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기타그룹 >  수필공모
  세상 참 얄궂다    
글쓴이 : 이창원    14-09-16 17:50    조회 : 9,198
세상 참 얄궂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세상살이다. 사람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잡초 같은 풀이야 오죽하랴. 사람이나 잡초나 세상살이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얼마나 있을까? 봄의 전령 민들레도 잔디밭이나 화단에 뿌리를 내리면 그야말로 한낱 잡초일 뿐이고, 세 잎이면 행복을, 네 잎이면 행운을 준다는 토끼풀도 잔디밭에서 자라면 그냥 잡초일 뿐이다. 농약을 듬뿍먹든지 뿌리째 뽑혀야만 하는 운명이다.

 메꽃, 지칭개, 개망초도 풀이 많은 언덕이 아니라 화단에 뿌리를 내리면 그 또한 잡초일 뿐이다. 참초제근이라 뿌리째 뽑혀 버려져야만 한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바람 타고 날려 온 씨앗들이다. 어느 놈은 잔디밭에 뿌리를 내리고 또 어떤 놈은 언덕이나 강둑, 초가지붕, 흙 담장 위, 심지어 갈라진 시멘트 바닥 틈에도 내린다. 잡초도 생각이 있을까? 뿌리째 뽑힐 때 아픔을 느낄까? 비명도 안 지른다. 

 내 텃밭에도 잡초가 무수히 내렸다. 무 배추를 파종했건만 먼저 땅을 뚫고 머리를 내밀은 놈들은 잡초였다. 처음엔 너무 작아 호미로 한꺼번에 긁어 버릴까 하다가 이놈들도 좋은 세상 구경이라도 해 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 한 주를 더 살게 한 후 다음 주에 상황을 봐 가면서 뽑으려다 그만 두 주를 넘겨 버렸다. 

 어제저녁, 잠이 살포시 들려고 하는 행복한 순간에 텃밭 총무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뜸 큰소리치며 하는 말이 ‘텃밭 저렇게 관리하면 내년에는 밭 없다’였다. 깜짝 놀라 ‘주말에만 집에 오는 터라 사정 좀 봐 달라’하며, 막걸리 한 통 사주기로 하고 진정을 시켰으나 도대체 잡초가 얼마나 컸기에 그러나 궁금하기도 하였다. 이튿날 아침 일찍 텃밭으로 갔더니 이놈들이 무 배추보다 더 크게 자라 있었다. 그만큼 세상맛을 봤으니 이젠 뽑혀도 여한은 없으리라 생각하고 모조리 깨끗하게 뽑아 버렸다. 세상은 그런 거였다. 주객이 전도되도록 너무 튀면 뒤통수 맞는 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무 배추 솎아내는 것이 싫어서 파종할 때 씨를 한 알 한 알, 띄엄띄엄 꼭꼭 눌러 심었는데도 한 놈도 뒤처지지 않고 모조리 땅을 뚫고 나와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솎아 주어야만 남아 있는 놈들이 더 잘 자랄 것이기에 하는 수 없이 어린놈부터 뽑았다. 봄에는 큰놈부터 뽑아먹고 가을에는 작은놈을 솎아내야 한다. 이것 또한 그들의 운명이다.  

 봄에 큰놈 솎아낼 때 ‘너는 세상맛을 봤으니까 뒤이어 자라는 어린놈들도 따뜻한 기운을 받고 세상맛 좀 보게 해 줘야지?’ 달래 가면서 뽑으면 마음이라도 편했지만, 가을에 뽑는 놈은 큰놈을 더 크게 키우기 위해 작은놈을 솎아내야 하니 여린 마음이 더욱 애잔하다. 이 또한 여름으로 가는 따뜻한 날씨 속의 자람과 가을로 가는 차가운 날씨 속의 자람 속도 때문이다. 계절 탓이지 씨앗 탓이 아니다. 남아 있는 놈들에게는 '다시 잘 자라다오'를 부탁하며 흙을 북돋워 주었다. 

