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기타그룹 >  수필공모
  에어컨 ‘빵빵’    
글쓴이 : 임세규    18-08-30 22:04    조회 : 11,120
   에어컨 \'빵빵\'.hwp (32.0K) [1] DATE : 2018-08-30 22:04:07

                                            에어컨 빵빵

                                                                       임 세규.

아침에 일어나 에어컨 디지털 온도계의 실내 온도를 바라본다. 새벽 5시 기온이 32°. ‘오늘도 만만치 않겠군...’아파트 1층 현관문이 열리자 습기를 머금은 듯한 공기에 숨이 턱 막힌다.

1900년대 초 현대적인 기상관측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은 194281일 대구의 40°라고 한다. 올 여름 강원도 홍천의 한 낮 기온이 41°를 넘었다. 사람의 체온 36.5°보다 무려 씩이나 높다.

불과 1분여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다. 정류장으로 이동 할 때다. 목덜미 뒤로 내리 쬐는 직사광선이 바늘로콕 콕찌르듯이 느껴진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퇴근을 했다. 공항 철도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후 퇴근시간 피크타임도 아닌데도 지하철 안은 많은 사람들로 차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 하고 바라보니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이 많이 계셨다. ‘어디 단체로 여행을 다녀 오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그날 지하철에 그분들이 많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뉴스를 검색하다가 노인들의 인천공항 피서라는 기사 제목을 본다. 연일 계속되는 살인적인 폭염을 피해 공항으로 피서를 가는 노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내용이다. 전기료 걱정에 집에서는 에어컨도 마음껏 틀지 못하고, 갈 곳도 없고, 지하철이 무료이니 시간이 걸려도 시원한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다 귀가 하신다고 한다.

저녁을 먹다가 아내에게 묻는다. “만약 우리가 노인이 되고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 올 여름처럼 폭염을 겪게 된다면 우리도 그분들과 같은 피서를 하지 않을까?” “민폐예요.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기사를 보니 공항 터미널 벤치와 식당 테이블이 노인 분들로 가득 차 있고 긴 의자에 누워 계시거나 심지어 집에서 가져오신 듯한 음식을 대합실 안에서 드신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그래도 공공장소 이니까 기본예절은 지켜 주셔야 되지 않나요?”

노인 분들 뿐만 아니라 에어컨 시설이 잘 갖춰진 극장이나 백화점, 쇼핑몰 등도 더위를 피해 온 사람들로 호황이다. 우리 집도 주말이면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피서를 간다.

최근에 이처럼 더웠던 해는 1994년이다. 그때의 기록적인 더위를 넘어선 경험해 보지 못한 폭염이 가져온 새로운 풍속도다. 7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8월 중순까지 대략 한 달 동안이다. 정부의 한시적 대책이 나오긴 했지만 이 기간 동안 만큼은 누진세 완화를 포함한 좀 더 파격적인 전기료 인하가 국민 실생활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는 이유는 익히 알고 있듯이 온실효과 때문이다. 지구가 받은 태양복사 에너지만큼 밖으로 내보내야 하지만 이 흐름이 원할 하지 않아 온난화를 가져온다.

석유나 석탄이 연소 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문제라고 한다. 1년 내내 여름 날씨인 말레이시아는 화력발전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나라다. 에어컨을 전기료 걱정 없이 마음껏 쓴다하니 불공평 하다. 산소를 만들어 내는 숲의 기능을 살려야 하지만 지구상의 산소를 20%정도 공급 한다는 아마존 밀림의 벌목은 심각하다.

더위가 얼마 남지 않았다. “말복만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시원해지지.” 해마다 늘 하시는 어머니 말씀이다. 수천 년을 이어오고 기록한 데이터의 산물일까. 조상님들이 만들어 놓으신 절기(節氣)가 신기하게 맞아 떨어진다.

2018년 여름을 겪는 우리는 근대사에서 가장 뜨거운 계절을 잘 견디고 있다. “띠 리 링둘째 딸아이의 전화다. “아빠 ! 언제와?” 전화기 건너 아내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오시면 식구들 모두 같이 있을 때 에어컨 틀자.”

솔직히 회사 사무실처럼 전기료 부담 없이 에어컨 빵빵틀며 살고 싶다.




노정애   18-09-11 11:08
    
임세규님
가벼운듯 무거운 글 잘 읽었습니다.
아마도 이번 여름에 누구나 생각했을 이야기에 공감하게 됩니다.
잘 쓰신 글입니다.
특별히 고칠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임세규   18-09-12 20:56
    
감사합니다.
 
   

임세규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21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수필 응모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6) 웹지기 05-15 76970
6 레고 블록방 (수정본) (2) 임세규 05-09 7272
5 레고 블록 방. (2) 임세규 05-05 10432
4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수정본) (2) 임세규 04-25 8056
3 그녀 (스물아홉살의 기억 수정본) 임세규 04-25 7987
2 그해 4월 우리는. (2) 임세규 04-18 20528
1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3) 임세규 04-14 910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