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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된다는 것    
글쓴이 : 정호령    14-08-04 08:09    조회 : 6,051
   어른이 된다는 것.hwp (23.5K) [0] DATE : 2014-08-04 08:09:35

  솔직하게 말하자. 나는 할아버지의 장례식 때 하나도 슬프지 않았다. 조금 더 솔직하게. 그때 나의 내부에서는 무엇인가가 무너졌다. 눈물을 흘린 진짜 이유는 내가 할아버지께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내가 해를 끼친 것을 다른 방식으로 더 잘 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과가 부질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죄는 죄고 실은 실이다' 라는 논리로 맞대응 한다면 나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가해자에게만 득이 되는 사과로 잘못을 틀어막으려 하는 것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으로 갚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이런 종류의 무너짐은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도 가끔씩 있었다.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날 미꾸라지를 손에 쥐고 달리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 속에서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미꾸라지를 죽였다. 달리기를 하며 손에 쥔 미꾸라지의 꿈틀거림이 점점 잦아들어가던 그 느낌을 기억한다. 내 안에서 무엇인가 무너지던 느낌 또한 기억한다. 그럼에도 1등을 하기위해 달리기를 계속하던 기억 또한 살아있다. 마지막에 미꾸라지를 물에 풀어주라고 할 때 내 미꾸라지만 물에 둥둥 떠다니던 기억. 옆에 서있던 친구가 그 광경을 보고 선생님께 '쟤가 물고기 죽였데요'라고 외치던 기억. 선생님이 나를 달래주던 기억. 중학교때 힘을 과시하려고 옆자리 친구를 때리던 기억. 왕따 당하던 친구에게 다가가려다 더 심한 상처를 주던 기억까지. 나는 항상 가해자였다. 그리고 그 때마다 내 안에 무언가는 어김없이 무너졌다.

학교 다닐 때 '가해자는 잠을 자지 못한다' 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반대이다. 가해자는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는다. 그러나 심장 속에서 떨고 있는 그 무언가는, 알에서 갓 깨어난 새 같은 그 무언가는 가해자에겐 없는 것이다.

사람들끼리 살아가는 곳에서 죄는 필연적이다. 누구나 죄를 짓고 살아간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상대방은 그 사과를 받아주며 그렇게 산다. 그들은 모른다. 화해란 없다는 것을 모두 다 자기 만족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는 자신이 지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것이 사과의 참 뜻으로 알고 있다. 그것이 피해자에게 무슨 상관인가. 자신은 이미 피해를 입었는데, 상처받았는데, 자신의 힘으로는 그 상처를 지울 수 없는데, 흐르는 시간만이 상처를 지워줄 텐데. 사과는 가해자를 위한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 또한 그런게 아닐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무언가를 무너뜨리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 무너지는 무언가를 보며 담담하게 웃는 것이 어른이라는 것 아닐까.


임도순   14-08-04 13:52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글을 잘 읽었습니다. 이글의 길이가 원고지 6매정도로 짧은 글입니다. 수필 한 편의 길이는 보통 원고지 17매의 길이입니다. 위와 같이 일관된 생각을 좀 더 확장시키기 바랍니다.

누구나 참여광장에 올리신 글들은 이미 등단한 작가분들 중에서 비교적 막내그룹에 속하는 신참들이 참여자의 작가로서의 등단 글쓰기를 응원하기 위해서 댓글을 올립니다. 저는 댓글을 올리면서 또한 배우기도 합니다. 수필의 다양성과 수필의 진화방향이 어때야 하는지 고민하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작가가 되고자하는 사람들의 목적적인 공간입니다. 작가가 목적이 아닌 일반 참여자에게는 어느 싯점에서 댓글을 달지 않습니다. 작가수업을 원하시면 홈페이지를 잘 살펴보시면 서울인 경우, 자신의 생활공간과 가까운 곳의 소모임공간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경기지역이라해도 참여가능하실 겁니다. 많은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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