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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점에 서서    
글쓴이 : 정민영    13-07-18 16:52    조회 : 10,098
   원점에 서서.hwp (15.0K) [1] DATE : 2013-07-18 16:52:37
원점에 서서
 사무실 옥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이 잔뜩 낀 회색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아래를 내려다본다. 아담한 중학교 교정이 자리하고 있다. 낯익은 벽돌 건물, 운동장,  플라타너스의 짙은 녹음이 한 폭의 풍경화 같다. 수업 시간인지 운동장에는 아무도 없다. 고요하다. 조화로운 풍경은 추억의 창을 열게 만든다.
 중학시절은 내 인생의 황금기이기도 했고 가장 고통스럽던 시기이기도 했다. 멋진 학생복과 모자 그리고 가방을 만지작거리면서 입학식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중학생이 되면 문무를 겸한 멋진 신사가 되는 그림을 매일 그렸다. 입학식 이후의 생활은 천국, 바로 천국이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에 도서관 문이 닫힐 때까지 책을 읽었다. 별빛을 친구 삼아 집에 오는 길에는 항상 꿈이 동행했다. 2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호사다마’라는 말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나보다.
 천국에 서서히 마가 끼기 시작했다. 가세가 기울더니 가정에 크고 작은 골칫거리들이 생겼다. 처음에는 어른들의 일이라며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환경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인문계냐, 실업계냐의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이다. 몇 날, 몇 달을 고민해도 뾰족한 답은 보이지 않았다. 불면의 시간들이 계속됐지만 누구에게도 답을 구할 수 없었다. 실업계 원서를 들고 담임에게 갔다. 담임은 무슨 일이냐고 묻는 대신에 나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사정을 얘기하고 도장을 받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선택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목표에서 벗어난 길은 열심히 달릴수록 꿈으로부터 더욱 멀어질 뿐이다. 가쁜 숨을 내쉬며 뒤돌아보니 나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잃어버렸다. 순식간에 너무 멀리 가버린 것이다. 길을 잃은 아이가 엄마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방향을 잃어버린 삶은 학업을 접고 고향을 찾게 만들었다. 고향은 어머니의 품이다. 산과 들과 바람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깨우쳐 줄 변함없는 친구들이다. 그 대지에서 나를 다시 찾았고 평상심으로 돌아왔다. 고향은 나를 또다시 도시로 내밀었다.
 도시인으로서의 삶은 성취와 좌절, 행복과 불행, 두려움과 도전의 반복이었다. 잘못된 선택이 만든 운명과 한바탕 전쟁을 치루는 동안 자녀들이 모두 성년이 되었다. 은퇴를 할 나이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신은 인간의 운명을 예정해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삶의 원점에 다시 섰다는 느낌이다.
 삶에서 얻은 하나의 깨달음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어떠한 결정을 하든 그 결과는 전적으로 자신이 지고가야 할 몫이라는 것도 배웠다. 중요한 결정은 대부분 불안한 마음을 동반한다. 결단은 현안에 대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여 항목별 가치를 평가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멘토와 공유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또한 모든 판단과 결정은 평상심을 유지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많은 우회로를 돌아온 삶을 통해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함을 배웠다. 살아있음으로써 언제고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다시 일서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런 가진 것이 없어도 가족과 사회를 위해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조건은 살아있어야 하고 평상심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반기의 삶은, 야구로 말하면 포볼로 진루해서 후속타자들의 희생번트와 도루 그리고 희생플라이로 홈에 귀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안타 하나 없이 1점을 낸 것이다. 그 1점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동료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후반기의 삶은 그들의 희생에 보답해야 하는 시간이다. 번트를 대고 희생플라이를 쳐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멋진 희생플라이를 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시작할 일은 마음공부다. 항상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지난 시간의 실패와 성공은 현재의 삶에 시금석 역할을 할 때 가치 있는 경험으로 자리매김한다. 경험을 녹여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선택의 기로에 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멋진 희생플라이가 될 것이다.

임정화   13-07-23 16:08
    
안녕하세요, 정민영 님. 반갑습니다.
오늘 저는 처음 선생님의 글을 접했는데 아래를 보니 그동안 글을 많이 올리셨네요.
나중에 짬을 내서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해서 제가 선생님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음을 전제하시고,
이 작품 하나로 만나게 된 독자라는 점을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중학시절까지는 어려움 없이 순탄하게 지내시다가 가정형편때문에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하시면서
원래 꿈꾸시던 삶에서 멀어지게 되셨나 봅니다. 그리고 중간에 고향으로 돌아가셨다가 또 다시 도시로
나와 어렵고 힘든 삶을 사셨다는 내용이 이어지며, 이제는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평상심을 유지하는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하셨고요. 마지막에 야구에 비유해서 알기 쉽게 인생을 정리해주셨어요.
인생에 있어 '선택'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그 웅숭깊은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은퇴라는 단어로 미루어 연륜에서 얻어진 삶의 지혜를 독자에게 전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굴곡 있는 삶이 구체적으로 어떤 삶이었는지, 그때마다 선택을 해야 했는데 그 선택은 최선이었는지
독자들이 함께 공감하고 안타까워할 만한 사건들이 없어서 글이 다소 피상적으로 느껴집니다. 말을 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을 우려해서 일부러 포괄적으로 쓰신 것이리라 짐작은 되지만 구체성이 없으면 읽는 재미도
반감되고 또 관념적인 글이 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어렵지요.^^;;

야구에 비유하신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그렇지요.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 사랑으로 우리가 이 자리에까지 왔고
우리도 또한 누군가를 위해 받은 사랑을 되돌려줄 때 인간의 역사가 창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개인이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삶이란 것도 들여다보면 야구와 같은 단체전이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건필하시고요, 자주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민영   13-07-24 15:46
    
반갑습니다.
    귀중한 시간 내어 평을 해 주심에 고마움을 표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처럼 구체적인 예를 들지 않았읍니다.
    이 글은 요즈음 젊은 직장인들이 크고작은 문제에 부딛힐 때 너무 쉽게 사직서를 들고 찾아오곤 한답니다.
    그 들을 보면서 너의 선택은 문제가 있다라고 아무리 말해도 설득이 되지 않더라구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직장 후배들에게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글을 만들고 메일로 보냈읍니다.
    나를 알고있는 후배들을 위한 글이라서 일반적이지는 않은 글입니다.
    선생님의 조언을 잘 새겨들어 다음 글에서는 실감나는 글을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경자   13-07-23 19:51
    
오랫만에 뵙습니다.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좋습니다.
멋진 희생플라이를 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시작 할 일은 마음공부다. 고 하셨는데
공부를 따로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정민영선생님  잘 읽었습니다.
     
정민영   13-07-24 15:51
    
안녕하세요!
    오래전부터 마음공부에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학원도 다니고 했었었는데 별 효과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고전을 통해 선현들의 생각들을 읽고 있습니다.
    실천적인 방법으로는 타인과 대화할 때 항상 평상심을 유치한 채 끝까지 경청하려고 합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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