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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강때문에    
글쓴이 : 박주철    14-10-05 06:19    조회 : 6,780
요강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설명은 하렵니다.
항아리 중에 키가 작은 것을 단지라고 하고 단지 중에 특별한 용도를 부여 받은 것이 요강입니다.
보통은 도자기와 놋쇠가 많고, 양철, 플라스틱, 오동나무도 잇지만 형편 되면 금이나 옥으로 만들기도 하겠죠.
“요강은 무엇에 쓰는 물건입니까?”
라는 질문에.
“휴대용 변기입니다.”
라고 대답 했다면
“땡!~ 틀렸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래도 점수를 달라고 한다면 30점입니다.
휴대용 변기로는 질펀하고 정감 넘치는 우리의 요강을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인생은 요강과 함께 시작합니다.
지금은 아니고 새색시 가마타고 시집갈 무렵이지요.
새색시가 탄 가마에는 반듯이 이 요강이 있습니다.
혼수품 중의 필수입니다.
오동나무 궤짝에 비단금침을 바리바리 가져 온다고 해도 요강이 없으면 반밖에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새색시가 요강을 안 해왔데..."
동내 방내 소문이 납니다.
"요강 없는 색시라는 구만"
물동이를 이고 가는 새색시의 뒤에서 손가락질을 하며 수군거립니다.
우물가에 모여 앉은 아낙내들이 뭐 할일이 있나요?
그러니 새색시가 당분간 따돌림을 당합니다.
친정어머니는 정성스럽게 요강을 준비 합니다.
눈물을 훔치며 깨끗한 요강에 목화솜을 담습니다.
목화솜을 왜 담느냐고요?
별 뜻은 없지만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입니다.
용변이 급한 새색시가 가마를 정지시키고 화장실을 갈 수는 없습니다.
만약에 그랬다가는 일이 납니다.
"새색시가 가마를 세우고 측간에 갔데."
"어머나! 망측해라!~"
집안 망신 중에서도 큰 망신입니다.
아침부터 밤중까지 다소곳이 있어야 하거든요.
새색시처럼.
시집가기 며칠 전부터 물 종류는 마시지 않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하지만 생리현상이 때와 장소를 가리나요?
용변이 급한 새색시 옆에 요강이 있습니다.
가마 속이면 안성마춤입니다.
가마꾼들이 남성이기는 하지만 들여다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놋요강이라도 될라치면 소리가 요란하잖아요.
양철지붕에 우박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 보셨나요?
바로 그 소리입니다.
그때 친정어머니의 눈물 젖은 목화솜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우박이 떨어지든 소나기가 오든 소리를 솜이 먹는 거지요.
남자들만 즐비한 곳에서 볼일이나마 시원하게 보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눈물겨운 마음입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됩니다.
우리나라 오래된 집에서 찾기 힘든 시설이 측간입니다.
특히 여성용 측간은 집안의 가장 으슥하고 외진 곳에 있게 마련이죠.
안방마님과 새색시가 머슴들과 같은 화장실을 쓴다는 것은 우리나라 법도에 없습니다.
낯에는 그럭저럭 사용할만하지만 밤이 되면 갈수가 없습니다.
새색시이기 때문이 아니고 새색시는 가지 못합니다.
측간에는 무시무시한 측간신이 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귀신은 아닙니다.
노일자대라고 하는 여자가 어찌어찌하여 하늘님에게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은 신입니다
그 전설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배달나라 어디를 가도 있는 그 이야기 입니다.
항상 30자가 넘는 긴 생머리를 폭포수 같이 늘어뜨리고 삽니다.
긴 머리 여자는 매력적이지만 측간신의 긴 머리는 어쩐지 으스스하잖아요.
살아온 환경 때문인지 살고 있는 환경 때문인지 성격도 괴팍해서 측간 대들보에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목을 매 죽었답니다.
간혹 구옥이나 유명 문화재 같은 곳 측간에 갈일 있어도 처마에 매달아 놓은 휴지를 사용하지 마세요.
천 같기도 하고 휴지 같기도 한 것이 기다란 머리를 풀고 하얀 소복을 입은 측간신입니다.
이 측간신을 잘 알고 있는 우리 새색시가 밤중에 측간에 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친정집 같으면 자매들이나 할머니한테 같이 가자고 졸라보겠지만 어제 시집온 새색시를 도와줄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때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보내준 요강이 있잖아요.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 일입니까?
어른들은 귀찮아서, 아이들은 무서워서 더욱 사랑을 받습니다.
특히 여자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았죠.
그런 물건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부뚜막에 걸려있는 솥이 조왕신입니다.
이 신도 여자입니다.
여산부인이라고 했는데 어찌어찌하여 조왕각시 또는 조왕대신으로 추앙받습니다.
본래 즉간신과 조왕신은 원수지간이기도 합니다.
조왕신은 후덕한 정부인이고 측간신은 간교한 후 부인입니다.
정부인이라고 해서 좋은 사람이고 후 부인이라고 해서 나쁜 사람일리는 없죠.
우리 조상들에게 그런 정서가 있는 걸 이제 와서 어쩌겠습니까.
조왕신의 상징인 밥솥과 즉간신의 상징인 요강을 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사를 갈 때 조금 큰 밥솥에다가 조금 작은 요강을 잘 훔쳐서 넣어가지고 먼저 새로운 집에 들입니다.
섭취와 배설이 조화롭게 잘 이루어 져서 가족 모두가 건강하기를 기원하는 의식이죠.
조왕신과 즉간신이 잘 화해를 해서 집안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밥통부터 올려주세요'
계약서 첫머리에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오늘은 밥통부터 올려"
소장님의 간단한 작업 지시도 그렇습니다.
건망증이 심한 소장님께서 그 것을 기억할 정도면 반듯이 그렇게 해야 하는 겁니다.
