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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비싼 한 끼 (수정본)    
글쓴이 : 신문주    20-02-28 16:56    조회 : 6,070

참 비싼 한 끼

 

신문주

 

     모든 게 내 실수 때문이었다. 한 달간 입원하셨다 집에 오신 어머니를 돌봐 드리다 보니 몽실이를 챙기지 못했다. 초소형 시츄인 몽실이는 생후 2개월부터 어머니께 와서 올해로 9년째 함께 살고 있다. 그 당시 같이 놀아 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상으로 간식을 자주 주게 되었다. 그날 저녁에 삼각형의 딱딱한 육포를 그대로 준 것이 화근이었다. 몽실이는 그 큰 조각을 한 번에 삼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잘 넘어가지 않는지 입에서 흰 거품을 계속 흘렸다. 빼내기에는 너무 늦었다. 몽실이의 작은 몸을 쭉 펴서 땅에서 들었다 놓았다 하고 목과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사지를 하며 잘 삼키도록 도왔다. 그런데 육포 조각이 식도로 내려갔는데도 계속 거품을 토했다.

     그리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했다. 보통 몽실이는 동그랗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어머니와 내 눈을 맞추고 달려와 안기곤 했다. 땅에 등을 대고 누워 네 발을 공중에 들고 몸을 흔들기도 하고 내게 매달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딴판으로 변했다. 눈을 맞추지도 않고 잘 가지 않던 먼 구석에서 등을 돌린 채 땅에 납작 엎드려 있었다. 만사가 귀찮은 듯 좋아하던 간식도 싫다 하고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동물병원에 전화했는데 토요일이라 오전 열한 시에야 자리가 났다. 몽실이의 엑스레이와 복부 초음파 사진을 찍어 보니 배 쪽 식도를 이물질이 막고 있어 위장으로 밀어내야 했다. 수의사는 이물질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았으면 잘못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에요. 몽실이가 참 비싼 한 끼를 먹었네요.”했다. 그리하여 몽실이는 생전 처음으로 수액을 맞고 전신마취를 한 후 내시경 시술을 하게 되었다. 오후 다섯 시쯤 시술이 끝나면 연락할 테니 집에서 기다리라 했다. 그런데 시술이 잘못되면 큰 병원에 가야 한다 해서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차가운 침대에 누워 작은 앞발에 주삿바늘을 꽂고 있을 몽실이를 떠올리니 미안하고 애처로웠다.

     드디어 다섯 시가 되었는데 전화가 없었다. 불길한 예감에 어머니는 이제까지 우리 곁에 있어 준 데 감사해야지.” 하셨다. 난 기다리다 못 해 전화를 했다. 직원은 시술이 잘 되었고 몽실이가 지금 수액을 맞고 있으니 여섯 시 반에 데리러 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와 난 몽실이가 죽었다 살아온 것처럼 반가웠다. 우리는 삼십 분 일찍 병원에 도착했다. 아직 회복 중이라고 해서 병원 주변을 돌다가 시간에 맞춰 들어갔다. 로비에 나온 몽실이는 바닥에서 비틀거리며 잘 걷지 못했다. 수의사는 사람이 술 취한 것처럼 몽실이도 마취가 덜 깨서 그렇다고 했다. 또 이물질 가장자리에 식도를 다쳐 사료를 먹을 수 없고 혹시 이변이 날 수도 있으니 병원에서 밤새 살펴보자고 했다. 다행히 몽실이는 그다음 날 무사히 집으로 왔다.

     이번 사건을 겪은 후 여러 가지 유익한 점이 있다. 우선, 강아지는 식도가 목에서 배까지 있고 사람처럼 내시경, 전신마취, 시술 및 수술과 입원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간식을 줄 때 몽실이에게 이로운지 먼저 살펴보게 되었다. 탈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을 고르고, 큰 것은 작게 잘라 준다. 이전엔 시도 때도 없이 줘서 몽실이의 체중이 늘었는데 지금은 꼭 필요한 때만 적당량을 주고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본다. 시술 이후 사나흘 동안 몽실이는 제대로 먹지 못해서 습식 사료를 주면서 약을 먹여야 했다. 몽실이의 입안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내가 얼마나 무관심했었는지 깨달았다. 빠진 이도 많고 충치도 있는데 이제껏 양치를 해 준 적이 없었다. 그동안 몽실이를 언제나 예쁜 인형일 줄 알고 치통을 느끼는 생명체로 여기지 않았다. 어릴 때 습관을 들이지 못해 양치를 시키려고 하자 으르렁거리며 내 손을 물려고 했다. 그래서 마음을 느긋이 먹고 우선 치석 제거용 껌을 주고 간식에 치약을 조금씩 발라 주기 시작했다. 몇 달이 걸릴지 모르지만 몽실이와 인내심의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제 몽실이는 세월 따라 점점 약해지고 아픈 곳도 많아질 것이다. 20세기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2행으로 된 시 수명”("The Span of Life")에서 그 나이든 개는 일어서지 않고 뒤를 보며 짖는다. / 난 그가 강아지였을 때를 기억할 수 있다.”(The old dog barks backward without getting up. / I can remember when he was a pup.)라고 읊었다. 이 시의 화자는 그 개가 어렸을 때 자신을 반기며 뛰어오르던 기억이 생생했을 것이다. 또 강아지의 변화된 모습에서 자신의 세상살이를 보았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산책 중에 몽실이가 어기적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와 나도 같은 여정을 걷고 있음을 깨닫는다. 한배를 탄 우리 가족이 천상병 시인의 시 귀천”(歸天)에서처럼 지상에서 아름다운 소풍을 하고 하늘로 돌아갈 수 있도록 내 힘을 다하려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새삼 절실히 다가온다.  


신문주   20-02-28 17:05
    
노정애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제야 수정본을 올립니다.

요즘 세상이 어수선한  중인데도 제 글에 공감하시며 수정 방향을 자상하게 제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특히 둘째 문단을 대폭 수정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선생님과 <한국산문>과 모든 국민들이 이 난국을 지혜롭게 잘 넘기시도록 기원합니다.
노정애   20-10-16 19:17
    
신문주님
너무나 오랫만이지요.
한 동안 수업이 없고 컴퓨터가 없는곳에 있어서 이제야 봤습니다.
다른 글들도 차근 차근 시간이 될때 읽어보겠습니다.
이 글은 읽기가 훨씬 편안해 졌습니다.
잘 쓰셨습니다.
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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