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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욕탕    
글쓴이 : 김오심    13-02-18 04:08    조회 : 9,718
목욕탕

  아버지는 혼자다. 지난해에 혼자가 되셨다. 나는 다섯째다. 나는 일요일이면 신랑과 아이랑 함께 아버지 집에 간다. 아버지가 감기에 걸리셨다. 어제 저녁 새벽에도 아버지가 아프다고 부르셔서 다녀왔었다.

  아버지 집에 도착하자 전에 쓰던 내 방으로 들어가 전기 매트부터 켰다. 친정집에 들리는 일을 무척 머리 무거워 하는 신랑이 별도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신랑은 아버지와의 대화를 마친 후 예측대로 내가 쓰던 방으로 이동해 버렸다.

  신랑은 내방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TV를 친구 같이 켜 놓고 계셨다. 우린 늦은 아침을 먹은 탓에 아버지만 점심을 차려 드리려 했지만, 아버지도 내가 가지고 간 간식을 충분히 드신 후라 점심이 필요 없다고 하셨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신랑은 그렇게 잠이 들었고 아버지는 TV를 보셨다.

  아이와 나는 놀이터에서 놀았다. 아이는 그네를 재미있다며 손이 빨개지도록 쇠줄을 잡고 탔다. 발을 구를 때마다 더 높이 올랐다가 내려오곤 했다. 높이 오를 때는 새처럼 날아오르고, 내리 칠 때는 땅 깊숙이 파 뭍 힐 것처럼 힘껏 그네를 탔다. 아이는 엄마도 그네를 타보라고 권했다. 발을 굴러서 왔다 갔다 하면 살이 빠질 거란다. 역시 그네 탈 때 뒤로 구르는 다리 때문에 배가 땅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 그네에 어른 엉덩이가 온전할 리 없었다. 엉덩이가 아팠다. 그리고 높이 올랐다 떨어지는 느낌이 어렸을 때 같지 않게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무서웠다. 아이에게 엄마는 못 타겠다고 하자 친구가 필요한 아이는 아쉬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한참을 혼자서 그네를 타고 난 아이가 미끄럼틀, 뺑돌이, 시소 등을 탔다. 모처럼 아이랑 놀아 주는 엄마 인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했다. 한참을 놀던 아이에게 목욕탕 가는 걸 권유 해보니 좋다고 한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준 작은 사기 꽃병을 손에 들고 있었다. 신랑에게 때 미는 비용을 타오긴 했지만, 얼마가 소요될지는 정확하게 모르고 있었다. 아빠 집 곁에서 살다가 이사한지 족히 5년은 다 되어 가기 때문이다. 목욕탕에 도착하자, 차가운 물에 머리까지 담갔다. 추웠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준 작은 꽃병을 들고 탕에 들어왔다. 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준 것이니 소중하게 다루라고, 꽃병이 예쁘다며 아이의 기분을 추켜 주었다. 아이는 내 곁에 있다가 차가운 물 쪽으로 갔다. 나는 고온 탕에 있었다. 아이 있는 쪽을 보고 있었으면서도 안경을 벗은 상태였기 때문에 아이가 꽃병을 바닥에 깨뜨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무감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때를 밀던 분이 아이가 꽃병을 깨뜨린 광경을 목격했는지 달려들어서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아이더러 피할 것을 조치하고 있는 상태라야, 나는 섬뜩한 상황임을 알아차렸다. 아이에게 손짓하여 멀리 떨어지도록 하고 나도 모르게 바닥을 보며 맨발로 꽃병이 깨진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러자, 고무 슬리퍼를 신고 있던 때 미는 아줌마가 급하게 말려들며 슬리퍼 있는 쪽을 가리키며 신고 오라고 소리친다.