"알았어요."
재석이는 평소처럼 반쯤은 무시하는 듯이 대답을 합니다.
오늘은 팀장급 세 사람이 한 조가 됩니다.
일이 없을 경우 작업원은 쉬고 팀장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소장님의 배려입니다.
팀장이라고 해서 돈을 더 주는 것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젊은 재석이가 밀려서 팀장이 되는 겁니다.
주방 도우미 아줌마도 가장 직급이 높은 1순위 입니다.
그냥 자기 할일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할 말도 없습니다.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일이 마무리됩니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출발을 합니다.
"밥통부터 올려 주세여"
전자밥통을 커다란 양은 다라에 담아 들고 서있는 주인의 작업 지시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양은 다라를 받아든 재석이는 그것을 조수석에 실습니다.
"밥통 속에 요강도 넣었나요?"
화물차 창을 내리면서 중요한 질문을 하듯이 새삼스럽게 묻습니다.
"당연하지요"
재석이와 화주여자의 자연스런 대화는 박자가 척척 맞습니다.
이사 갈 곳에 도착은 했지만 점심을 먹기에도 이른 시간입니다.
"형님 그냥 올리다가 나중에 시간되거든 중국요리를 주문합시다."
모두 그런 생각을 했지만 재석이가 말을 했을 뿐입니다.
사다리가 설치되는 동안 주방 아줌마가 먼저 올라갑니다.
청소를 제대로 돼있지 않아 먼지가 그대로입니다.
"재석씨 빗자루와 걸레를 가져다줘."
주방 아줌마는 창문에 매달려 소리를 지릅니다.
공교롭게 이때 사다리가 설치되고 재석이는 아무 생각 없이 빗자루와 수건 몇 개 집어 들고 운반카에 올라탑니다.
주인 식구들도 베란다와 주방창문에 매달려 그것을 보고 있습니다.
아슬아슬한 공중곡예를 보는 것처럼 스릴이 있어 보입니다.
주방 싱크대를 살피던 주인여자와 운반카에서 내리는 재석이가 마주칩니다.
"밥통부터 올려 달라고 했잖아요."
주인여자가 빗자루를 들고 있는 재석이에게 한 말입니다.
"청소부터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재석이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합니다.
"그래요? 밥통부터 올라와야 되는데"
그때라도 밥통이 올라오면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위의 소동을 알리가 없는 사다리기사는 화물차의 뒤쪽에 실려 있는 진공청소기와 장독을 운반카에 올립니다.
주인여자가 그것을 본 순간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다급한 재석이가 소리를 지릅니다.
"조수석에 있는 밥통부터 올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주인여자는 운반카가 설치된 창문을 막아섭니다.
"뭐하는 짓이예욧!"
신경질적인 주인의 목소리입니다.
재석이는 쩔쩔매면서 사과를 합니다.
"아직은 올린 것이 아니니 내리고 그것부터 올려 드리지요"
"빗자루가 올라 온 것부터 잘못 됐잖아요."
"그것은 청소를 깨끗이 한 다음에..."
열심히 설명을 하지만 주인여자의 마음을 열수가 없습니다.
"뭐 이런 사람들을 보냈어요."
전화기를 들은 주인은 아무 영문을 모르는 소장님을 몰아세웁니다.
소장님은 급히 달려 와야 합니다.
"그래서 빗자루부터 먼저 올라갔거든요..."
나는 휴대전화로 열심히 소장님께 설명을 합니다.
아무리 소장님이라고 한들 무슨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죠.
사전에 상황을 설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소장님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거침없이 작업 지시를 해야 불을 끌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말이여?"
"오늘이 목에 해당하는 날이니까 짐을 챙겨서 남쪽으로 나가 한 시간 만 있다가 오자고요."
"그게 무슨 말인가?"
"어쩌겠어요? 일종의 쇼를 하자는 말입니다"
"그거 말 되나?"
"안되면 큰일 나게 생겼어요. 하여든 소장님은 망설이지 말고 그렇게 지시 하세요"
"알았어"
소장님의 화물차가 도착합니다.
"이 사람들이 무슨 일을 그렇게 해"
우선 작업원에게 화부터 내야겠지요.
"사모님 죄송합니다. 제가 수습할께요."
주인여자를 달랩니다.
"자네들은 화물차에 짐을 다시 실어 놓고 집으로 가"
이게 우리가 소장님과 다른 이유입니다.
이왕 쇼를 할 바에는 한술 더 뜨는 방법입니다.
마침 인부들도 넉넉하겠다. 작업인원전부를 교체하는 묘수를 생각한 것입니다.
머뭇머뭇 가재도구를 주워 실습니다.
"사모님 일이 이렇게 되어 미안하고요. 에 오늘이 목에 해당하는 날이니까 남방에서 한 시간만 머물다가 다시 시작하죠."
"그런 것도 있어요?"
"네 사모님이 서쪽에서 오셨으니 남쪽에 잠시 머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소장님의 당당한 지시에 주인여자는 넘어가고 맙니다.
남쪽에서 오면 좋다 잖아요.
어째서 남쪽인지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도 모릅니다.
당신이 처음에 남쪽이라고 말하지 않았냐고요?
내가 처음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뜻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배달민족이 사는 곳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긴 겨울이 지나면 봄바람이 남쪽에서 불기 시작 합니다.
따라서 남쪽은 따뜻함이라든지 희망 혹은 반가운 소식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아니라고요?
그럼 당신의 조상은 동남아나 시베리아 출신으로서 배달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요.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뭡니까?
옷을 챙겨들고 걸어서 사무실로 향합니다.
아파트 정문을 빠져 나가기도 전에 대기조 인부가 옵니다.
"어이 요강부터 올리지 그랬어!"
손을 흔들며 아는 체를 한다는 말이 그렇습니다.
키득키득 웃는 사람도 있습니다.
울화통이 치밀지만 어쩌겠어요. 묵묵히 발걸음만 옮깁니다.
"성 그냥 막걸리나 한잔 합시다."
재석이의 그 말을 신호로 네 명이 동시에 단골 막걸리 집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막걸리를 싫어하는 주방 아줌마까지.


