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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밭에 씨를 뿌리고    
글쓴이 : 이창원    13-12-26 14:55    조회 : 8,876
 지난 일요일, 옅은 황사가 불어 왔지만  절기상 더  미룰 수가 없어 막내딸과 함께 동
네 뒷산에 있는 텃밭으로 갔습니다.
둘 다 허름한 옷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마스크까지 하고 나가니 동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산 입구 가게에서 퇴비 세포를 사서 집사람이 시장 볼 때 쓰는 조그만 손수레를 이용하여 밭으로 옮겼습니다
옮기는 도중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퇴비가 쏟아지기도 하고, 손수레가 주저앉기도 하였지만 한 참을 씨름한 끝에 겨우 손수레를 고쳐 다시 밭 입구까지 옮겼습니다
 입구에서 밭 한가운데로 어깨에 퇴비 한 포씩을  둘러메고 옮기는데 막내딸도 한 포를 잡아 끌면서 낑낑대며 옮겨 놓습니다 
 
 둘이서 잡초를 뽑고 땅을 뒤집고 거름을 뿌립니다. 지렁이가 많이 나옵니다. 삽으로 땅을 파니 지렁이 허리가 짤려져 흙 위에서 바둥거립니다. 그때마다 막내딸은 깜짝깜짝 놀라 소리를 지릅니다
 
 땅 속에서 지렁이가 하는 일과 흙의 변화에 관해서 얘기를 해 줍니다. 그리고  유기농에 관해서도 얘기를 해 줍니다. 좋은 일을 하는 지렁이이니 흙으로 다시 잘 덮어 줍니다
 
  딸도 열심히 풀을 뽑고 , 거름을 뿌리고 삽으로 흙을 뒤집었습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다 된 밭을 보고 있더니  밭 가장자리 한 부분을 자기가 쓰겠다고 달라고 합니다 
자기는 채소 대신 꽃과 방울토마토를 심겠다고요
어차피 채소 키워서 다 먹지도 못하고, 남는 채소는 이웃집에 나눠 주는 게 또 일이라 그러라고 합니다
 
 여기는 막내 밭, 여기는 고추, 여기는 열무, 치커리.....조그맣게 몇 구역으로 나눈 다음, 이랑을 만들고 고르게 손질을 하고 나니 드디어 씨 뿌릴 준비가 끝났습니다
 
 
 막내는 봉숭아랑 맨드라미를 심겠다고 합니다. 또 치커리랑 방울토마토도 심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나 맘이 언제 또 변할지 모릅니다. 둘이 같이 인근에 있는 구멍가게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씨앗도 삽니다
 
 이 구멍가게에는 꼬부랑 할머니가 해마다 봄이 되면 각종 채소 모종과 씨앗들을 팔고 있습니다
 
 상추, 열무, 내가 좋아하는 샐러리, 막내가 키워 보고 싶다는 치커리 두 종류, 청경채, 그리고 약속대로 막내의 구역에 뿌릴 봉선화와 채송화 씨를 샀습니다.
 
 오늘 고추랑 방울토마토 모종은 없습니다
 
  막내 구역에는 막내가 씨를 뿌리고 흙을 덮었습니다
‘여기는 봉숭아 다섯 포기, 또 여기는 맨드라미 세 포기’ 하면서 정성 들여 심더군요
 저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지요
 
 나중엔 재미있다면서 내가 다른 채소 씨 뿌릴 때도 한 참을 도와주었습니다
아니 아예 분담이었으니까요.
 
내가 씨 뿌릴 자리를 길게 막대기로 파 놓으면 막내가 씨를 뿌리고 흙을 덮고 이랑 안쪽 좀 먼 곳은 내가 씨를 뿌리고 덮곤 하였습니다
 
엄지와 검지 끝으로 씨를 살살 비비면서 한 군데에 너무 많이 치우치지 않게 뿌린 다음 손으로 흙을 살짝 살짝 덮어 줍니다.
 특히 상추와 치커리, 샐러리 등은 씨앗이 너무 작아 한쪽으로 몰리지 않게 잘 비비면서 뿌려야 합니다
앙징맞은 고사리 손으로 씨를 뿌리는 모습이 농부의 딸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온 마음을 다하여 정성 들여 심는 막내의 심정을 안다면 씨앗들도 잘 자라 줄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을 흠뻑 뿌려주고 새들이 주워 먹지 못하도록 검은 망사 비닐을 덮어 준 다음, 제발 잘 자라 주기를 바라면서 둘이서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막내딸은 싹이 나올 때, 어떤 모습으로 나올 것인지 자꾸 물어보지만 봉숭아나 맨드라미 싹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다음 주에는 고추 열 포기랑 방울토마토 두 포기를 심을 작정입니다
막내딸의 입은 쉴 틈이 없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이창원 씀
 
몇 년 전 봄에 쓴 글입니다^^

임정화   13-12-27 09:56
    
안녕하세요, 이창원 선생님. 반갑습니다.
몇 년 전 봄에 쓰셨다니 이제 막내따님이 제법 성장하셨겠네요. 글을 쓸 당시가 몇 살이던가요? 고사리 손이 나오는 걸로 미루어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되지 않았나 추측해보았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작가의 세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므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간략히 나온다면 이해하기가 퍽 수월해진다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함입니다.
생활일기 같으면서도 부녀간의 다정한 일상이 눈앞에 그려져 맑은 웃음이 절로 나는 예쁜 글입니다.
퇴비를 옮기면서도 곡절이 많았던 것으로 미루어 아마도 당시는 귀농하신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나 봅니다.
그런 저간의 사정들도 무대를 깔듯 좀더 친절하게 설명된다면 궁금한 점 없이 훨씬 더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가을 설거지는 다 끝내셨나요? 다음 글도 기대해보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창원   13-12-27 13:37
    
그렇군요^^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문경자   13-12-27 17:39
    
선생님 안녕하세요.
따님과의 추억이 많으신가 봅니다.
그 따님이 지금은 무얼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지  조금 더 자세하게 써 주시면 합니다.
 맨 끝 단락에 막내딸의 입은 쉴 틈이 없고 에서
대화를 하는 건지 무엇을 먹는다는 뜻인지
구체적인 표현을 해주시면 합니다.
고사리 손으로 아빠곁에서 일을 하는 예쁜따남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집니다.
전원에서 생활글 기대해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창원   13-12-27 18:44
    
예^^ 다시 수정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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