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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가는 17번 버스    
글쓴이 : 엄영선    12-08-17 13:05    조회 : 7,930
                    교회가는 17번 버스
                                                   엄영선
 
아침에 일어나 동쪽 창문을 여니황금빛 햇살에 바다향기 묻어와 방 안 가득 퍼지니
젖은 행복감의 아침을 열어 준다
오늘은 주일이니 더 행복한 날이다. 주님께 아침 기도 드린다
이제 인생 덤의 고개를 넘어와 나의 늙은 모양 보기 싫어졌으나 마음만은 아름다운 향기를 품게하여 주소서 주님. 서글픈 나이를 안고 7월이 지나간다. 아침을 대강 먹고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어느 목사님의 설교를 들어 가며 교회 갈 준비를 한다. 가방을 찿아 헌금봉투 챙겨 넣고 성경책과 버스표를 넣는다
교회까지 걸어서 40분도 채 안되는 거리지만 버스를 타고 간다. 그런데 버스표가 없다
웬일 일까? 오만데 빽을 다 뒤져도 없다. 얼마전 만기가 되어 $30주고 새로 산 것인데 없다
이제 늙으니 잊어버리는 것, 잃어버리는 것 투성이다. 요전엔 그 비싼 보청기를 잃어버렸다
늘 놓아 두던 자리에 없다. 주님, 찿아 주세요 애원하나 종래 잃어버렸다.
이럴때는 기분이 몰락하여 서글퍼진다. 오늘 아침 좋은 기분 다 도망 갔다. 할 수 없지 버스표는 또 사면 
되지 자위하며 마음을 달랜다. 좋은 옷이나 찿아 입고 모양내며 기분 재 충전 하자
언제나 나는 교회갈 때 멋을 좀 내 본다. 뒤 창문을 내다 보며 키다리 전나무의 율동을 보고 그날의 날씨를 측정하여 옷을 선택 한다. 오늘은 미풍이니 회색옷에 검은 모자가 잘 어울리겠지? 복장은 그 사람의 분위기를 연출하니까 늙었다고 초라한 옷차람은 않된다. 또한 고루하고 얌전한 이미지 보다는 도시적인 현대 감각에 마추어 옷을 입자. 나는 한 2년전부터 모자를 애용하여 모자를 쓴 채로 예배도 드린다
목사님 말씀에 정식 모자를 쓰는 것은 여인의 예복이니 써도 된다 하셨다
나이에 맞지도 않은 멋을 내며 생각해 본다. 속이 텅 비어 있는 허영뿐인 여인의 사치하는 인상을 주면
그것은 않되는데 자문자답도 한다. 멋이란 품위를 바탕으로 정서적 여운이 몸에서 흘러야 한다
복장에도 매너가 있다. 적절한 화장과 단장하는 것은 늙을수록 삶의 의욕을 주는 것 같다
어찌하든 미장원엘 안 가니 그것은 편리하고 돈 않들어 좋다. 기분 고쳐가며 집을 나섰다
한 5분 걸어 가면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우리교회 행자권사님 먼저 와서 기다리곤 한다
그분은 나를 챙겨 주는 친절한 분이다. 일 주일 동안의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17번 버스 오기만을 기다린다
드디어 기다리는 버스가 알라모아나 쪽에서 달려와 내 앞에 정지해 선다. 정말 버스표가 없지 지갑에서 $1을 꺼내
들고 버스에 올라 돈통에 넣는데 버스 드라이버 하는 말이 " 할머니 왜 돈을 내세요?" 한다
내 대답이 " 버스표를 잃어 버렸어" 했더니 잠깐 기다리세요 하더니 자기가 들고 다니는 검은 가방에서 버스표를 꺼내며 " 이 것 할머니 것이지요?" 하며 준다. 분명 그것은 내 얼굴 사진이 붙어 있는 내 것이었다
얼마나 기쁘고 고맙던지 땡큐땡큐를 연발하며 얼굴이 빨개졌다
그는 나를 기억하였으며 일 주일에 한번 타는 이 시간을 기다렸던 것이다. 분실된 버스표는 본사에 제출하는 것이 규칙인데 이런 고마울데가 있나 내 마음 기뻐 들뜨니 버스가 날아가는 기분으로 달린다
창밖을 내다 보니 지나가는 공원의 나무들이 춤을 춘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후리웨이 언덕을 넘어 교회 앞 정류장에 다 왔다. 하차하며 당신의 친절 너무 감사 한다 인사하니 잠깐 기다리세요 하더니 자기 지갑에서 $1짜리 하나를 꺼내 나를 준다. 얼덜결에 $1을 받아 가지고 오며 생각하니 이런 주책 없는 늙은이 그 분의 돈을 내가 왜 받아 그러니 늙으면 죽어야 한다느니...
교회 본당을 날을듯이 들어가 주님 사랑 절감하며 찬송 크게 부르며 감사 기도 드렸다
노인의 시간은 제 마음대로 날아 달아난다. 주일이 어제 같은데 오늘이 또 주일이다
어제 마켓에 가서 17번 버스 드라이버에게 드릴려고 산 마카데미아 한 봉다리랑 캔디 한 곽을 들고
정거장에 나갔다. 드디어 기다리던 17번 버스가 달려 왔다. 버스에 올라 봉다리가 든 빽을 드라이버에게 주려고
내미는데 내 손을 잡아 당기더니 내 볼에 뽀뽀를 한다. 너무 당황하여 내 얼굴이 뺠개졌다
이런일은 지나간 날의 것인데...
그 이후 일 주일에 한 번 교회 갈 때마다 내 손 잡아 당겨 볼에 뽀뽀가 날아 온다
그들은 그러는 것이 보통 인사이지만 나는 그 친절이 고마워 이름을 물었다. 지미라고 한다
지미는 참 좋은 사람 잊지 못 할 사람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착하고 친절하구나 오늘도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의 깃털을 달아
예배당 안으로 날아서 들어 갔다   
  
