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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분이 아줌마    
글쓴이 : 박주철    14-10-26 20:37    조회 : 8,105
빌딩과 고층 아파트 이면의 재개발 지역은 황무지입니다.
떠난 사람들이 남긴 건물 잔해 사이로 떠날 사람의 퇴색된 가옥만 간간히 서 있는 폐허에 새벽부터 뿌려대는 진눈깨비는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자연적으로 생긴 비탈길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비틀 거리다가 불규칙한 계단으로 끝나고 이어지는 길은 갑자기 어느 집 쪽문 속으로 사라집니다. 
다행히 목적지 50m전방까지 차가 들어가는 드물게 좋은 조건입니다.
재개발을 염두에 둔 주인은 집수리를 하지 않아 방을 나서면 여기저기서 빗물이 줄줄 샙니다.
꽃분이 아줌마가 나이 들어 보이는 인부 한명과 같이 도착할 때는 진눈깨비가 비로 변해 있습니다.
꽃분이 아줌마도 이삿짐 인부입니다.
여자는 보통 주방 도우미지만 1톤 화물차에 짐을 가득 싣고 번개같이 내달리는 용감한 용달기사님이죠.
만만찮은 연세에도 남자들과 장롱을 마주잡고 계단을 오르는 그분의 네모반듯한 허리를 보면 힘의 근원을 알 것도 같습니다.
여자의 몸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는 것이 얼마나 실례인가는 알고 있지만 오직 장점의 한 가지를 말해서 이해를 돕기 위함일 뿐 다른 뜻이 없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부연 설명을 하자면 타이슨이나 효도르 같은 힘 좋은 사람들의 등짝은 빨래판 같고 자라처럼 목이 달라붙어 있지만 꽃분이 아줌마의 목이 짧은 건 아닙니다.
꽃분이 아줌마가 소개하는 인부는 정년퇴임한 선생님입니다.
인부를 구하기 힘들어서 부탁은 했지만 초보인부와  여자 두 명을 모시고 많은 가재도구를  운반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 선생님은 두려운 존재입니다.
선생님이 할 일을 꽃분이 아줌마와 내가 나누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퍼붓는 빗줄기마냥 마음이 무겁지만 시간은 흘러 그럭저럭 포장이 끝납니다.
주방아줌마가 끓여온 커피를 들고 주인과 인부들은 처마 끝에 나란히 서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립니다.
일각여삼추
기다림이란 그리움과 쌍벽을 이루면서 고대로부터 시인들에게 기본적으로 회자 되는 품목이지만 글 한줄 기억나지 않는 비긋기는 감성을 불러오기 곤란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나요?
나의 상식이 일천한 원인도 있겠지만 그 많은 시인들이 평생 동안 한두 번 즈음은 비를 피해 처마자락에서 기다렸을 텐데 말입니다.  
좌불안석
단연코 1등은 화주입니다.
시간은 속절없고 해결해야할 곳에서는 원성이 늘어 견디지 못한 주인이 결단을 내리자 인부들은 가재도구와 함께 내 몰리면서 차디찬 비는 그 위를 하염없이 뿌립니다.
챙겨온 우비는 선생님과 주방 아줌마에게 입히고 가재도구는 비닐로 덥지만 꽃분이 아줌마와 나는 그 비를 맞습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이삿짐 인부이지만 이 비를 맞추면서 일을 시키면 고소를 할지도 모르는데다 바쁘면 고양이 손이라도 빈다고 부지깽이라도 날라줘야 할 판입니다. 
무거운 짐 운반은 추위를 잠시 물립니다.
가재도구를 고정하기 위해 물에 젖어 무거워진 밧줄을 반대편으로 던지면 꽃분이 아줌마가 줄을 당겨 고리에 걸고 다시 넘겨줍니다.
참고로 꽃분이 아줌마의 화물차는 뚜껑이 없는 카고입니다.
빗물은 마침내 팬티까지 적시면 그때부터 기분이 급격이 나빠집니다.
허리를 숙이고 줄을 당길 때 엉덩이 사이에 패인 골로 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흐르면 온몸에 소름이 돋고 비명이 나오면서 갑자기 일이 하기 싫어집니다.
꼭 이렇게 안 해도 살아가는 방법은 많을 텐데 그런 회한이 밀려옵니다.
그때...
"뭐해? 당겨"
반대편에서 기다리던 꽃분이 아줌마가 적재함을 기어 올라와 내려 봅니다.
얼굴에 흐르는 물방울을 보는 순간 내 엉덩이 사이를 파고드는 물방울과 겹치면서 온통 비에 젖은 꽃분이 아줌마에게도 그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하게 된 것이죠.
웃음을 감추기 위해 얼굴을 옷깃에 묻지만 터져 나오고 맙니다.
한번 터진 웃음이 그치질 않습니다.
"미쳤어?"
화물차 적재함 위에서 빗줄기 휘날리는 무시무시한 하늘을 배경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는 꽃분이 아줌마의 달덩이 같은 얼굴은 어둠을 밝히는 천사의 모습이며 어이없는 표정은 어떤 비련의 여주인공보다 가련해 보입니다.
“왜 그래?”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낙오한 동료를 구출하는 비장한 전우애를 느낍니다.
가슴이 아리도록 밀려오는 사랑, 존경, 믿음, 같은 것이 쏟아지는 비와 닮아있는 까닭은 이 비를 맞으면서 끝까지 같이 고생을 해서일까요?
일 끝나고 뜨끈뜨끈한 난로에 젖은 옷을 말리면서 꽃분이 아줌마는 소장님에게 얘가 본래 이상한 놈이냐고 묻습니다.
아마도 추워서 낮술이 과했을 거라는 것이 소장님의 답입니다.
한 잔의 술도 마시지 않은 억울함을 말하면서 순수하고 진정한 나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꽃분이 아줌마에게 배신감을 느낍니다.
천사의 모습에서 어느새 동내 아줌마가 되어 있습니다. 
내일도 같이 일을 하라는 소장님의 지시에 험악한 얼굴로 반항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죠.
“안가요” 

