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acheZone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기타그룹 >  수필공모
  샛별이네 사는 이야기(1)    
글쓴이 : 정상묵    18-12-22 00:16    조회 : 5,072
  샛별이는 우리집 여섯째 막둥이 이름 입니다. 여섯살로 유치원 이년차 입니다.오늘 저녁 동지죽을 먹었으니 엄연히 일곱살 입니다.
우리집은 주왕산국립공원 낙동정맥 동쪽면 왕거암봉(910고지) 기슭 절골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마당 아래 무시골계곡 선녀탕에는 사시사철 푸른물이 흐릅니다. 샛별이와 다섯 형들 그리고 저희부부는 이물에다 한여름에는 멱을 감고 한겨울은 얼음 썰매를 타고 납니다
 이 계곡물 흘러 오십천을 거쳐 영덕 강구 동해바다로 쉼없이 흘러갑니다. 
우리는 뒤로 낙동정맥을 병풍삼고 앞으로는 망망대해 햇살 윤슬 반짝이는 푸른 동해바다를 앞마당 삼아 엄마 젖같은 무시골 생명수를 마시며 어언 열여덟 성상을 이곳 절골에서 살고 있습니다
 생활은 유기농 농사로 자급자족하고 가을에는 산에서 송이도 좀 채취도 하고 농한기인 겨울에는 산불조심 순산원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혼하고 농사만 짓고 사는 이십 팔년차 촌부인데 집사람은 선녀님으로 저는 나무꾼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우리부부 강원도 화천 파로호 근처 산골에서 근 십여년을 살다 아이들이랑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뛰노는 것이 그리워 찾고 찾아 새천년 이천년 시월 하늘이 열리는 개천절날에 영덕 절골 이곳으로 이사하였습니다 

 새 둥지를 찾을때 몇가지 사항을 염두에 뒀는데

 첫째는 근처에 동해바닷가 모래사장이 있어 아무때나 아이들과 함께 가 뛰어놀수 있는 곳
 둘째는 산이 천미터 가까이 되 약초를 캘수 있는 곳
 셋째는 적송 소나무가 우거져 사시사철 솔바람소리를 들을수 있는 곳
 넷째는 맑은 시냇물이 흘러 엎드려 머리 처박고 그대로 물마실수 있는 곳
 다섯째는 옛 구들이 살아있어 군불때고 살수있는 황토집이 보전된 곳
등등 이런 조건을 두루 만족하는 산골 오지였습니다

 아는 지인 친구들은 다 꿈깨라 했습니다. 그때가 이십여년도 전이라 어디 군불때는 황토집이 남아있겠냐며 다들 머리를 저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수중에 가진게 얼마없고 빈집을 찾을수 밖에 없는 궁색한 처지라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때 가족으로는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팔순이 다 되신 노모와 화천 북한강가에서 얻은 세아들 보배와 저희 부부 여섯 식구였습니다. 그해 사정이 있어 그해 농사를 그만두게 되어 잘됬다 싶어 새 둥지를 찾기로 했습니다. 오래된 일톤 트럭을 타고 동해 영동쪽 오지는 7번국도를 타고 위 고성에서부터 아래 영덕까지 근 일년동안 오지란 오지는 안가본 곳이 없습니다.
 어찌 어찌 하여 경산사는 친구 지인이 좋은 곳이 있다하여 보러온 곳이 주왕산 자락 동쪽면 현제 정착한 무시골계곡 절골입니다.
 처음 찾고 찾아 이른 산중 사지골 절골은 큰 도로변에서 오키로나 떨어진 오지중에 오지였습니다. 농가가 네채 있었는데 저희집은 마지막 다 쓸어져가는 오두막집으로 너른 마당에 쑥대밭이 자라 제 키를 넘고 있었습니다. 이웃 옆집 두 농가에는 한집은 홀로 사시는 할머니 다 되신 아지메 한분이 계셨고 그 아래집에는 팔순이 다 되신 노파 두 부부가 살고 계셨습니다.마당아래 계곡에 내려가보니 시퍼런 푸른 물이 하염없이 흘러가며 저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아, 바로 여기야!'
하는 소리가 속에서 절로 모르게 솟구쳐올라 습니다.이 무싯골계곡 선녀탕이 평생 놀이터이자 안식처가 될줄 그때는 잘 몰랐습니다.
 이웃 어르신들께 집주인 사는 곳을 여쭤보고 다리를 놔 줄분을 부탁드렸습니다. 젊은 내외가 노모와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에 들어와 산다고하니 반갑게 집주인과 연락이 닿는 아랫절골 아지메를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래 이 아지메가 어찌 어찌 다리놔 주신 고마운 덕택으로 이곳 절골 오두막을 얻게 되었습니다. 주인은 경운기 사고로 남편이 죽자 대처로 아이들과 떠난지 오래 였습니다. 몇몇 나그네들이 오다가다 들낙거렸지만 결국 살수없어 우리 차지가 되었습니다

