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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침을 흘리는 이유    
글쓴이 : 이창원    13-12-28 21:11    조회 : 10,088
내가 침을 흘리는 이유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혼자 집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있을 큰 사위를 불러 양재천으로 걷기운동 하러 나갔다. 맑은 하늘에 햇볕이 좋았지만 찬바람이 매섭다. 모자와 장갑, 그리고 옷을 단단히 입었는지라 코끝은 시리지만 빠르게 걸으니 금방 몸이 더워진다. 강가의 갈대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한 떼의 참새들이 후루룩 날아간다.
 
 강에는 주먹만 한 예닐곱 마리의 귀여운 새끼오리들이 한가로이 놀다가 사람이 다가가니 풀 속으로 숨어 버린다. 한 무리의 비둘기들이 길에 앉아 먹이를 주워 먹고 있다. 요즘 비둘기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은커녕 먹이를 얻어먹기 위해서인지 날아가지도 않는다.
 
 어릴 때 시골에서 아버지와 참새 잡던 생각이 난다. 아버지는 취미로 사냥을 자주 다니셨는데 호랑이를 잡은 적도 있었고, 노루, 산돼지, 토끼, 꿩, 오리 등을 참 많이 잡아먹었었다. 큰 형, 작은 형뿐만 아니라 나도 사냥을 참 많이도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엄마는 반찬이 없으면 새벽 잠 자는 아들들 중 아무나 깨워 뒷산 가서 꿩 한 마리 잡아 오라고 엽총을 들려 내 보내기도 하셨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던 가을 저녁때면 아버지는 아들들을 데리고 자주 참새 잡으러 가곤 하셨다. 저녁 해질 무렵, 들판에서 벼 이삭을 먹던 참새들이 모두 대나무 숲으로 모여들면 대나무 밭은 그야말로 참새들의 지저귐에 귀가 따가웠고 비둘기도 질세라 같은 숲에 잠자리를 찾아 들곤 했다. 아버지가 대나무 숲 근처에서 엽총을 한 방 쏘면 참새들이 우수수 떨어지곤 했다. 실탄에 맞아 떨어지는 놈, 놀라서 떨어지는 놈, 옆 친구가 떨어지니 덩달아 같이 떨어지는 놈 등 비 오듯 떨어지는 참새들을 구경나온 동네 아이들과 같이 얼른 숲속으로 뛰어 들어가 망태기에 주워 담았다. 조금 늦어지면 정신 차린 참새들이 다시 날아가 버리니 재빠르게  주워 담아야만 했었다.
 
 저녁엔 으레 참새구이를 해 먹었었는데 껍질을 벗기고 굵은 소금과 함께 숯불에 구워 머리까지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으면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발갛고 매끈하게 들어난 가슴살은 또 어떤가. 뼈도 강하지를 않아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옛날 포장마차에서는 참새구이를 참 많이도 팔았었는데 어느 새인가 메추리구이로 바뀌더니 요즘은 그마저도 구경할 수가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큰형네로 설 쇠러 가곤 했었는데 동생의 산탄총을 가지고 같이 비둘기 사냥을 간적이 있었다. 요즘 같은 겨울철이면 산비둘기들이 들판으로 내려와 보리밭을 파 해치던지 추수 끝난 논에서 벼 이삭을 주워 먹든지 한다. 또 전깃줄에 앉아 저물어 가는 겨울 저녁 해를 보며 상념에 잠겨 있는 놈들을 노린 것이다.
 
 동생은 요즘 시골 인심이 워낙 야박해서 총을 들고 사냥을 하면 금방 지서에 신고를 해 버린다며 동네 한 복판으로는 절대 들어가지 말고 주민들의 눈에도 띄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우린 차를 타고 천천히 농로를 지나 가다가 보리밭에서 먹이를 주워 먹고 있는 비둘기를 보면 차 안에서 총을 쏘곤 했다. 또 전깃줄에 앉아 노는 비둘기 보고도 한 방 쏘고, 너무 멀면 밭두렁에 몸을 숨기고 살살 기어 가 얼른 한방 쏘고 주워 오곤 했다.
 
 참새만큼 오도독 씹는 맛은 없지만 비둘기 숯불구이도 별미이다. 산책길 후루룩 날아가는 참새들과 발아래 날아온 비둘기떼를 보고 내가 침을 흘리는 이유이다.

문경자   13-12-30 23:47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새에 대한 재미나는 이야기도 넣어 쓰면
더 좋은 글이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글 기대합니다.
이창원   13-12-31 12:04
    
예^^ 감사합니다. 참고하겠습니다^^
임정희   13-12-31 12:29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저에게는 재미있는 소재의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느껴던 점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첫 문단에서 '한 떼의 참새들이 후루룩 날아간다.'로 끝내고, 다음 문단은 오리, 비둘기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그리고는 다시 참새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따라서 둘째 문단의 내용과 위치를 고려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시골에서 아무 때나 총을 들고 사냥해도 되나요?  법으로 금지된 것이라면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쓰실 때 조심해야 할 듯합니다.
침을 군침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좋은 글감이 풍부하신 분 같아서 다음 글도 기대됩니다.
이창원   13-12-31 12:45
    
예^^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다시 고쳐보겠습니다.
요즘은 일정기간, 일정 지역을 지정하여 수렵허가를 내 줍니다. 이 글은 수렵금지령이 떨어지기 전의 어릴 때 추억이라 그냥 썼습니다.
군침이 훨씬 좋겟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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