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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창오리 군무    
글쓴이 : 강대식    15-03-02 17:19    조회 : 4,928
가창오리 군무
강 대 식
숨을 헐떡이며 금강 하구 둑에 올랐다. 분홍빛으로 물든 물결이 노도처럼 넘실대며 흐른다. 강을 내려다 보고있는 태양은 두 뺨 정도를 남겨 두고 서산에 걸려있다. 오늘따라 저녁노을이 연분홍빛으로 너무나 곱다. 청명한 오월 한라산 철쭉이 만개한 영실에서 보았던 산자락 능선이 저랬다. 마치 누이의 연분홍 치마를 들었다 놓은 것처럼 펼쳐져 있던 철쭉꽃밭의 물결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큼지막한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발을 동동 거린다.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금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 셀 수 없이 많은 오리떼가 흘러가는 강물위에서 유영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수 만 마리의 까만 개미떼들이 한 곳에 몰려들어 꾸물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금만 지나면 저 많은 오리떼가 비상하며 군무(群舞)를 즐길 것이다. 이곳에 힘들여 온 이유 중의 하나도 화려하고 아름다운 가창오리의 군무를 보기 위해서다.
가창오리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단일 종으로 벌떼처럼 큰 무리를 지어 활동한다. 가창오리는 러시아 북동 지역이나 오호츠크 해안 및 캄차카 등지에서 번식하며, 겨울에는 한국, 중국 및 일본 등지에서 월동한다. 9월에서 10월 사이에 큰 무리를 이루어 우리나라에 찾아왔다가 겨울을 나고 봄에 북상하는 철새이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서 멸종위기 단계 중 취약 종으로 분류하고 있고,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수록되어 전 세계적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환경부에서도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Ⅱ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가창오리의 군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지역은 서산 A·B지구의 간월호와 부남호, 천수만, 금강 하구, 동림저수지, 해남의 고천암호, 주남저수지 등이다.
한겨울 금강 하구 둑에는 거센 바람이 몰아친다. 바람을 피할 지형지물도 없이 탁 트인 공간에서 칼바람을 참으며 서 있는 것이 여간 곤욕이 아니다. 오리들이 언제 하늘로 날아오를지 알 수도 없고, 해가 서산으로 자꾸만 넘어갈수록 바람의 세기는 강해졌다. 얼굴을 스치고 지나는 차가운 겨울바람은 자꾸만 옷깃을 올리게 하지만 깃이 짧은 옷은 겨우 목만을 감쌀 수 있을 뿐이다. 얼굴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고, 차가운 송곳을 찔러대듯 바람은 얼굴을 표적삼아 놀이를 즐기고 있다. 지칠줄을 모르는 바람과 싸우며 오리가 하늘로 비상하기만을 기다리는 몰골이 처량하다. 여기저기서 불어내는 하얀 입김과 한숨소리가 바람에 날려 강가로 흩어진다.
