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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    
글쓴이 : 이성열    13-11-18 13:24    조회 : 9,694
    고수
                                                                                                                                            이성열
  그는 영락없는 홈리스(거지)였다. 후즐그레한 옷차림하며 턱에 몇 개 남지 않은 터럭이 바닷바람에 절고 강한 햇볕에 그을어서 있는 둥 없는 둥 몇 개가 남아 바람에 날렸다. 나이는 못됐어도 60은 되어 보였고, 얼굴색도 늙고 태양빛에 타서 중국계 동양 사람인지, 아니면 인디안 조상을 둔 아메리카 인디언인지 분간키 어려웠다.

  그날 주말 오후에 무료한 시간을 소일하겠다고 한인타운에서 제일 가까운 산타모니카 피어(선착장)에 낚싯대 하나를 들고 나갔을 때만 해도 그는 내 시야에 없었다. 나는 늘 하던 식으로 한가한 자리 한 켠에 낚싯대를 마디마다 풀어 끼우고, 추를 달고 또 미끼를 끼워 석양이 보이는 서쪽에다 대고 힘껏 던졌다. 아주 시원했다. 릴 낚시를 하는 이들은 대개 이 맛을 즐긴다.
  물론 찌를 쳐다보며 고기가 미끼 앞에서 깔쭉거리다 덥석 물었다 싶을 때 당겨 끌어내는 손맛이 최고인 붕어낚시가 재미있다 하겠으나, 소위 릴 낚의 맛은 끌어당기는 맛도 맛이지만 던질 때 후련하게 낚싯줄이 거침없이 풀려나가는 맛도 또한 일품이다. 마치 골프 칠 때 1번우드채로 휘둘러 쳐 잘 맞은 타구를 보는 것만큼이나 짜릿하다. 어떤 일본인 명사는 이 맛을 비유해서 마음에 품었던 여인을 품에 안아보는 맛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그 날도 이렇게 잘 미끼를 던져 놓고 여유를 가지고 낚싯대를 죽 끌어서 선착장 난간에 걸쳐놓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눈에 보이지 않던 노인이 바로 내 맞은편에다 낚시를 던져 놓고 담뱃불을 붙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때였다.“어! 저-낚싯대!”
  누군가의 소리를 듣고 내가 목소리가 들리는 곳과 아울러 내 낚시 놓은 곳을 보았다. 웬일인가?내 낚싯대가 어느새  종적이 없었다. 그제야 나는 눈을 들고 석양이 비치는 바다를 내다 보았다. 거기에 내 초라한 낚싯대가 쏜살 같이 서 쪽을 향하여 떠가는 것이 아닌가. 물위에서 힘없이 끌려 미끄러져 가는 낚싯대가 마치 어쩔 수 없이 저항 못할 괴물에 끌려가며 소리 지르는 가엾은 애완동물과도 같았다. 분명 어떤 큰 놈이 내 미끼를 물고 달아나고 있음이 분명했다. 나는 속수무책 점점 멀어져 가는 낚싯대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무슨 일이야?”
  그 때 어느 새 내 곁에 온 그 홈리스 영감이 물었다. “내 낚싯대가......” 나는 어이가 없어 말도 다 못하고 어깨만 들썩했다.
  그러자 그가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쓰고 있지 않은 낚싯대를 꼬나 쥐더니 줄에다 납으로 된 추와 삼지 바늘을 매다는 거였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그걸 가지고 와서 크게 휘둘러 던졌다.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어림도 없어 보였다. 바다를 훑터 보니 내 낚싯대는 이미 가물가물, 어림잡아도 미식축구장의 반을 넘는 대략 100 미터 밖으로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숨을 죽이고 그가 던진 줄이 나가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가 던진 줄은 허공을 뚫고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고 있다. 그걸 보는 순간 나의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분명 낚시의 고수다’.
  나였다면 아무리 힘주어 던졌어도 그의 반의반도 어림없는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낚싯대를 쥐고 그 감을 살피던 그의 머리가 끄덕끄덕했다. ‘와우!’ 나는 내심 소리쳤다. 그가 미식축구 구장의 절반 이상이나 도망간 내 낚싯대를 다시 갈고리에 걸어 매는데 성공을 한 것이다. 그는 천천히 릴을 감기 시작했다.
 
