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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친구 조월호    
글쓴이 : 조월호    14-12-12 14:48    조회 : 6,754

살다보면 어떤 인연으로 만나 평생 친구가 되는 사람이 있다. 나와 이름이 같아서 만나게된 친구가 있는데 나는 그를 '미국 조월호'하고 부른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나는 어느 여성지 독자투고란에 수필을 한편 보낸적이 있는데 그글이 채택되어 다음달 책에 실리게 된 일이 있었다. 그 뒤 얼마 안되어 우리집 우편함에 수신인과 발신인이 같은 이름으로 편지 한통이 도착했는데 주소가 미국이었다. 그이는 우연히 내글을 읽게 되었고 동명인 것이 반가와 편지를 보낸다고 했다. 고향은 해남이고 커서 시인이 되라고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알칸소 워렌에 살고 있으며 '뉴욕 문학동인 회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예쁜 이름이 아니어서 나와같은 이름을 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게 생각하며 답장을 보냈다. 더군다나 그 편지에 소개한 내용을 증명이라도 하듯(86년 가을쯤) 한 동네 사는 이웃이 신문에서 내 이름을 봤다는 것이다. 나인줄 알고 반가워서 글을 읽어 보았더니 주소가 미국이더라고 했다. 그 친구는 여성지의 수기공모에서 여러번 상을 받았고 뉴욕한국일보에 수필이 당선되기도 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알아가게 되었고 우리는 펜팔친구가 되었다 그녀는 안타깝게도 아기를 낳을 수 없다는 진단을 받게되고 그 이유로 결혼을 약속한 사람과는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국인과 결혼하게 되었고 또 임신6개월만에 미숙아로 태어나 버려질 위기에 처한 아기를 입양해 길렀다고 했다. 그녀의 편지를 읽으면서 때로는 도전을 받기도 하고 꿈을 꾸기도 했으며 여러가지로 감동을 받기도 했다. 아이들 양육과 가사일이 전부였던 나는 그녀와의 편지를 통해 답답증이 해소되고 숨통이 트이는 경험을 했던 것이다. 만나본 적은 없어도 이름이 같고 나이도 비슷하고 게다가 여자라서 속을 내보일수도 있었고 누구에게 의심 살 일도 없어서 좋았다. 아무런 형식에 매이지도 않으며 일기처럼 독백처럼 편지를 써 보냈다. 종교도 같아서 신앙 얘기를 써도 부담이 없었다.

그렇게 많은 편지가 쌓여갈 무렵 그 친구가 서울 우리집을 찾아오는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 88년 여름 긴 생머리에 배낭하나 걸머지고 맨발로 그렇게 찾아왔다. 마른 체형에 두드러진 광대뼈, 작은눈, 목소리도 비슷하다고 딸들이 말했다. 초등학생인 우리딸은 피아노를 치고 그 친구는 초면에 노래를 불렀고 나는 열무김치에 밥을 차렸다. 우리는 몇시간이나 서로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편지를 주고받던 많은 서울 친구들을 만나고 왔다고 했다. 이름만 대면 다 알수 있는 수필가, 시인, 만화가, 유도선수등을 만났다고 했다. 나는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도 벅찼다. 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친구가 아닌가. 며칠뒤에 그녀의 책 출판 기념회가 있었다. 우리 부부도 참석했는데 그녀의 해남친구들이 "야 월호야 노래 한곡 불러라" 나는 그만 나를 부르는 줄 알고가슴이 철렁 했었다.

그후로도 계속 편지가 오가던중 나는 교회일을 맡아 분주해졌다. 15년이나 살던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도 했다. '미국친구'에게는 주소가 있으니 언제라도 편지를 보내면 될 줄 알았는데 그에게도 복잡한 사연이 있었고 이사도 해서 서로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우리 인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이들은 커서 출가하고 나는 할머니가 됐다. 교회 일한지 17년쯤 되었던 2007년 어느날 우리 아파트 앞동에 사는 교우가 말하길 "아랫층 엄마의 친구이름도 조월호라네요". 우리 집에 모여 차를 마시며 서로의 친구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저도 같은 이름의 친구가 있는데요 그이는 미국에서 살아요" 자기 친구도 미국에 산단다. "제 친구 딸의 이름은 진주인데요 입양했어요." 자기 친구도 그렇단다. 더욱 놀라운건 지난 여름에 자신의 집에와서 한달이나 묵고 갔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집 앞동에서! 세상에 그런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얼마 후 미국에서 낯익은 필체의 편지가 왔다. 앞동 친구를 통해 소식듣고 또 먼저 편지를 보내준 미국친구 조월호. 다시 찾은것만 해도 놀라운 사건이었는데 그 해 여름에 또다시 그녀가 우리집을 찾아와 주었다. 이번에는 서너명의 친구들과 함께. 그들은 다 그 옛날 출판기명회에 참석했었다고 한다. 아. 나는 정말 길눈도 어둡고 사람눈도 어둡다. 그들중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으니.


또 다시 편지가 오가길 5년정도 되었을때인 2011년, 그 친구는 "낯선땅에서 홀로서기"라는 수필집을 냈다. 나이 60이 되면서 글을 쓰고 싶고 책을 써서 흔적을 남기고 싶었단다. 고난과 고통의 흔적들은 감동의 이야기로 책이 되어 나왔다. 고난을 이겨내면 감동이 된다. 그걸 읽으며 다 알 수 없었던 그녀를 다시 아는 사람으로 만나게 된것 같아 기뻤고 잃었다가 다시 찾은 인연이 감사했다. 그리고 이제 60의 그녀가 했던 생각이 공감이 되면서 나 또한 긴세월 살며 겪었던 사연들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고 실에 꿰어야 될 서말의 구슬인 것처럼 다가온다.


정혜선   14-12-20 03:33
    
선생님, 안녕하세요.
세상에 그런 놀라운 인연이 다 있군요.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했습니다.
미국 친구 조월호 님을 검색해보니 1985년 빌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올해의 여성상을 받은 분이더라구요. 뉴욕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이고요.
88년도에 출판기념회를 가졌다고 쓰여 있는데
"나이 60이 되면서 글을 쓰고 싶고 책을 써서 흔적을 남기고 싶었단다." 고 해서
의아스러웠네요. 그 사이에 작품활동이 없었나 보죠?
"마른 체형에 두드러진 광대뼈, 작은눈, 목소리도 비슷하다고 딸들이 말했다."
이 문장엔 '나랑(비슷하다고)'을 넣어야 완성이 되겠고요, -그처럼 미완성된 문장이 더러 보였습니다.-
앞동 교우의 아래층 친구와 얘기 나누는 장면에도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드네요.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우리 집에 모셔서 서로의 친구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내용일 텐데요.
인연으로 시작했으니 마지막에도 '이처럼 귀한 인연이 어디에 또 있을까.' 등으로 끝나면
어떨까 싶습니다.
나무랄 데 없는 글에 굳이 흠을 잡아보았네요.
정진하셔서 '미국 조월호' 못지 않은 '한국 조월호'님이 되시기 바랍니다.^^
조월호   14-12-24 15:46
    
아 찾아보셨군요. 그 사람이 맞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에게 '올해의 여성상'받은 사람이에요.
그녀에 대해 할 얘기는 많은데 글로 쓰려니 쉽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다시 읽어보니 오자도 있네요 고쳐주신 말을 넣어보니 제대로 된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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