 뒤로는 천미터 가까이 주왕산 왕거암봉이 있고 발아래로는 시린 무시골계곡물이 사시사철 흘러가고 사면 산능선으로는 솔숲이 꽉 차 밤이나 낮이나 솔바람소리가 쉴 날이 없습니다.여기서 반 시간 나가면 동해 푸른 바다가 철썩 시원스레 맞이하니 내가 고른 여럿 조건을 두루 충족하는 바로 그 곳이었습니다.
 나중에 친구 지인들이 와서 보고는
 "햐야,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있었네!'
 하며 경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래 오늘밤은 여기서 고만하고 다음에는 이사전 대충 집수리와 강원도로부터 이곳 영덕 절골 둥지로 이사와 둥지튼 얘기, 참 샛별이 여섯째는 언제 보았냐구요? 좀 지둘려보쇼. 성미가 참 급하네요. 우물에서 숭늉을 찾지. 새 아기도 남녀간에 애닯은 사랑을 하고 그 열달 몇일을꼬박 지달려야 그때가서 볼수 있다는데 넷째 다섯째도 안낳는데 벌써 여섯째라니요. 암만, 좀 진득히 지둘려보쇼.

 오늘 밤은 이슥 늦었습니다.
샛별이와 집사람 선녀님은 하마 세상 가는줄 모르고 쿨 쿨 한밤중입니다.
동짓달 보름달과 겨울별들이 샛별이네 산중 오두막을 찬연히 비추입니다.
그럼 뜨끈한 겨울밤 되십시요. 안녕히!
 

 





노정애   18-12-28 18:55
    
정상묵님
먼저 저희 사이트에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양화 그림을 보는듯한  글 잘 읽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사셔서인지 모든 언어들이 시인같아 아름답습니다.
이런형식의 글은
그냥 마음껏 쓰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어떤 형식에도 묶이지 마시고 마음껏 써 보세요.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신다면
저희 사이트의 회원작품방에 들어가셔서
수필가도 활동중인 많은 분들의 글을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수필 쓰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을 기다립니다.
정상묵   18-12-29 00:10
    
아이쿠
감사합니다
이렇게 삭풍불어 오돌돌 추운 한겨울에
가슴 훈훈한 격려 이십니다

분단 조국 변방에서 힘겨운 생존으로 선택한 여름지이 농사에 평안과 평화를 일구기 위해 몸부림 친 나날이었습니다. 대가족을 거느리고 무거운 짐을 지고 세상을 둘러볼 여력이 없었습니다 고생 고생만 하시던 어머님 구순 넘어 가시고 기댈 기둥 없어 허전하다 내 지나온 삶을 돌아보다 이것도 얘기하다 보면 벗님들께 힘입을까 해서 풀어보자 했습니다 선배님의 많은 권면과 질정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문풍지 으등거리고 별빛 추워 오두막 기웃거리는 한겨울 밤 입니다
 이불 뒤집어 쓰고 훈짐에 밤고요에 듭니다
 
   

정상묵 님의 작품목록입니다.
전체게시물 5
번호 작  품  목  록 작가명 날짜 조회
공지 ★★수필 응모하는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6) 웹지기 05-15 76970