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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함을 느끼며 사는 시간    
글쓴이 : 정민영    14-03-03 18:51    조회 : 10,082
 
 시간은 무심히 흐른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자신의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그 모습이 자랑스러울 때도 있지만 씁쓸한   모습으로 자리매김할 때도 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유년기와 청년기에  꿈꾸었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이 필요할 것 같다.
 유년기에는 모두가 가슴 한가득 꿈을 빚으며 산다. 위인전기를 읽으며 닮고 싶은 위인을 찾기도 하고, 선생님 말씀에 힘입어 나름대로의 멋진 청춘을 꿈꾸기도 한다. 경쟁사회로 진입하면서 성공과 좌절을 경험하고는 두 갈래 길에서 최초의 방황을 하게 되는가 싶다.
 환경에 순응하고 타협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삶을 선택하는 길과, 환경을 인정하면서도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길이다. 어떤 길이 바람직한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길을 걸어간 사람의 감정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죽음의 문턱에 이르기 전에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남아 있는 시간을 아름답게 보내야 할 것 같다.
 20대 초반,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암울한 시절이 있었다. 행복하게 태어났지만 20여년의 시간은 삶을 송두리째 절망의 늪으로 빠뜨리고는 어찌 하겠느냐고 물어왔다. 몇 번이나 삶을 마감하고 싶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슬픔을 줄 수가 없어서 살아보기로 했다.
 주머니에는 버스 토큰이 하나도 없어 먼 길을 걸어서 가야 하는 가난이 힘들게 했지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하여 생각을 집중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자 머리에서 맴돌던 생각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생각들을 시간의 순서로 배열했다. 정리된 인생계획표를 들여다보면서 계획대로만 실행된다면 살만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생활을 정리했다. 주머니에 향 후 20년 동안의 인생계획표 한 장 달랑 들고 시골의 고향집으로 갔다.
 나이 40의 얼굴 모습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링컨 대통령의 어록을 가슴에 새기며 계획표대로 살았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글자에 불과했던 꿈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물론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발생하여 수시로 갈등의 순간을 겪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예상했던 길이 나타났다. 40이 되었을 때 20년 전에 세웠던 목표는 거의 이루어졌음을 경험했다.
 40이 되던 해에는 60을 꿈꾸었다. 새로운 20년은 부모의 영향범위를 벗어나 순수한 나의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열정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자녀들이 성인이 되어갈 무렵,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은퇴를 준비할 무렵인 50대 중반에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일었다. 실패한다 해도 별 탈이 없을 것 같았다.  미련 없이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결과는 참패로 끝났다.
 실패해도 별 일 없을 것이란 생각은 참으로 터무니없는 장밋빛 환상이었음을 깨달았다.  가장의 실패는 당장 가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직 대학생인 막내를 보면서 막내의 인생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에서부터 사회에 첫걸음을 막 시작한 아들에게는 하루아침에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아버지로 전락하고 말았구나 하는 회한이 일었다. 그러한 나의 속내를 가정에 그대로 내보일 수는 없었다. 겉으로는 걱정 말라며 큰소리만 뻥뻥 쳤다. 
 실직한 남자의 삶을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하루하루가 좌불안석이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문득 묘한 생각이 나를 파고들었다. 내가 돈을 벌 수 없다고 해서 살아갈 가치도 없는 사람인가. 돈을 벌지 못해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것 같았다.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나만의 가치를 찾아보기로 했다.
 매일 만나는 낯선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미소, 길을 찾는 이들에게 자세한 길 안내, 길에 떨어진 휴지를 무심코 줍기, 딸아이의 방청소, 스트레스에 시달린 아내가 남겨 놓은 그릇 닦기 등등 일이 무수히 많았다. 내가 100원이라도 벌어온다면 그 만큼은 가정경제에 기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런 생각이 일자 그만한 일자리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가면서 실패와 동행한 원한, 분노 등이 서서히 사라지고 평상심이 찾아왔다. 평상심으로 맞는 아침은 감사의 순간이었다. 매순간 맞이하는 시간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중히 써야 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다.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오는 동안 난 나도 모르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임정화   14-03-04 09:37
    
안녕하세요, 정민영 선생님.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없지만 힘든 나날들을 슬기롭게 극복하셨다니 참 존경스럽네요.
사실 궁지에 몰렸다는 생각이 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키며 주위 사람들 모두에게 더욱 초라한 몰골을 보여 서로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선생님은 무척 다행스럽게 환경을 바꾸셨네요. 대단하십니다.
분량이 좀 짧지만 문장이 정갈해서 잘 읽히고 주제가 명료해서 이해가 쉽습니다. 다만 좀더 이야기가 살아난다면 비슷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공감하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도록 의욕을 북돋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물론 시시콜콜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이 다는 아니지만  개별적인 어떤 상황을 통해 선생님이 현명하게 대처하신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으면 해서요.
군더더기가 없는 반면 작가의 의도에서 엇나가 자칫 훈화로 읽히거나 읽을 거리의 풍성함이 축소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기우에서 드리는 말씀이니 오해 없으시면 좋겠네요.
저도 선생님처럼 분노나 불만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정민영   14-03-04 18:14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사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상황을 잘 정리해서 넣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짧은 소견으로는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넣는 것이 자칫 자기자랑으로 흐를까하여 개념만
    기술했습니다만 선생님의 고견을 듣고보니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기가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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