 

유시경   12-08-18 03:49
    
안녕하세요?
심야 영화 한 편 보고 왔더니 잠 잘 시간을 그만 놓쳐버렸네요.
다행히도 엄영선 선생님의 산문 한 편이 올라와서 열심히 읽고 댓글 답니다.^^
글 전체를 읽고 잠시 눈을 감아보니, 문장 속의 풍경이 머릿속으로 마치 파스텔로 그린 그림처럼 곱게 그려지는군요.
어렸을 적에 보았던 <초원의 집>이란 드라마 인물들이 간혹 스치기도 하고요...
'로라'의 이웃 어른들이 예복을 갖추고 교회에 가서 기도를 드리는 풍경도 있었지요.
수면 모자를 쓰고 잠을 자는 아이들도 많이 보였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는, 화사한 모자를 쓰고 베이지나 상아색의 옅은 플로랄 원피스를 입고 나들이 가시는 어머니들의 모습이기도 하답니다.
달콤한 캔디 냄새, 고소한 마카데미아 향기, 그리고 하느님의 축복이 그 버스 안에서 일어났군요.
"17번 버스의 사랑"이 저에게도 매우 따뜻하게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글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노재선   12-08-18 08:11
    
제어머니도 외국에사신답니다.
7월한달을 거기서 보내다왔답니다.
엄영선님 글을읽으며 90의어머니가떠올라
잠시 눈을감았습니다.
열심히 글쓰세요.
젊어지는 비결입니다.
강희진   12-08-18 13:14
    
좋은 하루,
좋은 일,
좋은 글들이 모이면 행복해질 겁니다...
행복한 글, 잘 보고 갑니다....
문경자   12-08-23 12:45
    
친절한 17번 버스아저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글이네요.
버스표를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찾고 기뻐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위에서 8반째줄에 '오만데'라는 단어가 궁금합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쓰이는 말같은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좋은 활동을 하시니 젊어지시는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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