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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화초나무    
글쓴이 : 엄영선    12-06-18 10:05    조회 : 10,198
                  잃어버린 화초나무
                                         엄영선
 
나는 우리 아파트 들어 오는 길 바로 현관문 앞 양쪽에 하나씩 꽃밭 두개가 있고
또 현관 바로 앞에 한개의 꽃밭 모두 세개의 꽃밭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아파트 들어 오려면 앞으로 오나 옆으로 오나 꽃밭을 거쳐야 현관을 통과할 수 있다
아파트 좋은 자리 다 차지하고 있으니 태넌트들이 나를 부러워하게 생겼다
나는 어려서부터 꽃이 많은 집에서 자랐다
내 고향은 이북이지만 지금도 눈 감으면 아득한 옛날
마당에 기화요초 가득한 그곳에는열심히 꽃밭 가꾸시는 우리 할머니가 계셨다
또한 아버지는 장미를 좋아 하셔서 꼭두방에 유리문 달고 겨울에는 화덕 피워
장미 월계꽃을 가꾸셨다. 그 시대의 생활은 장미꽃도 몰랐다
그러니 우리집은 꽃집으로 소문 난 집이 되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나는 꽃을 좋아하고 미국 이민와서 아파트 마당에 좋은자리 차지하고
이국 생활에서도 내 꽃밭에 고향의 향수를 심어 놓고 추억속에 애지중지 화초를 가꾼다
현관앞쪽 두 꽃밭에는 여러 종류의 화초가 섞여 있다
노년이 되어 힘들어서 제대로 잘 가꾸지도 못하니 언젠가는 누구에게 인계를 해야지
하면서도 그 생각만 하면 공연히 마음이 쓸쓸해진다
현관 옆문 들어 오는 꽃밭에는 성장한 야자나무 종류 두 그루가 있으나
그 밭 가득히 뿌리가 뻗어나가 있어 그곳에는 화초를 심을 수가 없다
그러니 그 밭은 작고 큰 여러 종류의 화분으로 가득 차 있다
큰 화분은 직경 35쎈치미터 이상의 큰 것이며 관상용 화초를 심은 것이 여섯개나 있었다
혼자 힘으로는 꿈쩍할 수도 없는 큰 화분인데 어느날 세개가 없어졌다
누가 가져간 것이다
한번에 가져간 것이 아니고 어떤 밤 또 다른 날 밤에 없어진 것이다
작은 화분은 가져 가기가 쉬우니 예쁘게 자라면 골라서 가져 가기도 한다
앞밭에 있는 꽃을 누군가가 따기라도 하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나같이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겠거니 하며 용서해야지 하는 마음도 생긴다
오늘 아침엔 꽃밭 식구들 물 주러 갔더니 큰 화분 하나가 또 없어졌다
자리가 휑 하니 보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번져 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내 키보다 더 크게 자란 손바닥 화초가 없어진 것이다
손바닥 화초야 나 버리고 어디 갔니?
얼마나 너를 애지중지 사랑하며 키웠는데 너를 가져간 사람은 누구란 말이냐?
식물에게도 귀한 생명이 있고 그를 키우며 사람에게서 얻어지지 않는
또 다른 즐거움의 위안을 얻는데... 
 
며칠 전 킹스트리트 큰 건물앞을 지나 가는데
주홍꽃 피는 붓꽃 종류의 풀포기를 다 뽑아버려 시들어 말라 있었다
그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집에 다시 와 캐리어로 낑낑거리며 담아와
꽃밭 틈새틈새에 심었다
"열심히 물 주며 사랑할 것이니 다시 살아 나 꽃을 피워다오" 기대하며 기다린다
식물의 생명을 돌보며 거기서 삶의 기쁨같은 것을 배운다
우리 아파트 뒷길 양 옆으로는 훌륭히 자란 키가 구척인 전나무들이 서 있다
나는 그 전나무들을 각별히 좋아하여 오며가며 그 길을 인조이 한다
전나무야 너에 비해 나는 너무 초라 하구나 하는 생각도 하며 안도감 친근감을 느낀다
그런데 어제 마켓에 갔다 오다 보니 이게 웬일인가 그렇게 장수해 온 전나무 하나를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이 밑에서부터 몽땅 잘러 땅위에 엎어 놓았다
아이고 가엾어라 이렇게 훌륭히 자란 거목을 자르다니...
이유야 있겠지만 이 나무는 긴 세월 사람들과 같이 살아 온 생명있는 귀한 것인데
잘려나간 밑둥 자리가 뻘거니 비명 지르며 울고 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키가 구척인 키다리 전나무야
사철 푸르른 너
영국 신사같은 너
내가 네 앞을 지날 때 마다 
너는 신선한 향연의 동심을 주었다
나는 얼마나 너를 좋아 했는데
쓰러져 울고 있는 너
나도같이 울고 싶다 가엾은 전나무야
 
사람들은 자기 소리만 들리고 자연의 소리는 들으여 하지 않는다
자연에서 창출되는 여러가지 신비의 소리도 들어가며 살자
얼마나 아름다운 정서를 이르키는 소리들이 많은지 우리들은 알고있지 않은가!
우리에게 제일 가까운 막연한 위대한 친구는 자연인데 그것을 모르고 산다
아침에 되면 내 방문 앞에도 화초가 있으니 두세마리 새가 와서 
짹짹짹 노래하며 인사를 하고 간다
새야 새야 너는 알겠지?나의 옛 친구같은 손바닥화초 지금 어디 가 있는지?
내 꽃밭보다 더 좋은 자리에 가 있다면 그것으로 됬다
너는 잘 생겼으니 사랑받고 잘 자랄 것이다
이제 너를 체념하고 잊어 버린다
내가 돌보아야 할 남은 식구들이나 잘 가꾸며 마음 추스려 안정을 찿아 보자  
  
 


문경자   12-06-19 14:21
    
꽃을 좋아하시니 맘 또한 꽃처럼 예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꽃을 가져 가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를 해주는 님의 맘이
더 정이 갑니다.
잃어버린 손바닥화초가 마음을 아프게 하는군요. 그 화초가 어떤것인지 처음 들어서인지 잘 모르겠네요.
그 화초에 대한 글을 더 심도있게 쓰면 좋은 글이 되겠습니다.
얼마나 오래 같이 했는지 어떻게 해서 엄영선님과 인연이 맺어졌는지에
대해 쓰면 읽는 사람들이 이해가 갈것 같습니다.
한국산문에서 좋은 글 올려주시니 반갑습니다. 다음 글 기대해 봅니다.
유시경   12-06-20 00:05
    
기화요초 가득한 화단에서 자라셨으니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도 축복 받으신 분임엔 틀림없는 것 같군요. 
혹시 잃어버린 <손바닥 화초>라는 게 화초 본래의 이름인지요? 그렇다면 정말 예쁜 꽃나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애타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가슴이 아프네요...
손바닥 화초가 어떻게 들어오고 어떤 사랑으로 자랐으며 선생님께 어떻게 위안이 되었는지 조금만 더 묘사해 주신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선생님은 아주 많은 꽃 소재를 가지고 계셔서 다 풀어놓기 버거우실 줄 압니다만, 소재는 작을수록 좋다 하니 한뿌리 한뿌리씩 차근차근 소개해 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Cheer up!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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