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기타그룹 >  수필공모
  신의 정원(수정)    
글쓴이 : 정민영    14-03-19 14:32    조회 : 9,559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숨을 멈춘 상태가 생명의 끝이라고 한다면 삶과 죽음 사이는 한 호흡이란 생각이 든다. 한 호흡의 시간, 길게 잡아도 오 분 남짓 될 것이다. 생각에 따라서 5분은 수다쟁이에게는 전화 한 통화를 하기에도 부족하고, 소크라테스의 후예에게는 ‘내 자신’을 수만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가 아주 가깝기도 하고 아득히 멀리도 느껴지기 때문에 삶을 대하는 태도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촌음의 시간을 아껴 깨달음을 구하며 사랑을 쏟아내고, 혹자는 영원히 살 것처럼 재물을 모으며 욕심을 부린다.
 죽음의 시간이 가깝거나 멀거나 분명한 것은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다. 또한 죽음은 빈손을 의미한다. 부자나 빈자나 손을 반듯하게 펴고 빈손으로 떠난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죽음을 보면서도 너무 쉽게 삶의 마지막 여행이 빈손임을 잊고 산다. 양지 바른 언덕에 묻혀 있는 이나 그것을 바라보는 자나 같은 사람이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사람은 악취를 뿜어내기도 하고 향기를 퍼뜨리기도 한다.
 마음자리 하나 놓을 여유가 없을 만큼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것저것 생각하며 살 수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살아가는 것은 결국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삶의 의미를 찾아 볼 일이다.
 농촌에서 자란 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뭔가를 찾기 위해 시골을 떠나 대처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리 넉넉하지 못한 농촌에서 하숙비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부모님은 뙤약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하는데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다는 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농사를 지으면 되지 무슨 공부냐며 생각이 나를 꼬드겼다. 갑자기 공부의 의미가 사라져 버렸다. 자퇴서를 내고 고향집으로 내려갔다.
 부모님은 아무런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 다음날부터 부모님과 농사일을 했다. 친구들이 대학생이 되어 장밋빛 꿈을 꾸고 있을 때, 나는 짐을 지고 고개를 넘었다. 고갯마루에 지게를 바쳐놓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 바람이 찾아왔다. 바람과 하늘 그리고 파란 들녘은 나의 친구들이였다. 그들과 멋진 미래를 약속하며 행복하게 산다고 생각했을 때, 내 안에 잠든 욕망을 깬 사람을 만났다. 한 사람의 횡포가 나로 하여금 농부로 살아갈 힘을 잃게 만들었다.
 그날부터 지게를 지지 않았다. 직장을 잡겠다고 상경했지만 서울은 중졸 학력을 보듬어주지 않았다. 고향으로 다시 내려와 골방에 틀어박혀 책과 씨름을 하였다. 그때에도 부모님은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았다. 외롭고 힘들 때, 바람과 비 그리고 달과 별들이 내 곁을 지켜주었다. 친구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 나는 신입생이 되었다.
 지내놓고 보니 부모님은 나의 마음을 꿰뚫고 계셨던 것이다.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부모의 자리란 걸 깨달았다. 부모의 마음은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주던 바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후 자연은 부모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마음의 고향은 자연이란 생각을 하며 산다.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서울의 생활은 도통 나와 맞지 않는다. 삶이 힘들고 지칠 때면 어김없이 바람이 찾아온다. 바람은 항상 나를 고향의 언덕으로 이끈다. 그곳에는 파란 들판을 무심히 바라보며 한없이 행복해 하던 한 소년이 앉아있다. 그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한없이 아름답다. 빙그레 미소를 지어본다.
 몇 해 전 서울을 떠나 관악산 자락의 안양으로 이사를 했다. 안양천변을 걸으며 천변에서 자라는 버드나무와 갈대 그리고 이름 모르는 잡초들을 보면서 꼭 부모 품에 안긴 아이처럼 마음이 한없이 평화로워짐을 느꼈다. 이들을 누가 입히고 먹이는가하는 의문이 일었다. 문득 이들의 주인은 창조주이고, 자연은 그가 가꾸는 정원이며, 우린 그의 정원에 초대 받은 손님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바람을 통해서, 파란 하늘의 은빛 구름을 통해서 파릇한 새싹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우린 삶에 지치고, 두려움에 가득차서 그들을 보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행복을 위해 정원을 파괴하기도 하고, 정원의 주인으로 행세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가지치기와 솎음으로는 아름다움을 뽑아낼 수는 있어도 자연스러움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하늘과 땅이 품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살고 싶다.

 


임정화   14-03-20 09:41
    
안녕하세요, 정민영 선생님.
살아오시면서 묵묵히 믿고 기다려주시던 부모님이 그러고보니 정말 자연을 많이 닮으셨네요.
성찰 가득한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결론쯤 가면, 우리 인간들은 이기적이라 자연을 파괴하고 주인 행세 할 줄만 알지 그들이 전해주는 소리를 들으려하지 않는다는 말씀이 나오는데요.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한쪽에서는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 있는 동물들을 잔인하게 공장식으로 사육하고 무참히 살해하여 지나친 육류섭취로 인간들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공포스런 전쟁무기들로 자연까지 걷잡을 수 없이 망쳐버리는 것이 현실의 일입니다만, 또 다른 쪽에서는 그것을 막기 위해 심한 경우는 폭력에 맞서 지치지 않고 노력하고 힘쓰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들의 노고가 있기에 이나마 자연의 심각한 훼손이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간략한 문장 한두 개로 다루기에는 너무 일반화되고 또 사안의 중대성이 축소되는 면이 있지 않나 해서요.
좋은 말씀이고 거의 흠잡을 데가 없는 글인데 다소 피상적이고 관념적이란 느낌이 들어서  말이 길어졌습니다. 이해해주시고요. 깊이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정민영   14-03-20 15:25
    
감사합니다.
저는 자연을 대하면서 어느 날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들을 고요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삶의 지혜가 그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가끔 아무런 생각 없이 자연을 보곤 하지요.
선생님의 고견을 새겨서 저의 생각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다듬어 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정민영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30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수필 응모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6) 웹지기 05-15 80264
15 작은 악마의 속삭임 (2) 정민영 12-30 9524
14 생각도 자란다 (4) 정민영 12-17 9372
13 있는 그대로 (1) 정민영 09-23 10196
12 사라진 기억 (2) 정민영 09-13 10114
11 장수유감 (2) 정민영 08-30 9403
10 이상한 여름휴가 (6) 정민영 08-12 9908
9 원점에 서서 (4) 정민영 07-18 10099
8 입만 열면 뻥이야 (2) 정민영 05-28 10950
7 누가 아이의 뺨을 때렸을까? (2) 정민영 05-07 10547
6 (5) 정민영 04-30 9165
5 바다 3형제 (2) 정민영 04-25 9604
4 밥 다 먹고 줘 (2) 정민영 04-22 10063
3 풍경소리 (4) 정민영 04-19 10551
2 신의 정원 (2) 정민영 04-16 9992
1 (2) 정민영 04-12 9394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