김순례   14-10-10 12:57
    
박주철 선생님 반갑습니다.^^
다섯 편의 글을 올리셨네요.
서술을 풀어 나가는 능력이 대단합니다.
소설 기법으로 이야기를 서술하셨네요.

글을 읽어보니 이삿짐쎈터에서 근무하시는 듯...
많은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단 이곳에 글을 올리신다는 건 등단을 목적으로 한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쓴 글은 일단 주제의식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중언부언 많은 글이 쓰여있지만 막상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른 경우가 많지요.
이 글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언지 공곰히 생각해서 그것을 작가의 목소리로 쓰는 것이
주제라고 할 수 있겠죠.
따옴표속의 남의 말이 아닌 서술 능력이 있으시니까 요약해서 작가의 목소리를 들려주셨으면...
     
박주철   14-10-12 23:01
    
선생님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描虎類犬의 우는 교육과 평가를 받아보지 않은 짧은 필행으로 이해되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지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감히 이렇게 알아들어도 되는 모르겠습니다.
전개부문에 필요 없는 내용을 줄여라.
주제를 잊지 말고 글을 써라.
급하다.
직접 화법으로 다듬어라.
로 이해했습니다.
요강과 밥솥이라는 전통신앙과 방향이라는 무속신앙의 허무를 말하려고 한 것이 선생님의 지적을 받고 보니 필요 없는 부분이 많고 서로 연결되지 못해 갑자기 다른 이야기가 됐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숙고하여 정진하겠습니다.
김경식   14-10-15 09:11
    
요강에 대한 이야기를 쓰셨네요.  저는 요강을 써보지 않았으나 요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살아서지요.
저는 글을 잘 쓰지 못하지만 느낌을 말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박주철님은 문장이 간결하여 속도감 있게 읽히고 좋습니다. 대화체도 많이 쓰시고요. 그런데 이야기가 물 흐르듯이 흘러가다가 '밥통부터 올려주세요' 부분부터 갑자기 흐름이 확 전환되어 매끄럽지가 못한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읽다가 무슨 이야기인지 의아해 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굳이 그 내용을 쓰지 않더라도 괜찮을 것 같은데... 설명과 사족이 많아 함축하면 좋은 수필이 되지 싶어요. 그리고 소설에 도전해 보시면 잘 쓰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맞춤범 틀린 것도 아래에 표시합니다..
반듯이 => 반드시, 안성마춤 => 안성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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