  아이 때문에 다른 사람이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나는 급히 고무 슬리퍼를 신고, 우선 큰 유리 조각부터 줍는다. 다음에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지고 와서 쓸고, 바닥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물을 퍼서 물청소를 했다. 물청소한 물이 하수구에 바로 빠지도록 조치하고 다시 육안으로 확인하고를 대여섯 번을 하고 마무리 하였지만, 욕조 안에도 사기 조각들이 있다고 때 미는 분이 기겁을 하신다. 욕조안의 사기 조각을 줍고 버린다. 꽃병이 깨진 인근 욕조안의 물은 때 미는 아주머니가 때를 밀고 있던 손님이 마무리 되어 가니, 잠시 후에 빼겠다고 한다. 나는 마음이 불안했다. 어린이가 아무 생각 없이 욕조 안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욕조 안에 슬리퍼를 신고 바닥을 내리보고, 이리저리 보고 또 보고 하였지만 더 이상 유리조각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들이 들어오면 위험하므로 때 미는 아줌마가 오실 때까지 주변을 통제시키면서 물청소를 했다.

때 미는 아줌마가 보기에 이렇게 애쓰는 애 엄마가 무척 인상이 깊었던 모양이다. 아이는 유치원생이라며 저렴하게 만원에 밀어주셨다. 유치원생이래서 작은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 아이처럼 어른스러운 애인데 유치원생이랬다고 만원만 부른걸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대로 때를 밀어 줄 테니 엄마가 아이의 머리는 감기라고 한다. 고맙다고 머리를 숙였다.

  나는 아주머니가 때 미는 값도 있는 돈에 맞춰 실시해주고 있어서, 아주머니가 손님과 대화가 끝나자 대뜸“저 끝나고 나면 제가 아주머니 목을 주물러드릴께요” 했다. 아주머니는 뭐 그럴까 싶은 마음으로 농담 삼아 “그래주세요“ 했다.

  목욕탕을 가면 나는 나이 지긋이 들어 보이시는 엄마 옆에 가서 등 “밀어드릴까요?” 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 마다 정성스럽게 등을 밀어 드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요령으로 등을 시원하게 주물러 주기까지 했었다. 아마도 잘은 모르지만 이분들이 만족스러워하고, 등이 시원해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행복해 했던 것 같다. 때 미는 아줌마가 지금까지 손님처럼 말씀하신 분이 없었다면서 정성껏 때를 밀어주시고 드디어 마무리 되었다고 하실 무렵 오일을 바르고 일어나, 때 미리 아줌마와 자리를 바꿔서, 목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부황기를 쓰라며 아주머니가 미리 일러 주셨지만, 알았다며 손으로 먼저 주무르고 하겠다며 내 방식대로 아주머니를 주물러 드렸다. 아주머니에게 "괜챦으세요?“ 확인해보면 시원하다며 무척 좋아하신다.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던 아이가 옷을 입은 채로 목욕탕으로 들어와 엄마에게 빨리오라고 보챈다. 아줌마에 굳어진 목 부위를 눌러 주물러 드리고, 아주머니가 요청하신 부황기를 이용해 등에 오일을 바르고 부황기를 움직여 마싸지를 해드린다. 아주머니도 내게 정성껏 때를 미셨던 것처럼 나도 아주머니의 목을 정성껏 주물러 드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때를 미는 일이 보통일이겠는지, 본의 아니게 때 미는 값을 할인 받았지만, 나도 공짜 서비스를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대신 서비스로 갚았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해지기까지 했다.

  주물러 드리기가 마무리 되자, 때 미는 아주머니의 극찬이 이어졌다. 두 번째 아이가 목욕탕으로 들어왔고 그 무렵 나는 때 미리 아주머니의 주물러주기가 끝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내 노고에 다시 감사하기 시작했고 내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만큼의 크기로 다시 내게 되돌아 왔다. 오히려 때 미는 아주머니가 아이에게 음료수라도 사주고 싶다며 아이를 데리고 간다.

