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의 봄은 환희와 희망으로 가득한 데 내 안의 봄은 무겁고 칙칙하다. 아픔이다. 매년 봄이 되면 직장에서는 정기 인사와 사업계획 수립이 진행된다. 승진에서 탈락하는 직원이 발생하는 것은 경쟁 사회의 불가피한 현상이다. 평가자의 입자에서 보면 같은 직급 직원들의 실력이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서열화를 시킨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들의 입장으로 돌아가면 승진에서 탈락한 직원들을 대하기가 민망스럽기도 하고 이러한 현상을 초래하는 사회가 원망스럽다. 탈락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술자리가 만들어지고 세상을 원망하는 불만을 토해내며 몇 날의 밤이 지나면서 아픔은 서서히 아문다. 인사 후유증이 사라질 때쯤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한 해의 수주 목표가 기다리고 있다.
요즈음은 경제 환경이 악화되어 한 치 앞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 간의 경쟁은 피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기반시설의 설계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한 해의 수주목표를 수립한다는 것은 사막 한 가운데서 나침반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만큼이나 지난한 일이다. 잔머리를 짜내어 할 수 있는 목표 대신 해야만 하는 의무를 수립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만다. 달성 가능성이 희박한 목표는 직장인에게는 스트레스의 주범이다.
이와 같이 정기 인사가 마무리 되고 사업 목표가 수립되면 연이어 목표에 이르는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고객의 상황을 파악하고 경쟁기업의 활동 상황을 분석하여 프로젝트 별 수주 활동을 하게 된다. 사업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매월 취합하고 활동 결과를 분석하여 목표 대비 실적을 평가받게 된다. 직장인에게 실적이란 단어는 저승사자의 명부만큼이나 무서운 의미를 지닌다.
목표와 실적의 틈바구니에서 고민하는 사이에 봄은 다 지나가고 여름이 기다리게 된다. 세상 사람들이 꽃의 계절, 희망의 계절이라고 부르는 봄은 우리와 같은 엔지니어에게는 아픔으로 시작되고 스트레스와의 동행이 시작되는 시련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난 봄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봄은 매년 찾아오고 우리는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봄은 힘들다. 하지만 봄은 또 다른 삶을 준비하는 시기다.
봄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새롭게, 의미 있게 맞이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해마다 새롭게 태어나라고 말한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라고 부추긴다. 아름다운 도전을 하는 사람은 아름답게 보이고, 무모한 도전을 하게 되면 몸을 힘들게 하고 정신을 피폐하게 한다. 하지만 아무런 도전을 하지 않게 되면 무기력한 사람이 된다. 행복을 누리려면 행복한 도전을 하여야 할 것 같다.
탄생은 선택이 아니었지만 ‘삶은 스스로 가꾸고 엮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과거를 잘 반추하고, 현재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미래를 끌어다 현재에 놓아야 한다. 만족스런 미래를 끌어 올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다른 미래를 현재로 끌어내야 한다. 봄은 그런 일을 하는 시기다.
‘나의 봄이 아프고 무겁고 칙칙하고 힘든 것’은 나의 청춘기에 나의 삶을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삶은 일회성이다. 인생에서 가장 필요 없는 행위가 후회다. 과거는 현재를 원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삶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 때 가치 있는 시간으로 자리매김 한다. 오늘의 봄은 아프지만 다가오는 봄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올 봄은 우리의 형편이 어찌 돌아가는지에 상관없이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끌어다 볼 수 있는 봄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