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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천사 (수정본)    
글쓴이 : 신문주    20-02-01 18:00    조회 : 6,957

도시의 천사

신문주

 

 

     아무리 찾아도 없다. 바퀴 달린 시장 가방을 끌고 장 보러 가면서 어머니와 통화할지 몰라 뒷주머니에 휴대전화기를 넣은 것이 화근이었다. 오랜만에 꺼내 쓴 가방 뒷주머니의 부직포에 큰 구멍이 나 있던 것을 미처 몰랐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헐레벌떡 찾아다녔지만 흔적도 없었다. 인터넷에 나오는 휴대전화 분실 시 대처 방법대로 해 봤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아 결국 통신사에 분실 정지 신청을 했다.

     사실 이번 스마트폰은 벌써 두 번째 잃어버렸다. 첫 번째 사건은 지난 해 6월 학교 도서관에서 일어났다. 집에 와서 전화기를 찾으니 없었다. 생전 처음으로 전화기를 분실하고 나니 당황스럽고 마치 세상이 끝난 것처럼 허전했다. 잘 챙기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안은 채 전화기를 분실했으니 찾아주면 사례하겠다.”는 공고를 도서관 화장실에 붙이고 왔다. 그런데 얼마 안 돼 여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떤 여학생이 전화해서 서가 책들 위에 내 전화기가 있으니 와서 가져가라고 하더란다. 단숨에 달려갔더니 과연 내 전화기가 그곳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사례를 하려 하자 그 학생은 저는 졸업생입니다. 사례를 받으려고 연락드린 게 아니었습니다. 고맙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전화기를 잘 사용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래도 감사 카드와 수필집 한 권을 대출대에 맡겨 두고 그 학생더러 찾아가라 했다. 그랬는데 이제 또 전화기를 잃어버렸으니 그 학생에게 면목이 없었다.

     이번에는 이제나저제나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전화기의 위치를 추적해 보았더니 옆 골목의 빌라 주소가 떴다. 어머니와 같이 가보니 세 가구가 있는 3층집 건물이었다. 각 층을 돌며 내 전화기를 보았느냐고 물어봤지만 모두들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통신사 고객센터에게 사정을 말했더니 그 주소는 대략적인 위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럼 대체 내 전화기는 어디에 있는 걸까? 지인들에게 얘기했더니 요즘은 전화기를 주워도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난 이제껏 남의 전화기를 여러 번 찾아 주었는데, 정작 내 전화기는 아무도 돌려주지 않는다고 속으로 불평했다. 안달복달하며 하루를 보내고 나니 그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마음을 비우고 미사 참례하러 갔다. 미사 중에 하느님의 뜻이라면 전화기를 찾게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그런데 내가 집을 나선 후 얼마 안 돼 기적이 일어났다.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집 위치를 묻더니 어떤 부부가 내 전화기를 집까지 갖다 주었다. 사례를 하겠다는 어머니께 동네 골목에 떨어진 것을 주워 드리는 것뿐인데요, 사례는 무슨 사례 입니까?” 하며 총총히 가버렸다. 어머니는 현관문도 잠그지 않고 그 부부를 따라나섰는데 그만 놓쳐 버리셨다고 했다. 포도 몇 송이와 사례금을 급히 챙긴 후 어머니와 함께 그분들을 찾아 나섰다. 어머니의 기억을 쫓아 그들이 사라졌다는 공터를 지나 제법 큰 빌라 건물 앞에 섰다. 출입구에 비밀번호 장치가 있는데 호수를 알아야 했다. 12가구 중 아무 번호나 눌러 구레나룻을 기른 젊은 남성과 아담한 키의 아내를 아느냐고 물어볼까 망설였다. 왔다 갔다 반복하다가 결국 떠나오면서 한 동네에 사니 언제라도 마주치면 사례하리라 했다. 돌아오는 길에 골목에 놓인 의자에 앉아 계시는 동네 할머니 두 분께 건강하세요.”하며 포도를 나눠 드렸다.

     이번 일로 얻은 게 많다. 늘 가까이 있는 물건과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언제 내 곁을 떠날지 모르기 때문에 같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겠다. 또 전화기를 분실한 사람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전화기 덕분에 천사들을 만났다. 도시의 사막 한가운데에 오아시스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온갖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 이 세상에 아직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사실 전화기 분실에 따르는 불편함과 경제적 손실보다도 남의 전화기를 돌려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내가 만난 천사들은 사람에 대한 믿음을 되살려 주었다. 천사들이여, 고마워요. 새해에 하느님께서 복을 풍성히 내려 주시길 빌어드릴게요.


신문주   20-02-01 18:02
    
노정애 선생님,

수정해 주신 부분도 포함시켜서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찬찬히 살펴 주시고 좋은 조언도 주셔서 고맙습니다.
추가 수정 사항이 있으시면 알려 주십시오.
노정애   20-02-19 09:51
    
신문주님
너무 오래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오래 서울을 떠나 있어서  열어보지 못했습니다.
이제서야 글을 봅니다.

이 글은 아주 잘 고쳐졌습니다.
손 볼 곳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신문주   20-02-28 17:07
    
노정애 선생님,

신경쓰실 일이 많으실 텐데 제 글을 읽고 도움을 주셔서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늘 건재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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