나도 아이도 목욕탕에서 이런 저런 사고가 있었지만 오히려 더 예쁜 모습으로 자리했기 때문에 때 미리 아줌마의 호감을 샀는지 모른다. 나도 목욕을 상쾌하고 마칠 수 있었고, 아마도 오늘 때 미리 아줌마도 기분 좋게 하루를 마감 할 수 있을 것이다. 때 미는 아줌마의 노련함과 직업 마인드가 돋보인다. 말씀 하나도 정성을 들이고, 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감동된다.

  아이와 함께 상쾌한 기분으로 친정집에 도착해보니 친정아버지와 신랑은 목욕탕에서 뭘 그리 오랫동안 있었는지에 대해 짜증이 나 있었지만, 서둘러 밥상을 차려, 친정아버지와 신랑, 아이와 오붓한 저녁식사를 마쳤다.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아버지에게 편안한 밤을 선사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유리병류는 목욕탕에서 아이에게 맡기는 것은 무척 위험한일이라는 것도 새삼깨딷게 되었던 소중한 하루가 되었다.


  홀로 계신 아버지를 보필했고, 아이의 위험이 큰 사고 없이 마무리 되었고, 덤으로 떼미는 아주머니의 기분도 상쾌하게 하였으니, 오늘 나는 날아갈 듯이 가볍다. 상쾌하게 닦아버린 때처럼.

임도순   13-02-18 15:04
    
두번째 글을 잘 읽었습니다.
"평생 인생의 동반자가 될 것같았던 배우자를 쓸쓸하게 떠나보내버린 아버지가 지난해부터는 혼자가 되었다. 늙어서 혼자된 아버지는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해 자주 자식들에게 전화를 하는데,"에서 부터 왜 글쓴이가 가야만 했는지에 대해 차분하게 서술하셨으면 훨씬 좋은 글이 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쓰시려거든, 불필요한 곁가지들은 다음 글감소재로 남겨두시고 다 걷어내셔야 합니다. 마치 불필요한 때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표현하고자하는 광경이나 사연을 글로써 그림을 그리신다고 생각하시고 상세히, 간결하게 묘사하셔야 합니다. 일기나 보고서처럼 서술하시면 감흥이 없거든요, 가능한 묘사하도록 노력하시면 목욕탕의 소란과 같이 훨씬 재미있게 읽혀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오심   13-02-18 17:14
    
음... 어제 새벽에 일어나서 ... 임도순 선생님 댓글을 기대하며 올렸었죠.
    부족하지만 기꺼이 수고로움으로 제게 댓글을 주실 것만 같아서.
    예전과 같지 않게 편한 마음으로 올렸습니다.

    말씀 하신 내용처럼 주제에 대한 불필요한 가지들을 실은 일부를 걷었었는데...
    역시 말씀해 주시는 부분들이 깊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수정해 주신 부분들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정주   13-02-21 21:17
    
수필의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우리들의 주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 생각하는 것 등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수필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필의 본질적인 속성을 살리려면 선명한 주제와 메시지 전달에 전력을 다해야합니다.
소재의 의미화 없는 일기체의 기록문은 자칫 신변잡기로 끝나버리기 쉽지요.
 감동만 준다고 좋은 글은 아니며 너무 착한 글이나, 자랑하는 글은 주제를 희석시키기도 한답니다.
 이 글은 소재와 주제의 선택이 불분명하고 단락 나누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한 편의 글이 하나의 주제를 향해 긴밀하게 연결되려면 글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하나여야 합니다.
즉 통일성 있는 글이 되기 위해서는 단락의 문장은 그 단락의 중심 생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하고,
 단락의 내용은 글의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합니다.
단락은 전체의 생각을 완결하게 표현하는 데 기여하는 사고 단위이기 때문에 수시로 행간을 띄우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좀 더  사유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글을 쓰신다면 제 말씀에 공감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김오심   13-02-25 18:05
    
오정주 선생님 댓글 감사합니다.
    말쓰하신 내용을 깊이 생각하여 쓰도록 하겠습니다.
임도순   13-03-02 15:58
    
네에~감사합니다. 지금처럼 긴장하지 않고 차분하게 쓰신다면, 좋은 글 나오리라 믿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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