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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거미 내려 앉는 저녁길    
글쓴이 : 엄영선    12-09-17 11:11    조회 : 7,533
                                  땅거미 내려 앉는 저녁길
                                                          엄영선
 
나는 구비구비 오랜 세월 살어 왔다
이 나이가 되면 자신이 처 해 있는 자리가 슬퍼서 감상에 빠져 든다
오늘 아침엔 창가에 우수가 겯들어 우울한 무게의 습기로 젖어 있다
늙은이의 넋두리 궁상맞은 이야기 그만 하기로 마음먹고 이 현실 잘 달관하여
주름진 얼굴의 햇살에 노래 부르며 밝은 마음 다짐 하였는데 다 틀렸다
이런 기분은 누구하고에 따뜻한 대화가 필요한데 어제의 일로
마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가시지 않는 탓이다
어제 우리 아파트 사시는 어떤분의 전화를 받았다. 여기 누가 와 있으니 만나 보시겠어요?
하시면서 오신분의 이름을 부른다
나는 예상치 못했던 여인의 이름이라 놀랬다. 왜냐하면 그녀는 한 시절 나의 벗이었으니까
나보다 8년 연하였으며 내가 처음 이민와서 나의 직장 알라모아나 일본 상점에 손님으로
나하고 친구의 인연이 되었다. 그녀는 미모의 마음씨 착한 크리스챤이였으며 한국에서는
어느 큰 대학병원에 간호사로 일하며 좋은 생활 하였다 한다
이민 처음 와서의 많은 고생한 스토리를 잘 털어 놓곤 하였다
나보다 이민은 먼저 왔으며 나 만났을때는 일본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었다
니 하고는 몇해를 가까이 잘 지냈다. 그런데 한 동안 소식이 없더니 얼마 후에 찾아 와서
하는 말이 그 레스토랑에 오시는 어떤 남자를 만나 사귄다 하였다
그녀는 그때가 50대 였으며 아직은 여인의 향기 풍기는 매력있는 미모의 여인이였다
그 남자는 하와이카이에 사는 좋은 조건의 일본인이라며 희색이 만면하여 칭찬을 하였다
그녀의 만혼은 기쁨이 충일한 행복한 결혼이었다
사람의 관계는 상호성을 갖는다. 그녀의 결혼으로 환경의 변화가 오니
부유촌에서 새로운 친구 사귀기 바쁘니 돈의 위력은 어떤 활력소의 역활을 하였으나
나와의 관계는 뜸하여 희석되어 갔다. 그 후 몇 해를 그 동네에서 잘 지내더니
더 좋은 곳으로 간다고 본토로 이사 갔다
나 하고는 소식이 두절된지 10여년이 흘렀으니 무심하게 멀어져간 그녀가 왔단다
나는 옛정도 있고 반가움과 호기심에 한달음에 그 집을 찿아 갔다
그 집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게 웬일인가! 거기 어떤 치매 걸린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나는 이 분이 누구야? 어리벙벙하여 한참을 서 있었다
그 집 할머니가 나를 가르키며 이 분이 누구시지? 하고 물으니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며
미소 지으며 엄영선 한다. 그래도 내 이름을 안 잊어 버렸다
나는 글썽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내 마음에 슬프고 아픈 전류가 물들어 흘러 내렸다
누구보다 곱던 그 얼굴 누구보다 화려했던 그 이미지 그 영롱하던 눈빛은 흐려져
촛점 없는 멍청이 감각 없는 바보 얼굴이 되어 나를 쳐다보니 그 아름답던 여인의 모습은 어디로 갔나
너무 충격적인 인간사로다. 남편은 이미 저 세상 갔다고 한다
그동안 그녀는 소중한 많은 것을 다 잃었다
그 위에 파킨슨병에 걸렸는데 그 병이 다리로와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에 몸을 싣고
누군가 밀어야 움직인다고 하니 잠깐 옆에 의자에 옮겨 앉으려다 앞으로 푹 꼬꾸라진다
변소 출입도 못한다 한다. 누가 제일 보고 싶어? 내가 물으니 영감 한다
그녀의 비참한 슬픔 허망한 인생의 환멸감 삶의 회답이 이런 것인가!
유일성의 귀한 인생 이렇게 막을 내려야 하나. 이것이 어찌 그녀의 일이라고만 방관 하겠는가
그러니까 노임은 건강할 때 하루를 백년같이 살라 한다
그녀가 병신이 되고 보니 같은 동네에 살던 딸이 나는 더 이상 엄마 못 모실 것이니
하와이 사는 오빠에게 모셔가라 하였단다. 오빠도 안 모신다고 막말이 오고가며 싸움이 벌어졌고
하와이 며느리는 애기 날 때 미역국 한번 시어머니께 얻어 먹어 본적 없고
애기 한번 보아 준적 없는 시어머니 가진 흉 다 털어 내며 안 모신다 남편하고 큰 싸움이 났으나
그래도 엄마가 갖은 돈이 있으니 모겨 왔단다
그렇다 도덕 윤리 다 불감증에 걸린 이 세상 이렇게 변해 간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병들기 전에 빨리 가야 하는 것이 상책인데 생명은 주님의 영역이라
대안이 없으니 인간의 노년은 슬프다. 이 아침 슬픈 바람이 불어와 가슴 위에 내려 앉는다
아침마다 듣는 위로의 곡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그것도 다 틀렸다
허무한 이런날 누구 하고의 따뜻한 대화 한마디 필요한데 누구 없나...
아니다 주님이 내 곁에 계시는데 그것을 몰랐구나
겸손히 주를 섬길 때 괴로운 일이 많으나 내 주여 힘 주사 잘 감당하게 하소서  
  

강희진   12-09-18 21:31
    
선생님의 수필을 처음 두어편을 보았을 때는
왜 수필을 시처럼 쓰실까...
문단 구분이 않되니 전달력이 떨어지고,
내용 전달이 떨어지니
알콩달콩 멋진 묘사력이 묻히기도 하고....했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져갑니다...
전형적인 소재를
아주 담담하게 써내려간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좋은글 자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임도순   12-09-18 22:02
    
잘 읽었습니다. 노인들의 일상사를 그래도 글로나마 자유로이 풀어내시는 것도 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중간중간에 오랜 생각으로 얻은 새로운 문장들이 보입니다. 오늘 아침에 우울한 이유를 먼저 이야기하고 그 이유를 후술하시는 구성기법도 아시고요. 제목에 어울리는 소재들을 일관되게 배열하시는 방법도 이미 터득했고요. 글과 대면하는 시간이 많은 한국에서 생활하셨다면 진즉 많은 독자들을 가지신 작가로서 활동하실텐데라고 느껴집니다.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릴 때는 원산의 새들이 보금자리를 찾아 날아옵니다. 하루 종일 나들이한 거친 깃털을 다듬는 시간처럼 따스하고 안심한 명상같은 이야기들을 또 기대하겠습니다.
문경자   12-09-23 19:00
    
친구분이 건강하고 아프지 않은 모습으로 만났으면 선생님의 마음도
얼마나 좋았을까.
사람이 사는 일도 이렇게 변한다는 것은 생각지 못하고 살아가는것
우리 삶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잔잔하게 쓰신 글 마음속에 있는 심중을 잘 묘사하시니 읽는 순간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다음 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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