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개나리가 노란 옷을 입고 수줍은 미소를 보내더니 이에 질세라 벚꽃이 화사한 옷을 입고 봄은 나의 세상이라 외치고 있다. 오늘은 또 조팝나무가 새하얀 얼굴을 내밀며 ‘저도 좀 봐 주세요’ 하며 살포시 얼굴을 내민다. 모두 하느님의 창조물이다.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다.
‘내 너희를 어여삐 여겨 새 봄 선물을 가득 주리니 마땅히 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은 받아 너희 삶을 기쁘게 하라’ 하신다.
사실 하느님은 사계절 내내 선물을 주신다. 봄은 화사한 꽃, 여름은 초록의 싱그러움, 가을은 온갖 색채의 조화로움, 겨울은 하얀 눈의 깨끗함으로 계절마다 선물을 주신다. 웃음과 기쁨, 즐거움과 행복은 덤이다.
선물만 주시는 건 아니다. 가끔 벌도 주시는 것 같다. 아니 인간을 사랑하시어 다시 회개하고 하느님께로 돌아 올 기회를 만들어 주시는 것일 게다. 노아 시절처럼 엄청난 홍수로 그 분 피조물 대부분을 사라지게 하는 것도 아니고, 소돔과 고모라처럼 죄인들의 도시를 유황불에 던져 넣는 것도 아니다. 홍수, 번개, 추위, 바람 등으로 그 분의 뜻을 전해 주며, 우리가 때때로 생각하고 뉘우치고 깨달아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 올 기회를 주시는 게 아닐까?
샛별이란 뜻을 가진 루치펠은 너무 뛰어나 교만하였다. 하느님과 같아지려 했다가 ‘누가 하느님과 같으냐’ 라는 호통을 듣고 미카엘 대천사에게 쫓겨나 지옥에 떨어졌다.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자유의지를 주시어 우리 마음대로 행동하라 하셨지만 그 행동 모두가 그 분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당장 벌을 내리고 싶지만 우리가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참고 기다리신다. 기다리는 순간마다 안타까움으로 창조물을 통해 신호를 보내 주지만 우리가 모를 뿐이다.
대자연뿐만 아니라 내 가족, 내 이웃, 내 직장도 모두 선물이다. 시골에서 태어나 여기 개포동에 자리 잡고 가족과 이웃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감도 축복이다. 열심히 일하고, 가족과 이웃 모두 즐겁게 지내며 자주 하느님을 찾아뵙는 우리의 삶은 바로 ‘생활 속의 삼위일체’이다. 천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다.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시고 복을 내리시며 말씀하시길 ‘자식을 많이 낳고 내가 만든 모든 생물을 다스리며 양식으로 하라’ 하셨다. 내가 무엇이라고. 너무나 과분한 선물이다. 과연 하느님은 한없이 선량하시고 마음이 넓으시며 아낌없이 주는 분이시다.
눈부신 벚꽃비가 즐겁게 춤추던 날 오후, 시골에서 오신 원장수녀님과 많은 형제자매들이 양재천에 나와 먹고 마시며 하느님을 찬미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보라, 얼마나 좋고 얼마나 즐거운가. 형제들이 함께 사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