오리들이 도무지 날려고 하지 않는다. 해는 이미 서산으로 자취를 감추고 붉은 여운만을 산꼭대기 위에 조금 남겨 놓았다. 오늘은 오리가 비상을 하지 않으려는가 보다 하고 포기하려는 순간 강물 위를 조금씩 날아오르는 시커먼 먼지 같아 보이는 입자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너무 멀고 작아 먼지가 뭉쳐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늘로 날아올라야 하는데 다리 아래에서 이리저리 몰려다니기만을 반복했다. 강물과 다리 아래 그리고 다시 강물을 번복하는 사이에 어둠은 더 검은 장막을 만들어 낸다.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오리가 날더라고 그 아름다운 비상을 볼 수는 없다. 시커먼 어둠속에 날아오르는 오리의 모습은 소리만 들릴 뿐 모습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보름달이 조금씩 빛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게 애를 태우더니 오리들이 조금씩 더 높게 날기 시작한다. 다리 위 전부를 뒤덮은 상태로 날기를 시작한 오리는 아무리 보아도 먼지 같다. 선두를 따라 움직이는 오리는 거대한 크레파스가 되어 동녘의 하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둥근 원을 그리기도 하고, 물고기를 그리다가 공룡을 그리고, 다시 거대한 아나콘다와 같은 뱀을 그리기도 한다. 다리 위에서 그렇게 군무를 추던 선두가 산자락을 따라 날자 거대한 아나콘다가 산자락을 넘어가는 형상이 되어 버렸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오리들의 날개짓은 경이롭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선두를 따라 간다. 선두가 어느 곳을 택하듯 뒤에 선 무리는 선두의 뒤를 이어 날아간다. 리더의 중요성은 동물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한 국가나 단체도 지도자가 어떠한 마인드를 가지고 정책을 펼쳐 나가느냐의 여부에 따라 국민이나 회원들의 삶의 질이나 생활관이 달라진다. 자신을 따르라고 소리치는 많은 지도자들이 존재하지만 그 지도자를 신뢰하고 따를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면 그는 훌륭한 지도자는 아닐 것이다. 자신을 버리고 국가와 단체를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는 리더가 존재해야 국민이나 회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앞으로 나갈 것이다. 리더를 뛰 쫓는 무리는 리더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기는 것이다. 생명을 맡겨도 될 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현재 우리 정치실태이다. 여러 단체의 회장을 맡아 활동하는 나 자신을 뒤돌아본다. 나는 리더로서 존경받을 만한가? 회원들이 진정으로 나를 의지하고 믿고 따르며 나는 회원들에게 리더로서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선 듯 결론을 낼 수가 없다. 이것이 내가 가진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회원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자가 단체의 장을 맡아 활동하는 것은 단체와 회원에게 죄를 짓는 일일 것이다.
강 건너 산등성이를 뒤덮었던 오리가 방향을 바꾸어 내가 서 있는 강둑으로 날아온다. 수만 마리는 될 것 같은 오리는 눈 깜박할 사이에 벌써 내 머리 위까지 날아왔다. 하늘을 꽉 채운 오리가 쏟아내는 울음소리는 체육대회에서 쏟아내는 함성처럼 경쾌하고 우렁찼다. 이렇게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오리의 외침을 어디에서 들을 수 있겠는가. 보름달로 환해진 하늘은 오리가 점령한 후 다시 어둠이 찾아온 것처럼 시커먼 날개로 완전히 덮어 버렸다. 보름달 속으로도 오리들이 빨려 들어가듯 스쳐간다. 오리는 그렇게 내 머리 위를 날아 붉은 노을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곳으로 사라졌다.
오리가 사라진 후 한참동안 발을 떼기 어려웠다. 강줄기를 따라 펼쳤던 화려한 군무와 머리 위로 하늘을 가득 메우고 날아가던 그 장엄한 날개 짓은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감동을 주었다. AI로 인하여 가금류를 기르는 농가에서는 철새들이 날아오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철새들이 날아다니며 분비물을 배설하여 AI와 같은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원인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저곳 국경을 넘나들며 전염병을 묻혀서 가져오면 이를 인간이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공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새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자연에서 활동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힐링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사고능력을 가진 우리가 철새들이 주로 서식하는 환경에 들어가 가금류에게 옮길 수 있는 병원균을 묻혀오지 않도록 조심하면 철새들을 향한 돌팔매를 거둘 수 있다. 같이 호흡하면 산다는 것 그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권리이고, 이를 누구도 침범해서는 안된다. 설사 그 대상이 조류나 곤충, 동물이라 할지라도.
내년 겨울이 되면 이곳에서는 또다시 연출자 없는 가창오리의 군무가 펼쳐질 것이다. 오랫동안 이러한 아름다운 군무를 즐길 수 있도록 가창오리의 개체를 보호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 자연을 보호하는 파수꾼이 되는 것 그것이 자연으로부터 아름다운 감동을 선물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강둑을 내려오는 나를 비추는 보름달이 만들어 낸 그림자가 하얗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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