  선착장엔 모든 낚시꾼들이 모여들어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얼마 후 낚싯대는 다시 끌려와 우리 손에 쥐어졌고, 이제 문제는 낚싯대를 끌고 간 그 괴물의 정체였다. 다행이도 그것은 아직도 내 낚싯줄 끝에 매달려서 힘겹게 저항하며 끌려오고 있었다. 그건 분명 대물임에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야 그 무거운 낚싯대를 통째로 끌어갈 힘이 어디 있었겠는가.
  아직도 영감은 낚싯줄을 팽팽하게 잡고 릴을 천천히 감아 고기와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의 릴 다루는 실력만 봐도 그는 신출내기가 아님이 분명했다. 고기가 물렸을 때는 실을 너무 당겨도, 또는 너무 늦추어도 안 되는 것이다. 너무 세게 당기면 고기의 저항을 못 이겨 줄이 끊어지거나 고기의 살점이 떨어져 고기를 놓치게 된다. 반대로 실을 너무 늦추면 고기가 여유가 생겨 몸을 틀어 빠져 도망가게 마련이다. 어쨌거나 불행한 대물은 고수 낚시꾼에 걸려 다시 우리 앞에 끌려 왔다. 그걸 보는 순간 나는 내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고기는 보기 드문 괴물이었고, 그 너비 1미터가 넘는 가오리 이었다.
 
 영감은 그제야 낚시와 가오리를 나에게 넘겨주었다. 나는 고마워서 꾸벅하고 인사를 하는 수밖에 다른 예를 잊어먹고 있었다. 그리곤 어떻게 고마움을 전할까, 고심 끝에 잡힌 가오리를 끌고 그에게로 갔다. 그리고는 말했다.
  “이걸 당신이 가져가시오, 당신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소!”




유시경   13-12-07 01:57
    
선생님의 두 번째 이야기 '고수' 잘 읽었습니다.
낚시 얘기를 읽다 보니 오래 전에 어학원에 다니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강사와 학생들이 낚시 얘기를 하는데 낚시는 '손맛'이라고 하더군요. 그것을 제가 영어로 '핸드 테이스트(Hand Taste)라 했더니 다들 배꼽을 잡더군요.

고수에는 인생의 고수, 바둑의 고수, 생활의 고수... 여러 계통의 고수들이 있기 마련이지요. 제가 생각할 때 그 노숙인은 아마도 인생의 고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여, 이 수필의 소재와 글감은 매우 좋은데 작가님의 사상이 많이 담겨있진 않아 보입니다. 또한 홈리스라는 추측이지, 그가 실제로 홈리스인 걸 나중에라도 알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욕심으로는 그와 선생님께서 조금 더 시간을 두고(잠깐만이라도) 그의 삶과 철학과 낚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가 건져올린 건 선생님의 낚싯대 뿐만 아니라 소통할 수 없었던(보이지 않는) 인간 본연의 감정까지도 건져주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오는군요.

그럼에도 마지막 문장이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 선생님도 '고수'의 반열에 들지 않을까 짐작이 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부끄러운 비평 송구합니다.^^;
임도순   13-12-07 14:25
    
이 글을 두 번째 읽습니다. 저는 이글을 그림으로 비유하고자 합니다. 평화로운 이국의 해변가, 낚시하는 사람들의 정지된 풍경이 있습니다. 원경의 풍경화입니다. 평화로운 수평선과 작은 사선의 낚시대. 이야기를 하는 화자가 너무나 객관적입니다. 이게 무슨 그림이지? 주제가 무어야? 왜 이렇게 그렸지? 흔한 그림 아닌가? 붓질은 아주 자연스러운데, 오히려 멋스럽기가지 하는데, 개성이 없지 않은가?

왜, 이 글을 쓰셨습니까? 주제가 너무 포괄적이거나 (물론 짚히지만) 없습니다. 수필은 손가는 대로 쓰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공감과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글은 독자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씁니다. 설득과 설명과 해설은 교회의 목사와 통역가에게 맡기고 작가는 감동을 쥐어짜기 위해 글그리기에 고생해야 합니다. 현대인의 메마른 정서에 신선한 청수를 공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도 그 한가로움과 여유가 공감되는 것은 큰고기와의 사투와 귀환의 어려움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시, 본바다의 그림의 최전방에 굵고 휘어진 소나무를 강렬하게 한 그루 그려 넣는다면 '해변의 소나무'이런 식으로 명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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