유시경   14-10-29 00:57
    
박주철 선생님, 안녕하세요? 정감 넘치는 글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즐거운 웃음이 절로 생기는군요. 선생님의 작품들을 쭈욱 훑어보았는데 문학적 소양이 다분하다고 느꼈습니다.
힘든 노동 후에 일기나 편지, 산문쓰는 시간만큼 행복한 여가도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문장을 띄어쓰지 말고 이어 쓰신다면 독자들이 훨씬 쉽고 명료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첫 문장과 두 번째 세 번째 문장을 계속 연결해서 써보세요. 그렇게 한다면 작가가 말하고픈 정보나 이야기를 더 넣을 수도 있고 불필요한 문장이나 단어들을 들어낼 수도 있으리라 사료됩니다.(빈 칸이 아깝잖아요^^)
앞으로도 더욱 재미있는 글 기대하겠습니다. 꽃분이 아줌마, 박주철 선생님 화이팅입니다.^^
     
박주철   14-11-09 15:10
    
네 귀하신 말씀 감사한 마음으로 수번을 읽고 그대로 실행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충할 것과 들어낼 것을 한눈에 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김순례   14-11-01 12:14
    
일단  재미있습니다.^^
어느새 박 선생님의 글에 취해봅니다.
앞에 유시경 선생님의 말씀처럼 글을 이어 쓰시면 훨씬 잘 읽힙니다.
주장하는 주제별로 묶어서 문단을 나누고(한 줄 떼어 쓰기)
 다음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시면 좋은 글감이 많으시니 더 좋은 글로 발전 되리라 생각됩니다.
보통 지금 쓰시는 문장은 인터넷 매체 글쓰기 이고, 일기체입니다.
다른사람의 수필 글들을 읽어 보시면서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홈페이지에 있는 (명작 에쎄이)도 좋고...
좋은 참고서 추천할께요. => 윤오영 <수필문학 입문>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삿짐 하시면서 일어난 일들 꽁트집을 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
서술 능력이 있고 또 재미도 있습니다.
또한 작가적 사유가 넉넉합니다.
꿈을 위해 화이팅!!!
     
박주철   14-11-09 15:20
    
제게 절실히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지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삿짐 콩트집 이야기는 제게 새로운 목표가 될 것입니다.
추천해 주신 수필학입문은 시금석으로 삼겠습니다.
다만 행여 제 글로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이 생길까봐 근심입니다.
조심조심 일조일석에 한 글자 한 문장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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