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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고 블록 방.    
글쓴이 : 임세규    18-05-05 07:08    조회 : 10,432
   레고 블록 방.hwp (29.5K) [0] DATE : 2018-05-05 07:19:37

레고 블록 방

임 세 규

 

둘째 녀석은 어제 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일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쪼르르 이불 속으로 들어와 내 품에 안긴다. 아내는 입학 시즌이라 일요일도 없이 출근이다. 딸아이와 함께 어디에 가야할지 고민을 했다. 식탁 위를 보니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레고 블록 방 전단지가 있다. 딸아이는 신이 나서 벌써부터 갈 준비를 한다고 야단법석을 떤다.

그곳에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각자의 테이블 위에 놓인 블록을 조립 했다. 남자아이들은 로봇이나 비행기, 자동차, 여자아이들은 집이나 작은 소품 만들기를 하고 있었다. 레고 시리즈 세트는 장난감 치고 제법 가격이 있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막상 구매를 하고 집에서 만들면 작은 부품들은 어디로 가버리기 쉽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 둘 중 하나는 아이 옆에서 같이 도와주어야 한다.

블록 방은 한 시간에 사천 원을 낸다. 쉬운 것에서부터 어려운 것까지 원하는 만큼 만들 수 있다. 대여도 가능하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놀이방이다. 레고( LEGO )는 덴마크어로 레그 고트(leg godt) 잘 논다(play well)라는 뜻이다. 1932년 덴마크의 목수 출신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Ole Kirk Christiansen)이 만든 장난감 공장에서 시작되어 오늘날 1년에 2억 박스 이상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신조어인 키덜트 ( 어른이 되었음에도 계속해서 아이들의 물건이나 문화를 즐기려는 사람 )중에도 마니아층이 있다. 시리즈 세트 하나를 완성 할 때마다 무슨 신이 된 것처럼 창조주의 기쁨을 누린다고도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어디 그런 가 차분히 앉아서 설명서를 보고 집중하는 아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블록 방의 또 하나 인기 비결이 있다. 직원이 잘 조립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도와준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은 레고를 만들고 엄마들은 1층 커피숍에 내려간다. 두어 시간 실컷 수다를 떨면서 조금의 자유시간을 즐긴다. 누가 생각을 했는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사업까지 연결한 것이 참 대단하다.

실버는 초급이고 프리미엄은 중급이다. 마스터는 어른도 하기가 까다로운 고급 코스라고 직원은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딸아이가 프리미엄까지는 혼자서 여러 번 해보았다고 했다. “ 아빠하고 같이 하는 거니까 최고로 어려운 마스터 한번 해볼까 ?”가영이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뿔싸 ! 30분 쯤 지나자 은근히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보기에는 쉬워 보였지만 막상 해보니 어려웠다. ‘ 쉬운 걸로 할 것을.’놀이공원 시리즈 레고에서 제일 어려웠던 것은 풍차를 만들 때였다. 비록 장난감이라 하지만 방향과 위치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정교함이 필요했다. 방향을 잘못 맞췄다. 분리해서 다시 끼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식은땀이 났다. 중간에 포기할 번한 순간도 있었지만 천천히 해결해 나갔다

가영아 ! 어떻게 하면 쉽고 재밌고 빨리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 히히 덕 거리며 역할을 나누어 조립을 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저기 분산 되어있는 레고 조각들을 우선 크기별로 나누어 놓았다. 그 다음에는 색깔별로 분류를 했다. 나는 다음 순번조각을 미리 찾아주고 딸아이는 조립을 했다. 힘이 들 때면 서로 바꿔가며 만들어 갔다. 단순히 조립하는 놀이였다. 하지만 서로 도와가면서 하면 어려운 일을 쉽고 빠르게 풀어나갈 수 있다 는 것을 가영이는 조금이나마 깨달았을 것이다.

결국 우여곡절의 4시간이 흘렀다. 놀이 공원처럼 레일과 기차를 만들었다. 거대한 풍차와 아이스크림 가게 등등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직원의 말에 의하면 최고 난이도의 블록을 완성한 건 우리가 처음이라 했다. 선글라스를 쓴 멋진 인형을 레고 롤러코스터에 태우고 신나게 놀았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춰 보라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해주는 것이리라. 소꿉놀이 하는 것처럼 나와 둘째 딸은 놀이동산의 친구였다. 완성된 놀이공원 레고와 함께 사진을 찍어 아내와 큰 딸에게 보냈더니 카카오 톡 이모 티 콘이 난리가 났다.

아이와 함께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가 일찍 오는 것 같다. 아들을 키우는 지인은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도 징그럽다고 한다. 껌 딱지라는 유행어가 있다. 엄마를 떨어지지 않으려 어디에 가든지 따라다니는 아이를 이르는 말이다. 초등학교 5학년 쯤 되니 친구를 더 좋아하게 된다. 제방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도 한다.

마음 가득 뿌듯함을 안고 돌아 오는 길이었다. 아빠의 따뜻한 온기가 한 손을 꼭 잡고 걷는 딸아이에게 전해진다. 가영이가 좋아하는 닭 꼬치를 한 입 베어 먹으며 우리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맞벌이 부부의 일상은 빠듯하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놀아 준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아내와 서로 분담한 집안일을 하다보면 늦은 밤이 되어 버린다. 일요일은 솔직히 쉬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모습도 중요하다.

사랑을 받으면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다. ‘ 그렇게 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빠의 몫이 무얼까 생각 해본다. 블록방의 추억은 훗날 딸아이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초롱초롱한 딸아이의 눈망울 속에 아빠와 함께한 레고 블록이 담겨져 있다.

 



노정애   18-05-09 19:35
    
임세규님
와우! 이 글도 생동감있게 잘 쓰셨습니다.
마치 제가 레고방에 있는것 같았어요.
'일요일은 솔직히 쉬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모습도 중요하다. '
이 부분이 조금 결려서요.
일요일은 솔직히 쉬고 싶은것도 사실이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더 중요하다.'
'모습도'라는 말이 어울리른 단어는 아닌것 같아서요.
사천원--->4000원
수를 글자로 쓰거나 숫자로 쓸때는 통일해서 쓰는게 좋답니다.

아주 잘 쓰셨습니다.
다음글을 기대합니다.
     
임세규   18-05-09 21:54
    
퇴고가 정말 어려운것 같아요.
 
    부족한 부분을 알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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