 지닌 수필가들(그런 사람 몇 안 됨) 경우니까 본 따면 아니 아니, 아니 되오!
-무작위로 수필 한 편 골라 읽으면 벌써 서두 부분에 비문, 맞춤법 잘못, 주어와 서술어의 불일치, 오탈자가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 그럼 더 이상 글 안 읽힌다. 정확한 문장은 기본 아니냐고? 정말 그런가? 합평 글도 마찬가지다. 제출할 때는 맞춤법(컴 작업 시 붉은 밑줄 표시)을 한 번쯤은 바루어서 내는 것이 예의다.
라. 그랬다 치고 이게 다인가?
-어찌 됐건 이야기 하려는 내용을 큰 어려움 없이 알아들을 수 있게 썼다 치고(증말?)
일단 고개를 끄덕이긴 하지만...
당연히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수필은 일기나, 수기, 고백록, 끄적임, 횡설수설이 아니니까.
-근데 그 (개) 고생을 해가며 전하려는 내용이 이게 전부란말인가? 그렇진 않을걸. 그럴 거면 브런치 카페에서 둘러앉아 우아하게 도란도란 주고받아도 됐잖아? 그러니 내 글에서 꼭 말하려고 하는 ‘에센스(주제, 의미화)’를 끄집어 내야함. 그래야 말이 되거나 말거나 하지.
요컨대 생각을 덧붙이라는 말씀.(이 말에 당구장)
-또 있다.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려면 무미건조하거나, 잔뜩 어렵게 써서 골치 아프게 하면 안 된다. 내 이야기에 딸려오도록 장치를 해야만. 비유와 묘사(표현, 형상화)로 새롭고 생생하게 생각과 느낌을 전달해야만 하는 것. 그렇다고 겁먹거나 기죽을 필요 없다. 이러한 장치는 몇 군데만 해도 충분하다. 지나치면 작위적이 되어 오히려 글의 품격을 해치니까. *그러니까, 매수에 상관없이 쓰고자 하는 내용을 일단 정확하게 써라. 그 다음 다시 읽어보며 두어 줄 생각을 진전시키고, 두세 군데 묘사나 비유를 통해 실감나게 전달하자. 그럼 됐거든요. 아직도 어렵다고요? 후우~.
2. 합평
<단칸방의 행복>-최준석
영화 <기생충>를 보고 쓴 에세이. 중요한 것은 작가의 관점이다. 긍정적이고 따듯한 휴머니스트적 접근을 했다. 특히 ‘방’에 대한 생각이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개되었다. 부제를 포함해 영화의 기본 정보(감독, 주연)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함.
3. 동정
-신비주의로 일관하시던 강정자님이 오랜 침묵을 깨고 등장.
윤기정님이 아픈 다리 끌고 천천히 걸어오심.
김순자님은 여전한 모습으로 중심을 잡아주시네요.-반가움 백배. 글을 가져오시라는 말을 하는 게 좋을까, 아님 자리를 채워 주는 것만으로도 좋으니 그저 ‘입 다물고(닥치고)’ 있을까요?(잠 덜 깬 총무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