 아직 세상맛을 제대로 보지 못한 놈들을 솎아낼 때는 마음이 별로 좋지 않다. 또한, 큰놈이라 하더라도 나란히 붙어 있는 놈들은 두 포기를 한꺼번에 키울 수는 없기에 눈물을 머금고 한 놈만을 선택해야 한다. 큰놈도 자리를 잘못 잡으면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도태되어야만 한다. 그것도 배추는 약 50cm 간격, 무는 30cm 간격으로 정하여 그 거리 내에 있는 놈은 모조리 뽑혀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 줘야 남아 있는 다른 놈들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 뽑혀 나오는 자리에 뿌리를 내린 놈은 그 자리를 자기가 선택하지 않았다. 다만 인간이 그렇게 배치했을 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또한 그들의 운명인 것을. 

 직장도 마찬가지다. 정년 때까지 무사히 잘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황 등의 이유로 중간 퇴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능력이 안 돼 권고사직 당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 능력이 없더라도 편안한 부서에서 말썽 없이 조용하게 지내면서 무사히 정년까지 가는 사람도 있다.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부서나 업무에 배치받아 흥미를 느끼고 열심히 일하여 더욱 빛이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흥미 없는 일이나 힘든 부서에 투입되어 능력발휘는커녕 중간 도태되기에 십상인 것이 또한 경쟁사회 아니던가? 

 몇 년 전 큰 딸네 회사에 감원 바람이 불었다. 팀원이 모두 20명인데 그중 20%를 추려서 내 보내라는 것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냉정하게 평가한 결과 앞 동에 사는 아기 아빠가 걸리더란다. 냉정하지만 세상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또 큰딸의 윗사람들은 큰딸 그룹을 놓고 평가를 하니 그것도 인생사다. 누굴 원망할 것도 없다. 다 제자리에 뿌리를 못 내린 탓이다. 

 화단의 꽃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만, 잡초는 뿌리째 뽑혀 버려진다. 넌 화단의 잡초인가? 꽃인가? 봄에 자라는 작은 상추인가? 가을에 자라는 큰 배추인가?  내가 서 있는 자리는 어떤 곳인가?

 

 

김순례   14-10-23 17:02
    
이 창원 선생님 안녕하세요?
많은 글을 쓰셨군요.
텃밭을 가꾸고 계신가 봅니다.
부럽습니다.^^
텃밭에 있는 잡초를 통해 진정 적시 적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었던 거 같군요.

그런데 초두에 잡초에 대한 글이 너무 길지 않았나 합니다.
일단 독자를 매료 시키기 위해서 살짝 잡초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겠죠?
소위 그것이 '소재'이고요. 이것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애둘러 우려내는 것이
진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인 '주제' 라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잡초에 대한 부분이 길어지면 독자로 하여금 읽고 싶지 않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과감하게 빼 버릴 것을 버리고 수십번의 절차탁마를 통해 좋은 글이 나온다고 합니다.
서술 능력이 있으시니 조금 다듬으면 좋은 글이 되겠습니다.
다음 글을 기대하겠습니다.^^
이창원   15-04-02 17:18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들렸더니 답글이 있네요^^ 무심한 놈을 용서하십시오^^

저도 서두가 너무 길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역시나였군요^^
참고해서 심사숙고해 보겠습니다.

'소재를 우려 내 말하고  싶은 주제를 찾아낸다'  참으로 좋은 말씀이십니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이창원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26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수필 응모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6) 웹지기 05-15 80264
11 잉어야 이리 좀 와, 응?(수정본) 이창원 02-02 6966
10 텃밭에서(수정본) (1) 이창원 02-02 7971
9 새로운 곳의 생활....3 (6) 이창원 01-15 9359
8 새로운 곳의 생활....2 (4) 이창원 01-15 8835
7 새로운 곳의 생활....1 (4) 이창원 01-14 8953
6 손자와의 약속 (6) 이창원 01-10 9161
5 살구 (4) 이창원 01-06 9603
4 이 많은 고추를 어찌할꼬. (4) 이창원 12-31 10334
3 내가 침을 흘리는 이유 (4) 이창원 12-28 10090
2 잉어야 제발 이리 좀 와, 응? (2) 이창원 12-27 9609
1 텃밭에 씨를 뿌리고 (4) 이창원 12-26 8878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