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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필    
글쓴이 : 박관석    15-03-13 17:06    조회 : 5,609
 
연 필
 
 
 
 
 또르르 연필이 구른다. 가을바람에 떨어진 낙엽이 구르듯 책상 위를 구른다. “.” 연필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내 눈길을 잡았다.
 “에이, 또 떨어졌네!”
 아들은 그저 무심한 듯 한번 눈길을 준 후 다시 필통을 열어 새 연필을 쓱 꺼냈다. 작고 볼품없는 연필은 또 다시 바닥을 또르르 구르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오랜 기억의 시간 속으로 나를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성냥갑 같은 작은 단칸방, 다섯 식구가 나란히 누웠다. 어스름한 새벽, 부스스 아버지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끄응입에선 신음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며칠 전 일을 하던 중에 허리를 다쳤다고 했다. 또르르 내 귀에 연필 구르는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아마 아버지의 뼈가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 일게다. 이틀간 아랫목을 차지하고 누웠던 아버지는 기어코 오늘은 출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프면 쉬면되지 왜 굳이 직장이란 곳을 나가야 하는지, 여덟 살이 갓 넘은 나에게는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나도 겨울철 감기가 자주 들렸다. 열이 40도가 넘고 입으로 먹을 수조차 없던 때 난 학교를 쉬면되었다. 공부는 아플 때 하는 것이 아닌데, 아버지는 오늘 또 출근을 하신단다. 어느덧 땅거미가 내린 좁은 골목길에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졌다. 어디선가 또르르 연필 구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아버지의 구둣발 소리가 댓돌 위에 머물면, 그날 밤새 아랫목은 또 다시 군불지핀 아궁이처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당시의 연필은 심이 약했다. 절약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든 시커먼 색깔의 노트에는 힘을 주어 눌러쓰지 않으면 도대체 글씨가 써지질 않았다. “쓰다보면 항상 부러지는 연필심
에이! 또 부러졌네!”
 스윽 슥 면도칼이 연필의 살을 깎아낸다. 제 살을 깎아내고서야 다시 쓸 수 있는 연필은 마치 아버지를 닮아있었다.
 
 그 즈음 아버지는 한번 다친 허리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 뚜두둑 뚝, 몸을 구를 때 마다 연필심이 부러졌을 때 보다 몇 갑절 큰 소리가 나곤했다. 귓가에 맴돌던 그 소리는 항상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연필심이야 부러지면 새로 깎아내면 될 터인데, 부러진 뼈를 깎아내 새로 나오게 만들 수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해서였다. 아니, 아버지는 부러진 연필심을 다시 쓰기 위해 제살을 깎아내던 연필처럼 스스로의 살을 깎아내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다.
  연필 구르는 소리가 작은 방안에 머물 때면 아버지의 둥근 턱 선은 어느새 갸름해졌고 몸에 맞던 윗저고리가 헐렁해져 있었다. 살이 깎여나가긴 했나보다. 하지만 연필심처럼 바로 쓸 수가 없었다. 여름내 작은 방안에서는 또르르 연필 구르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내 가슴속 깊숙이 자리한 심장을 언제나 오그라들게 만들고 말았다.
 
 중학생이 되어서 좋았던 것은 연필을 깎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볼펜을 쓰면서부터 연필은 그저 내 필통을 채우는 일종의 장식품 같았다. 아니 가끔 미술시간에 윤곽을 그릴 때나 기술시간 도면작업을 할 때만이 제 역할을 했다. 그다지 쓰임이 없다보니 깎을 일도 없던 연필은 새로 산 채 졸업을 맞이할 수 있었다. 아마 그때 부터였을 것이다. 방안에서 연필 구르는 듯한 소리가 줄어든 때가, 신기했다. 내 가슴을 옥죄고 불안하게 만들었던 그 소리가  줄어들다니........
  하지만 그 해 여름내내 온돌방은 어린 내가 잠자기에 너무 뜨거웠다. 그럴 때면 하루 종일 매캐한 연탄불 피우는 냄새가 부엌을 통해 작은 방안으로 스며들곤 했다. 난 그 냄새가 너무 싫었다. 옷에 밴 냄새는 하루 종일 가시질 않았고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 곤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그 놈의 연필 구르는 소리 때문이란 생각에, 아버지의 허리에 괜한 화풀이를 하곤 했다.
살을 깎아내면 뭘 해. 연필처럼 다시 쓸 수도 없는 것을.......”
 내 화풀이에도 어김없이 연필 구르는 소리는 여름이 다가도록 작은 방안을 맴돌았고, 그러는 사이 어릴 적 내 마음속을 가득 채웠던 아버지의 자리는 대나무 속처럼 텅 비어가고 있었다.
 
 바람이 감나무 사이를 흐르듯 지나쳤다. 쌓인 눈이 녹은 자리에는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작은 밤톨만한 감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계절의 흐름은 감나무에 몇 번의 감이 열렸다 떨어 졌다를 반복하게 만들었고, 어느새 감나무를 덮었던 하얀 눈이 내 머리 위에 쏟아져 내렸다. 이젠 연필이 필요 없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간혹 마트에 갈 때면 웬일인지 문구코너에 발이 머문다. 형형색색의 연필들이 나란히 학용품사이에 걸려 내 눈길을 끌고 있다. 잠시 흐르던 시간이 멈췄다. 오랜 기억속 익숙한 얼굴이 연필의 둥근 끝에 겹쳐져 올 때 쯤 아들의 손이 내 발걸음을 재촉한다. 장난감은 현실이 되었다
 
 가끔씩 아버지에게 전화가 오곤 한다.
 “잘 지내고 있지?”
 "네 잘 지내고 있어요. 아버지도 잘 지내시죠?"
 그저 형식적인 안부 외엔 딱히 할 말이 없다. 이젠 더 이상 내게 필요 없어진 그저 마트 상품진열대에 걸려 눈길을 잠시 머물게 하는 연필처럼........
 전화기 너머론 여전히 연필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연필심이 더 두꺼워졌는지 아니면 새로운 기술로 인해 강해졌는지 요즈음 연필은 잘 부러지지도 않는 것을, 하지만 전화기 너머 아직도 들리는 연필 구르는 소리는 왠지 어릴 적 성냥갑만한 방에서 들었던 소리보다 몇 갑절 크게 내 가슴을 울리고 있다.
 
 아들이 책상 밑에 떨어진 연필을 줍는다. 필통 속 형형색색의 연필이 많건만 아직도 쓸 만한 가 보다. 자세히 보니 떨어진 연필은 크기도 작고 볼품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아빠! 이걸로 쓰면 시험 볼 때 점수가 잘 나와. 내 부적 같은 연필이야
 작은 연필이 네모난 필통 속 제자리를 찾았다. 가을바람이 세법 세차다. 열려진 창문을 스르륵 닫는다. 더 이상 아들에게 소중한 연필이 굴러 떨어져 부러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채선후   15-03-15 22:06
    
선생님! 안녕하세요?  채선후 입니다.  수미쌍관법 아시죠? 시에서 많이 쓰긴하나
작품 말미부분이 맺음이 약해서요.  첫부분과 이어질 수 있는 느낌으로 뒷부분 연필이 부러지면 안될 것 같은
이유가 잘 드러날 수 있는 문장이 몇 줄 있으면 좋겠습니다. ^*^
박관석   15-03-16 11:52
    
감사합니다. 다시 고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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