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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 둥글던 눈썹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더라.    
글쓴이 : 이대성    14-04-02 10:05    조회 : 6,080
언젠가부터 저기 어두운 곳 어딘가에 움츠린 나는 이런 생각들을 되뇌더라.
 
세상이 느끼는 인간의 발자취, 당신이 보려는 인류애의 위대함, 우에서 좌로, 좌에서 우로 이념의 이동들, 현재에서 시작된 과거로의 회귀 또는 미래에서의 귀환, 지식애의 갈망, 성욕의 집착, 물질애의 탐욕, 있음과 없음에 따르는 삼각모양의 계층, 당신이 바라보는 money와 내가 바라보는 뭐니, 이용이란 단어를 모르는 자와 이용하려는 자, 그리고 이용하는 자, 그들을 넘어서 자신이 이용당하게 만드는 자, 내가 만드는 온기, 온기에 깃든 탐욕이란 작은 단물, 당신에겐 온기, 온기에 먹히어질 당신을 향한 단물, 누군가 말하는 누군가 한번쯤, 누군가 한번쯤 겪을 일들이 만들어내는 파장에 얻어지는 불편한 심적 쾌락, 당신이 말하는 누군가 한번쯤은 다시 말하면 누구나 모두가 한번 이상이 되어당신이 말하는 평범한 이의 눈에 벌어질 세상의 기류는 언제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의 눈에 벌어진 이물감 넘치는 지옥 속 유영, 내가 바라보는 정면, 당신이 바라보는 정면, 내가 바라보는 좌면, 당신이 바라보는 좌면, 당신이 바라보는 정면 혹은 좌면에 무참히 짓밟혀진 나의 육신, 내 다섯 손가락은 여섯 손가락이였던가, 내 두 눈은 세 눈이였던가, 내 두 다리는 세 다리였던가.
 
누군가 내 안의 백지에 온기를 채우는 방법을 알려주더라. 그런 나는 그 백지에 온기를 불어넣는 방법을 하나 둘 터득하게 되지만 다른 누군가 조용히 들어와 그 온기를 차게 하더라. 내안의 백지는 점점 검해졌고 검해진 백지는 어느새 먹지가 되어 누군가의 백지를 검게 만드는데 이용하게 되더라.
 
 나는 내가 바라던 이상의 흔들림을 발견하게 되더라.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경우가 나인 줄로 착각하게 되더라. 그렇게 착각한 삶 속에 남은 시간을 지우다 눈을 떠보니 내가 원래 있던 곳에서 아주 멀어져 있더라. 이것은 도피. 그런데 말이야. 아직은 말이야 내게 희망이 있더라. 사랑이란 감정에 얻어지는 희망이. 타락한 인간성의 먹지가 검해진 백지로, 검해진 백지가 오롯이 순수해진 인간성의 백지가 되는 그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아직 내게 남아 있더라. 조금 더 살아보자. 조금 더 사랑해보자. 그렇게 조금 더 살아보고 사랑하다 보면 다시금의 예전의 나로 돌아갈지도 모르잖아.
 
아래로 둥글어진 눈썹이 조금씩 올라갈 수도 있더라.
 
 

임정화   14-04-02 10:49
    
안녕하세요, 이대성 선생님. 반갑습니다.
짧지만 굉장히 강렬한 글을 써주셨네요.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지극히 부정적 시각이 뒤에 가서는 그래도 희망을 보려는 삶의 의지로 매듭지어지는데, 그 희망의 단초가 사랑이군요.
이 글은 매우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언어들로 구성되어 원관념이 구체적이거나 현실적이지 않고 상징이나 추상으로 기술되어 있는 것이 특징으로 보입니다. 제가 시는 잘 모르지만 이 글은 시와 산문 어느 중간쯤에 있는 듯하네요. 예를 들어 첫 문장인, '언젠가부터 저기 어두운 곳 어딘가에 움츠린 나'라는 표현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하고 살아가면서 우울해지고 위축된 나를 시처럼 쓰신 것 같고, 마지막 문장의 '아래로 둥글어진 눈썹이 조금씩 올라'간다는 이미지도 침울하게 내려감은 눈이 세상을 향해 떠지는 모양새를 말씀하신 거라면, 이 글 전체가 구체성이 없는 추상으로만 엮여서 독자로 하여금 무슨 말인지 핵심은 알겠지만 우리의 현실적인 삶에 대입하여 공감하고 살아온 궤적을 반추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산문, 수필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문장마다 해제와 주석이 달리는 글이나 혹은 상징으로만 이루어져 퍼즐 맞추듯이 그 숨겨진 의미를 찾아나가는 글들도 있긴 하지만 거기에도 글 전체의 맥락 속에서 드러나는 어떤 힌트나 이정표가 있게 마련이란 생각이 듭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대성   14-04-02 22:19
    
답글 감사합니다. 제가 쓰고 다시 읽을 때마다 해석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뭔가 좀 이상하죠 그죠?
산문과 시의 중간은 뭐라 할 수 없나요? 산문과 시가 혼합되어 있는 것들 말이지요. 구성에 대해 획일화된 틀을 거부하는 또 다른 제 자신이 자꾸 나와서 원래의 방식을 뒤집어보라 강요합니다.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을 돌다 이 곳을 발견하였습니다. 여러 작가분들 글 많이 읽어보고 산문에 대한 심도있는 공부를 좀 더 해보도록 할게요. ㅋㅋ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처음 듣는 호칭에 어쭙잖은 제가 폐를 끼친 것 아닌가 싶네요.  너무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냥 저기 지나가는 행인 정도라 여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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